장편소설 因緣
<제17편 따뜻한방>
②코보라는남자-27
잠시 밖에서 소란이 일어난 듯하더니, 이영란이 기가 막힌다는 듯 콧방귀를 뀌면서 여자 하나를 안내하여 들어오고 있었다.
일이 거의 끝나갈 무렵 순자가 천복에게 귀띔을 하여주는데, 아까 종숙이란 여자가 안 간다고 버티는 바람에 신당에서 기다리라고, 이영란이 대기를 시키었다고 하였다.
‘안 가려는 이유가 뭐죠?’
그는 순자에게 그녀가 안 가려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려다가, 여자 손님이 들어오는 바람에 미처 묻지 못하였다. 그러나 생각하여보면, 사생아인 태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방법을 물으려는 거라고, 짐작할 순 있었다.
드디어 일이 끝나고, 천복이 금순과 약속하였기에 서둘러 거실로 나왔는데, 손님들은 다 가고 두영과 옥희만 남아 접수부를 뒤적이는데, 사례금으로 들어온 꼬기작거린 지폐를 세는데, 얼핏 보기에 백만 원짜리 수표가 섞이어있는 게 스치어보이자, 그가 옥희에게 묻는 거였다.
“그 큰돈을 누가 낸 거요?”
그는 뜻밖의 수표를 보고 묻자, 옥희가 두영에게 묻고 있었다. 그러자 두영이 말하였다.
“서울이서 왔다넌 김종숙이라넌 으자가 냈어라오!”
그런데 언제 올라왔는지, 금순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신령님, 아까... 잠깐 신당으로 들어가세요.”
이영란이 종숙이란 여자를 신당에 대기시켰다더니, 그에게 말을 건네었다.
“아냐, 나 금순과 동행할 데가 있어서 서둘러 나왔는데?”
천복이 말하자, 이영란이 대꾸하였다.
“그래도 저 여자한테, 한마디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그는 이영란의 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서있는데, 신당 문이 빠끔 열리더니만, 그 종숙이란 여자가 화닥닥 밖으로 튀어나오면서 뜻밖에도, 소파에 앉아있는 금순과 반기고 있었다.
“금순아! 네가 왜 여기 있니?”
종숙이란 여자는 되레 금순을 끌안듯 하면서 소파에 붙어 앉더니만, 말을 주고받는 거였다.
금순도 전혀 생각지 않은 그녀를 만났는지 놀라고 있었다.
“어머? 얘가? 여길?”
둘이는 서로 손을 잡고, 생경한 곳에서 서로 만난 데에 반기면서 대화가 터지고 있었다.
“얘, 나 며칠 있으면, 사업가한테 시집간다! 그런데, 예전 너도 알잖아? 학교 다닐 때, 나 졸졸 따라다니던 애? 걔랑 어젯밤 우연히 만났는데. 나도 아쉬움에 걔랑 하룻밤 잔거야. 그러고 나니, 꺼림하잖아? 그래서 서울서도 소문난 의사선생님 뵈러왔는데, 글쎄 임신이라잖아! 그러니 어떡하니?”
그녀는 누가 듣거나 말거나 털어놓고 있었는데, 금순이 그녀의 말을 듣더니, 꼭 서울에서 타의로 유심의 아이를 배가지고 왔던, 달포 전 자신의 거북한 입장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드는 거였다.
“네가 지금 몇 살이야, 나랑 동갑 아냐? 사십 턱걸이하고, 혼인 포기할 순 없잖아? 신랑도 이쯤에 장가가면서 널 숫처녀라 믿겠어? 모르지만, 그 남자도 숫총각은 아닐 테고, 피차일반이잖아? 할망구가 시집가면서 며칠 남았으면 모른 척하고, 그냥 가라! 할 수 없지 뭐! 혼인을 왜 포기하니? 밑져야 본전인데.”
금순은 논리적으로 말하면서 그냥 시집을 가라고 하였다. 한마디로 피차 모르는 게 약이고 입만 닦달이면, 십년이 가도 밝혀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러자 종숙이란 여자는 또 폭소를 터뜨리고, 깔깔거리더니 말하였다.
“깔깔깔, 걘, 벌써 장가가서 아이가 셋이나 된단다. 걔 마누라가 받아들이기만 하면, 혼인 포기하고, 첩살이라도 들어가겠지만, 날, 받아주겠어? 깔깔깔... 네 말도 일리는 있지만, 난 그렇게는 못해! 갈깔깔.”
둘이 새 접시 깨는 소리를 주고받는데, 덩둘하니 바라보던 천복이 입을 여는 거였다.
“그냥 올라가 혼인하세요. 임신한지 하루도 안 됐잖아요? 혼인하고 나서 신랑한테 아이가 너무 빨리 들어서 떼겠다면, 신랑이 그러랄지 모르죠. 그게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피차 신혼이라도 나이가 만혼인데... 암튼 혼인하고, 신혼부부가 서로 상의하면, 답이 나와요.”
천복도 금순의 말대로 순리를 따르라고 하였지만, 한편 임신판정을 내린 자신이 잘못이라는 자책도 들었다.
며칠이면 혼인하는데, 실지 임신일지라도, 불임이라고 말하였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터인데, 그녀에게 불안감만 안겨주었다는 자책이 드는 거였다.
“금순아, 어서 일어나! 빨리 다녀오자!”
첫댓글 종숙도 배포가 있어보입니다
정갑록비결에 한양은 산이 거칠고 강물은 순하여 여자는 강하고
남자는 약하다고 했지요. 광주산맥이 경기도의 한 중신으로 뻗었는데
삼각산 인왕산이 거세지요. 그런데 한강물은 순하여 잔잔하게 흐르죠.
그래서 한양은 여자가 거칠다고 하네요. 오죽이면 암탁이 울면 세상이
망한다고 했겠어요. 50년대 60년대 동네처녀들 죄다 무작정 상경했죠.
그녀들은 아들딸 잘 낳고 살았는데 그 2세들이 주도하고 3세들이 지금
중인공들이죠. 지금 상황이 비로 비결을 상기할 때죠. 종숙도 그 3세쯤
될 거예요. 혼인 날 정해놓고 삼천포로 빠지는 여자죠. 부부란 믿음으로
살아가는데 뒤로 호박씨 까면 가정이 유지되겠어요. 그게 현재로 이어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