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나들이 스타일이 그렇다
오늘 아침 먹을 때까지 아무 말 없었다가 갑자기 커피 마시면서
"우리 겹벚꽃 보러 개심사나 갈까?"
" 벌써 피었나?"
"인스타에 찾아보니 거의 만개했다고 하네"
"그럽시다, 가 봅시다"
언제 봐도 단아하고 기품 있는 일주문
왕벚꽃이 피는 시절은 연둣빛 잎이 함께 피니 더 예쁘다
녹음 짙은 나무보다 새잎을 톡톡 피워내는 나무들이 제일 예쁜 계절이다
자 마음이 활짝 열리는 개심사로 들어갑니다
작아서 좋고
단아해서 좋은 절이 개심사인데
오늘따라 뭔가 부산하게 가림막이 쳐있다
절은 왜 그리 몸을 불리려고 하는지 가끔은 안타깝지만 그건 내 입장이고 절 입장이 있겠지
요사채도 부족하고, 수련원도 필요하고, 신도들이 사용할 곳도 더 필요하고....
석가탄신일이 가까우니 중생의 소망을 담은 연등이 가득하다
연등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간절한 기도처럼 보인다
낮은 자세로 기도합니다 하는......
개심사는 오래된 절집이다
목조가 주는 세월의 흔적이 참 소박하고 아름답다
왕벚꽃이 필 때면 잠시 소란스럽고 화사한 옷을 입지만 이내 조용한 경내에 목탁소리, 새소리가가 가득할 것이다
가지가 축축 늘어져 작년과 또 다르다
너, 더 자랐구나
하와이에서 귀 위에 꽃 꽂던 꿈에서 아직 덜 깨어난 여인
여기 하와이 아니거든요
영화 동막골에서 나오는 대사 있잖아요
"머리에 꽃 꽂았시오"
역시 청벚꽃은 이곳의 시그니처 같은 도드라지는 매력이 있다
오래된 절집의 목재건물에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핑크핑크한 빛깔에 취했던 사람들이 이 나무아래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청벚꽃을 올려다본다
앗!
내 툇마루 돌려줘~~~
이 요사채 툇마루에 앉아 바라보는 왕벚꽃의 정경이 얼마나 예뻤는데
낡은 듯한 툇마루가 있는 건물을 다시 증축하나 보다
툇마루를 그대로 살려두면 좋겠는데...
내년에 다시 앉을 수 있게 해 주세요
이 나무가 여기 있었던가?
왜 이리 낯설지?
그동안 꽃에만 관심 두어 이 나무의 존재가 나에겐 눈에 들어오지 않았었나 보다
제주의 바람나무 같다
내년에도 꽃 가득 피워주렴 하면서 주차장까지 내려가는데
오늘은 늘 오르내리던 길이 아닌 옆길로 걸어보기로 한다
내려가는 길 양 옆으로 소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데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이 길이 한국의 100대 소나무길 중 하나라고 적혀있다
마치 아산의 봉곡사로 들어서는 소나무길 같은 느낌을 준다
소나무길은 그 어떤 나무길 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큰 키로 서 있는 나무도 아닌데 단단하고 강건해 보이는 나무기둥이 묵묵하고 멋지다
입구 쪽의 막 피어난 잎이 일어서려는 듯 힘을 쓰고 있는 중이다
조금만 힘을 쓰면 톡 일어서서 활기차게 자랄 것 같다
인근에 있다는 문수사에 가 보기로 하고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