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한반도 평화기원미사’봉헌
정 대주교 “남과 북이 화해와 용서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기도하자”
△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대주교와 교구 사제단이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겸 평양교구장 서리 정순택 대주교가 “남과 북이 화해와 용서의 길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6.25 전쟁 발발 73주년인 오늘(25일) 오후 12시 주교좌 명동대성당에서 정순택 대주교 주례로 ‘한반도 평화 기원 미사’가 거행됐다. 이날 미사에는 교구 사제단이 공동 집전했으며, 900여 명의 신자가 참석했다.
한국 천주교회는 6.25 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제정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와 9일 기도를 바치고 있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기도하며 일상적인 삶의 자리에서부터 평화를 실천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6.25 전쟁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이 되는 올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가 점차 첨예화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민족의 화해와 평화가 더욱 절실해질 때’라고 말했다. 이어 정 대주교는 남북의 정치적·군사적 대치의 상황을 목도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일상에서도 많은 갈등과 대립이 발생하고 있는 현 상황을 언급했다.
△ 강론하는 정순택 대주교
정 대주교는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존중하고 건강한 의미의 정책 경쟁보다 배척과 대결만 난무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적 갈등뿐 아니라 노사 갈등, 세대 갈등, 그리고 젠더 갈등 등 많은 갈등이 우리 사회 안에 상존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나와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대화하기보다는 혐오하고 배척하는 문화가 더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런 시대에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는 마태오 복음 18장을 언급한 정 대주교는 ‘용서의 길을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 대주교는 “용서를 건네고 받는 것은 확고하고 영속적인 평화 여정에서 필수 조건”이라고 언급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1997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을 인용하며,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고 대결하는 남북 관계가 이제는 70여 년의 갈등을 넘어 공존과 공생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 대주교는 “남과 북이 더 큰 살상 무기로 서로를 위협할 것이 아니라 서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길고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만 화해와 용서의 길을 담대히 걸어갈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정 대주교는 “식량과 의료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녘의 형제자매들을 기억하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기도하자”고 강론을 마무리했다.
△ 미사 전 신자들이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를 바치고 있다
오늘 미사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주관했다. 서울 민화위는 남북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1995년 3월 1일, 당시 교구장이였던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설립했으며, 현 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가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 민화위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운동, 대북 인도적 지원,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평화구현에 필요한 가톨릭교회의 역할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 부설 평화나눔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 및 교육사업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