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옻독 등에 사용되던 약초 비타민C 풍부해 감기에도 특효
우리에게 밥만큼이나 익숙한 음식이 바로 김치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은 통배추와 고춧가루를 주원료로 한 김치류는 조선시대 중반 이후부터 먹기 시작했으니 역사가 그리 오래지는 않다. 특히 김치의 주재료로 사용되는 결구배추(속이 둥근 모양으로 꽉 차는 배추)는 그 원산지가 북유럽으로 중국 북부지방에서 개량돼 우리나라로 건너온 외래종이다.
배추가 우리 문헌상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1417년에 간행된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으로, 당시에는 채소가 아닌 약초로 이용됐다. 그 전통을 말해주듯 예부터 민간에서는 배추를 생활상비약으로 많이 활용했다. 화상을 입거나 생인손을 앓을 때는 배추를 데쳐서 상처 부위에 붙였다. 옻독이 올라 가렵고 괴로울 때는 배추의 흰 줄기를 찧어서 즙을 낸 다음 바르기도 했다.
배추는 무엇보다 감기를 물리치는 특효약으로 꼽힌다. 배추를 약간 말려서 뜨거운 물을 붓고 사흘쯤 두면 식초 맛이 나는데 이것을 제수라고 한다. 제수는 가래를 없애주는 약효가 뛰어나 감기로 인한 기침과 가래 증상을 해소하는 데 아주 좋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도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채소로 알려져 배추 고갱이로 끓인 수프를 감기예방약으로 이용한다.
특히 배추뿌리차는 몸이 오슬오슬 춥고 머리가 아프면서 열이 날 때 마시면 아주 좋다. 우선 배추뿌리를 깨끗하게 씻어서 흑설탕과 생강을 함께 넣고 푹 끓이면 되는데, 음료 대신 수시로 마시도록 한다. 이때는 되도록 찬바람을 피하는 것이 감기를 빨리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배추가 감기에 효과적인 이유는 배추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비타민C 덕분이다. 배추 속에 농축되어 있는 비타민C는 열을 가하거나 소금에 절여도 잘 파괴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이밖에도 배추에는 체내에서 비타민A로 작용하는 카로틴을 비롯해 칼슘, 식이섬유, 철분, 칼슘 등이 들어 있다. 배춧국을 끓였을 때 구수한 향미를 내주는 것은 시스틴이라는 아미노산 성분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초겨울에 김장을 담그는 풍습으로 대량 소비되고 있다. 따라서 작황이 좋지 못한 해는 '배추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금값'처럼 오르기도 한다.
배추를 생으로 쌈을 싸서 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나라 김치가 세상에 널리 알려져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으니 그야말로 금치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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