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더 좋아진 비결이라도 있어?
선: 겨울 훈련을 열심히 했구요. 웨이트와 러닝을 많이 했어요.
하: 투구폼도 더 좋아졌어.
선: 과거에 비해 팔이 많이 올라갔고 왼쪽 어깨를 힘차게 젖힙니다.
하: 방송국에서 네가 안 좋을 때와 좋을 때를 화면으로 비교해 보니 요즘에는 역시 오른팔이 많이 올라 왔고 왼쪽어깨가 크게 젖혀지더라구.
선: 예전엔 아프지 않을 때도 편하게 던지려고 왼쪽 어깨 동작을 작게 했었어요.
하: 올해 하는 것 보니 40살까지는 충분하겠던데?
선: 글쎄요. 생각보다 오래 할 수 있을 것 같긴 해요.
하: 자꾸 마무리만 나가는데 네 생각은 어때?
선: 우리 투수들이 대부분 선발형이잖아요. 내가 뒤에 있으니 투수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모양이예요.
하: 거꾸로 따지면 완투할 수 있는 투수들이 경기 후반에 힘들다 싶으면 덕아웃을 힐끔힐끔보고 그러잖아.
선: 그러면 어때요. 서로 좋은데.
하: 네 연봉이 얼만데 그렇게 잠깐잠깐 던지고 들어가냐?
선: 왜 그러세요. 올해 2000만원 깎였어요.
하: 올해 시즌 끝나면 너하고 이상국 단장하고 신문에 자주 나겠다. 연봉협상 때문에.
선: 끝나봐야 알죠.아무튼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고 끝까지 버텨야죠.
하: 진짜 문제는 선동열이란 투수가 마무리로만 나서기는 아직 이르다는 거야.
선: 처음에는 조금씩 투구이닝을 늘려 간다는 의미에서 마무리를 했는데 팀이나 저한테나
결과가 좋잖아요. 구태여 지금 선발로 나갈 이유가 없죠.
하: 선발로 나서기가 싫어진 건아냐?
선: 전혀 그렇지 않아요. 후반기엔 한국시리즈를 대비해 몇 차례 나갈 것 같아요.
하: 마무리는 컨디션 조절하기가 어렵잖아?
선: 그렇죠. 특히 마무리로 나가면 불펜에서 소모하는 체력이 많아요. 곧 나갈 것 같아서
몸을 풀면 상황이 끝나고, 끝난 것 같다가도 또다시 풀어야 되고.
하: 너는 몸이 빨리 풀리는 편이지?
선: 몸이 유연한 덕분이죠. 불펜에서 10개만 던져도 곧바로 경기에 나설 수 있어요.
하: 연속이닝 무실점 깨졌지?
선: 빙그레하고 할 때 장종훈한테 안타 맞고 끝냈어요.
하: 왜 바깥쪽 승부를 했지? 나도 봤는데 그때 나는 안쪽 승부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 여태 저는 종훈이 한테 바깥쪽으로 승부한 적이 없었어요. 몸쪽 빠른 공, 바같쪽 빠지는 변화구, 또다시 몸쪽…. 이거 다 가르쳐주면 안되는데. 어쨌든 그날도 계속 안쪽을 노렸는데 계속 볼이 됐어요. 할 수 없이 바깥쪽 직구를 던지다 맞았죠.
하: 유인할 생각은 안했어?
선: 종훈이가 저한테 유난히 약해요. 아무 생각없이 던졌죠. 그게 저한테 뺏은 첫타점이라던데요?
하: 롯데 김민호도 너한테 감정이 많더라.
선: 왜요?
하: 민호 얘기로는 자기만 만나면 네가 시속 150km짜리 빠른 공을 던진다는데?
선: 아무래도 팀 간판타자니까 신경이 더 쓰일 수 밖에 없죠.
하: 그리고 태평양에선 또 태평양전에만 나온다고 투덜대고.
선: 제가 나가고 싶어서 나가나요.
하: 그렇잖아도 산소마스크 쓰고 살아가는 팀한테 자주 나가면 미안하지 않냐?
선: 어쩔 수 있나요. 우리 사는 세계가 그런데. 끝나면 미안한 감정이 생길 때도 있어요.
하: 이제 조금 있으면 올스타전인데, 너는 왜 한국시리즈나 올스타전 같은데선 MVP가 못되냐?
선: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다 보니 운도 작용하는 것 같아요. 올스타전은 아무래도 3이닝만던지고 내려가니 투수가 불리하고요. 도 식전행사다 뭐다 해서 정규경기처럼 준비를 철저히 할 수가 없어요.
하: 부상 당해서 그런 적도 있지?
선: 두 번 정도요.
하: 선수생활 몇 년째냐?
선: 모두 합쳐서 22년째요.
하: 투수만?
선: 아뇨, 저는 모든 포지션을 다 해봤어요. 국민학교때는 외야, 내야, 투수, 중학교때는 포수, 그러다가 다시 투수.
하: 이제 지겹지 않니?
선: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요. 그리고 그게 직업이구요. 싫어도 해야죠.
하: 내 얘기는 싫다는 것 보다는 회의를 느낀 적은 없냐는 것이지.
선: 투수로서 이제 해 볼 것은 거의 해봤잖아요. 때로는 안이한 생각도 들죠. 정신이 번쩍
들만한 경쟁자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경기에 나서면 항상 최선을 다했어요.
하: 지난해(92년) 부상 당해서 쉴 때는?
선: '이렇게 끝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한편으론 '어깨만 나아봐라'는 오기도 생겼죠.
하: '어깨만 나아봐라'라고 생각했다구..
선: 예. 그래갖구 "선동열이 끝났다" 고 말한 사람들이 할 말없게 하겠다고 생각했죠. 금방
제 자리를 찾잖아요.
하: 그래 알았다. 그러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한 것은 없었어? 평소에 무엇을 소홀히 했다든가하는…..
선: 첫째 러닝과 웨이트죠. 투수는 무조건 많이 뛰어 하체를 단련시키고 웨이트로 힘을 길러야 돼요. 두번째는 유연체조죠.
하: 너는 원래 유연하잖아.
선: 지난해까지 큰 부상 없이 해온 것도 그 덕분이죠.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몸이 굳어요. 저도 그걸 느끼는데요. 계속 신경을 써야 그나마 유지가 되는 것 같아요.
하: 골프는 어때? 투수한테 도움이 되나?
선: 나도 잘 못치니까 모르겠는데, 한 가지 말할 수 있는건 골프가 투수에게 해를 주지는
않는다는 거죠.
하: 요즘도 골프치냐?
선: 안친지 1년 넘었어요. 시즌중엔 야구말고 다른 거 할 시간이 있나요?
하: 이거 완전히 인터뷰용 대화지?
선: 인터뷰용 대화라뇨. 저 같이 삶 자체가 건전한 사람도 드물 겁니다.
하: 아팠을때 운동 그만두면 뭐할까라는 생각은 안해봤냐?
선: 안할 수가 없죠.
하: 그래 뭐하기로 했어?
선: 은퇴하면 2~3년 정도 미국에서 야구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햇습니다. 그 다음 일은 그다음 생각하구요.
하: 큰애가 몇 살이지?
선: 네 살요.
하: 아빠가 뭐하는지 알겠네.
선: 발음이 잘 안되니까 '아구하다'고 그래요.
하: 아빠기 투수인지도 알아?
선: 아빠 뭐해? 라고 물으면 팔을 휘두르며 던지는 흉내를 내요.
하: 징그럽다. 네가 고등학교 다닐 때 중계한 게 엊그제 같은데……
선: 이제 그만 물어보기는 겁니까?
하: 그래, 직격인터뷰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고생했다.
선: 수고하셨습니다.
어쩌구 저쩌구
방어율 빼곤 욕심 없어
선동열은 올시즌 아무런 타이틀 기록에도 관심이 없다. 단 하나 방어율만 빼고. 하일성씨가 '1-0으로 이기는 투수나 10-9로 이기는 투수나 마찬가지'라는 어느 투수의 말을 인용,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대답은 "모른다". 이유는 여지껏 한 경기에 9점을 내준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방어율은 선동열의 큰 관심거리. 그 말에 동의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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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급 투수라 불리우는 선동열!
현재는 현역 은퇴후 KBO홍보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서 불철주야 뛰고
있다. 역대 최연소 감독으로 여러 팀에서 모시기 전쟁을 했을 정도로 그의 기량이나 야구적인 모든 요소들이 팬들을 물론 야구 관계자들에게 어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겸손함과 항상 배우려는 자세로 한국야구의 기둥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선동열.. 그의 현역 시절은 행동 하나하나가 이슈가 되고 팬들에게 관심거리가 되었던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 중반까지 들어가본다.
1.20, 146승, 132패 11년간 선동열이 한국프로야구에서 활동하면서 기록한 기록이다. 그가
가장 애착이 가고 유지하고 싶은 기록인 방여율은 상상을 초월한다. 11년간 한국 프로무대에서 활동하면서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적이 무려 5차례로 선동열이 등판하면 상대팀은
거의 점수를 뽑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혹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선동열의 등장으로 점수가 나지 않자 야구 볼 맛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허나 이는 선동열의 완벽투를 질투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많은 후배 투수들이 그를 닮기 위해 어린시절부터 공을 씽씽~~ 뿌리고 있다. 신문지상에 '제2의 선동열 등장'이라는 헤드라인 아니 사이드 라인이라도 나오기만 한다면 그
투수에게는 영광이었다. 얼마 전 기아타이거즈(전, 해태 타이거즈)에 고졸 괴물 투수 김진우가 계약금 7억원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돈을 받고 입단했다. 그 역시 여러 가지 조건에서 제2의 선동열이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구단측은 영구결번으로 지정되었던 선동열의 해태시절 등번호인 18번을 과감하게 꺼내 주었다. 그러나 김진우선수가 무척이나 훌륭하고 선동열의 모든 조건을 닮긴 했으나 선동열이 되진 못했나 보다. 팬들은 항의 했고 해태타이거즈 18번은 다시 선동열의 품으로 돌아갔다.
선동열위원은 후배들의 사기 진작 등을 이유로 18번 환생을 인정했으나 선동열을 아끼는
한국 프로야구 팬들은 제2의 선동열 탄생에 그리 반가워 하지는 않았나 보다. 해태 타이거즈 18번은 선동열 한명이라는 것이다. 김진우 선수가 선동열을 닮아서 더 뛰어난 선수가
되길 팬들은 모두 원하고 있을 뿐 선동열이 될 수 있다고 볼 수는 없었나 보다.
해태 타이거즈 18번 선동열.
최고가 되는 것 보다 최고가 되었을 때 그것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고 말하는 그였다. 그는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진정한 최고의 한국 프로야구 선수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