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09] [동녘이야기] / [허균 얼 톺아보기] 성소부부고 살피기 018#
✦문부1 서(序) / 사한전방(詞翰傳芳) 서(序)1
https://youtu.be/lW7lmtZK0uE
오늘은 새로운 서(序)인 사한전방(詞翰傳芳)의 서를 읽을 차례입니다. 이런 오늘도 신호열 선생님의 풀이를 먼저 가져 옵니다.
정미년(선조40년, 1607) 여름에 나는 삼척(三陟)에 있었는데 사헌부(司憲府)로부터 불(佛)에 아첨하여 참론(參論)했다는 이유로 탄핵을 받아 직을 혁파당하고 시골로 돌아가게 되었다. 가는 길이 지평(砥平)을 지나게 되어 이웃 어른 단성(丹城) 양사눌(梁思訥)의 별장에 묵게 되었다. 이생(李生)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잊었다. 그가 책 한편을 들고와 보여 주었는데 표제(表題)가 사한전방(詞翰傳芳)이라 씌여 있었다. 펴 보니 세조(世祖) 때 총애받던 중 신미의 시권(詩券)이었다.
김문량(金文良, 문량은 김수온金守溫의 자)이 서(序)를 하였고, 서강중(徐剛中, 강중은서거정徐居正의 자), 강경우(姜景愚, 경우는 강희안姜希顏의 자), 강경순(姜景醇, 경순은 강희맹姜希孟의 자), 성중경(成重卿, 중경은 성임成任의 자), 이삼탄(李三灘 삼탄은 이승소李承召의 자)이 시를 하였는데 모두 손수 글씨를 썼으며 찬(贊)은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으나 글씨는 정동래(鄭東萊 동래는 정사룡鄭士龍의 자)가 썼고, 안가도(安可度, 가도는 안견安堅의 자)의 그림인 석가(釋迦)와 미타(彌陀) 두 구(二軀)로 끝을 맺었는데 그 그림이 아주 미묘했으며 맨 마지막에는 어재(御璽) 하나가 찍혀 있는 참으로 고물(古物)이었다. 나는 종이 200장을 주고 바꾸었다.
아, 조종조(祖宗朝)의 문장이 웅혼하고 선배들이 모두 이름난 대가거공(大家鉅公)이며 글씨와 그림 역시 모두 이름을 드날린 분들이므로 극히 귀중한 것이어서 감히 그 사이에 입을 놀릴 수 없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글은 불승(佛乘)에 환히 밝아서 손 가는대로 뽑아오긴 했으나 혹 진부한 데 흘렸고, 시는 웅혼하고 무게가 있어 기력이 있으나 조향(藻響)이 부족하여 비속(卑俗)에 떨어졌고, 글씨는 결구(結構)가 정밀하지만 둔체(鈍滯)하여 드날림이 없어 왕희지(王羲之)나 조맹부(趙孟頫)의 뛰어난 법도가 없고, 그림은 핍진(逼眞)하기는 하나 불가의 본색이 없을뿐더러 채색이 풍부하지 못하다.
이제, 제가 보다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힘을 써 보겠읍니다.
정미년(선조40년, 1607) 여름에 저는 삼척 부사(三陟 府使)로 있었는데 사헌부로부터 불교를 가까이 하고, 그 가르침에 깊이 빠졌다는 까닭으로 탄핵이 되어 파직을 당하여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읍니다. 가는 길에 양평군 지평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에 있는 단성 양사눌의 별장에 묵게 되었읍니다. 그런데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없는 이씨 성을 가진 님이 책, 한권을 가지고 와 보여 주었지요. 그 책의 제목은 ‘사한전방(詞翰傳芳)’이었읍니다. 그래서 살펴 보니 세조 때 총애받던 신미대사의 시집이었읍니다.
여기에 나오는 신미대사는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했던 바로 그 신미대사입니다. 또한 머리글을 썼다는 문량 김수온은 바로 신미대사의 동생으로 불경 번역에 큰 힘을 썼으며 ‘복천사기(福泉寺記)’, ’상원사 중창기(上元寺 重創記)‘ 등이 남아 오늘까지 전합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 넘어가 보겠읍니다.
문량 김수온이 글 머리를 썼으며 강중 서거정, 경우 강희안, 경순 강희맹, 중경 성임, 삼탄 이승소의 시로 모두 직접 손으로 쓴 필사본으로 추천사는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었으며 글씨는 동래 정사룡이 썼고, 가도 안견의 그림으로 석가와 아미타불을 그린 두 작품으로 끝을 맺었는데 그 그림은 딱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했지요. 맨 끝에는 왕의 도장인 어새가 찍혀 있어 참으로 오래된 것이었읍니다. 그래서 저는 종이 200장을 주고 바꾸었지요.
아! 나라 처음 열 때의 그 늠늠한 기상이 살아 있어서인지 글이 힘차고 막힘이 없으며 시를 지으신 님 뿐만이 아니라 그림 역시 모두 대가이며 뛰어나 님들이라 참으로 귀중한 작품이라 감히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꼭 평가를 해야 한다고 하면 저의 부족한 눈으로는 글은 불승에 환히 밝아서 그러니까 감정이나 느낌을 참거나 억누르지 못하여 솟구쳐 그저 손 가는대로 뽑아오긴 했지만 어떤 곳에서는 살짝 진부한 데로 흘렀읍니다. 또한 시는 이미 말씀을 드린대로 힘차고 막힘이 없으며 무게가 있으나 울림이 조금 부족한 듯하여 격이 낮고 속된 점도 살짝 남겨 놓은 듯합니다. 글씨 또한 일정한 모양으로 잘 짜여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살아 꿈틀거림을 엿볼 수 없어 왕희지나 조맹부의 뛰어난 필법을 느낄 수 없읍니다. 그림 또한 진실하여 거짓이 없긴 하나 불가의 짙은 향기를 느낄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색깔도 풍부하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이렇게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하여, 보다 쉬운 풀이를 위하여 부족할지도 모를 저의 생각에 용기를 내어 보았읍니다. 너른 이해를 구합니다.
이런 오늘도 고마움으로 교산 허균의 성정을 살짝 엿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첫댓글 오늘은 월요일이라 교산 허균의 '성소부부고'를 읽는 날입니다.
문부1 서(序)로 '사한전방(詞翰傳芳) 서(序)'입니다.
이것은 시집으로 신미대사가 엮은 시집입니다.
동생인 김수온이 글 머리를 쓴 시집입니다.
오늘은 보다 쉽게 풀이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렸읍니다.
3시간 넘게 더 들었으니까요.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시기를 빌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