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이은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방송개편으로 지난 4월 17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6개월만에 조기종영되고 후속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방영되고 있다. 개편의 후폭풍으로 뒤숭숭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출발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빨리 자리를 잡으며 인기프로로 부상하고 있다. 라디오에서 탁월한 진행과 입담으로 인기를 얻었던 신임 진행자 유희열은 자신의 이름을 건 지상파 음악프로에서도 라디오에서 쌓았던 명성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하였다.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폐지된후 후임을 맡은 이하나씨는 진행자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였다. 꾸밈이 없는 편안하고 수수한 인상은 심야시간대의 음악프로 이미지에 적합하였지만 다듬어 지지 않은 설익은 진행과 멘트 상황에 적절한 순발력 부족등 초보 진행자가 가지는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노출할수 밖에 없었다. 딱히 진행상의 실수는 없었지만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오랫동안 길들여지고 익숙해진 올드 시청자들에겐 그녀의 불편한(?)진행이 만족스럽지 못했을것이다. 초보지만 무난하게 프로그램을 이끌어왔으나 끝내 개편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폐지되는 비운을 맞았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갈 시간적 여유를 주지않고 폐지할바엔 차라리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그대로 두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페퍼민트의 페지를 바라보며 문득 예전 2005년 mbc 라디오 이가은씨가 진행했던 "모두가 사랑이에요"가 떠올랐다. 이가은과 이하나는 시간은 달랐지만 상황은 똑같은 판박이였다. 페이지 6집 활동시기였던 2005년 1월초 갑작스런 라디오 dj를 제의받았다.그동안 여타 라디오 프로의 게스트로 출연한 적은 있으나 진행자 경험은 전혀 없었다. 그녀도 진행자 초년병 시절엔 예상치못한 돌발상황도 겪고 실수도 저질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하고 능숙한 진행으로 심야시간의 불리한 조건(당시 새벽 2시~4시)에도 불구하고 고정 열혈 청취자들을 확보하며 인기를 누리며 진행자로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라디오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하며 맛을 알아갈때쯤 4월에 들이닥친 개편은 그녀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결국 3개월만에 물러나고 말았다.
후임으로 차미연 아나운서가 바통을 이어받았지만 황금기를 누렸던 이가은시절에 비해 인기는 식어갔고 방송시간도 1시간 축소되며 얼마가지 못하고 폐지되고 말았다. 이가은이 진행하던 시기에 나도 신청곡에 사연을 하나 보낸적이 있는데 생일을 자축하는 간단한 내용이었고 신청곡은 이소은의 키친이었다. 많은 청취자들의 신청사연에 묻히고 청취하기가 쉽지않은 시간대라 듣지 못했는데 내가 보낸 사연이 채택되서 방송을 탓는지는 모르겠다.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조정을 하면서 특정구간의 수요가 적고 막연히 장거리 비효율노선이라는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기존 노선을 폐지하고 대체노선을 신설했으나 오히려 비효율적인 노선구성에 다른 교통수단과의 환승체계가 미흡해서 승객들의 외면을 받다가 얼마가지 못하고 폐선되거나 유사한 구간을 경유하는 노선에 통폐합되는 사례가 있다. 이하나의 페퍼민트가 신설된 후 얼마가지 못해 6개월만에 종영된것과 이가은의 모두가 사랑이에요 하차이후 진행자를 교체하였으나 청취율 급감과 시간축소로 폐지의 수순을 밟은것이 당국의 근시안적이고 무계획적인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조정의 부작용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다.
이가은에 대한 부분도 있지만 서두에 이하나씨에 관한 이야기를 지루하게 늘어놓은건 그녀와 이가은씨가 모종의 인연으로 이어져있기 때문이다. 순전히 내 개인 생각이지만 이가은은 전생에 어떠했는지 몰라도 얼굴을 처음 보았지만 알게모르게 인연이 많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하나는 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윤사월이란 비중있는 배역을 맡았고 이가은은 그 드라마에서 삽입곡인 "여자가 사랑할 때"를 불렀기에 공식적으로 대면한 적은 없어도 드라마에서는 인연이라고 볼 수 있다. 페퍼민트 메인 진행을 맡았을때 초대손님으로 나왔으면 멋진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으며 아마 "태양의 여자"스페셜로 꾸며졌을 것이다, 비록 2006년 이후 앨범을 내지 않아서 지금까지 공백기가 길어 여타 공중파 프로의 출연이 쉽지 않겠지만 페퍼민트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서 초대손님 신청을 생각했고 프로가 길게 이어질것이라 예상했지만 갑작스런 개편으로 폐지되는 바람에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생각으로만 담아두고 실행을 하지 못한 점이 후회된다. 만일 채택되었더라면 올해 생일을 앞둔 이가은씨에게 기억에 남는 멋진 생일선물이 되었을텐데...
태양의 여자는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정작 "여자가 사랑할 때"는 2008년 9월에 열렸던 페이지 리스타트 루나틱 콘서트를 제외하곤 다른 곳에선 라이브를 본 적이 없다. 또다른 좋은 노래를 무작정 묻어버리고 덮기엔 아깝지 아니한가? 오랜만의 공중파 나들이도 시킬겸 가요팬들을 만나서 오랜시간 잊혀졌던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며 "여자가 사랑할 때"도 들을 수 있고 그동안 침체기였던 카페 분위기를 올릴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런 절호의 기회를 나의 우유부단으로 실기(失機)한게 아쉽기만 하다. 졸지에 수취인 불명의 편지가 되었는데 유희열에게라도 부탁을 해야 할까? 이제라도 "있을때 잘해"라는 트롯트 노래가사처럼 기회가 있을때 그냥 흘러버리지 말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꽉 붙들어 움켜잡아야겠다. 문득 "여자가 사랑할 때" 라이브를 듣고 싶다.
<뱀발>
유희열의 스케치북 초대손님 신청(혹시 관심있으신 분들)
http://www.kbs.co.kr/2tv/enter/sketchbook/board/menu02/index.html
첫댓글 반면교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 반면교사님이 가은님의 노래에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신 것이 마음깊이 절절하게 느껴옵니다. 러브 이가은 가족은 반면교사님의 마음과 같습니다. 장문의 좋은 글 잘 올리셨습니다.
저도 반면교사님에 생각에 공감합니다.^^
반면교사님 글을 읽고 보니,,,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드네요... 아마도 가은님의 노래를 사랑하는 팬분들이라면 엄청 공감이 갈 겁니다... 좋은 날이 있기를 기원하며... 생일모임때 많은 분들 뵜으면 좋겠네요... 반면교사님 또한 무척 뵙고 싶구요. ^^
너무 좋은글 잘읽엇습니다.. ^^
'여자가 사랑할 때'... 또 하나의 명곡인데...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가은님의 라이브가 듣고 싶어지네요....
아 ! 그런 극적 연출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반면교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