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정직하고 진실하게 재판을 진행해 이 핍진(乏盡)한 언론 환경에서도 정의가 살아있음을 증거해 주기 바랍니다.
-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와 한상진 기자에 대한 대통령 후보자 윤석열 명예훼손 혐의 재판이 7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시작됐다.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의 <입장문>과 [주간 뉴스타파] 검찰 ‘뇌피셜’ 공소장에 판사도 “이게 명예훼손 공소장 맞나?” 뉴스타파 기사를 가지고 온다.
<입장문>
소위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이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이 사건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이 사건을 일부 정치 검사들이 작당해 벌인 정치 수사로 규정합니다. 오로지 검사 출신인 대통령 윤석열의 심기를 경호하고, 검찰 정권을 보위하겠다는 욕망으로 검찰권을 남용한 부조리극으로 평가합니다.
검찰은 유력 대선 후보를 검증한 언론 보도 중 대통령 윤석열에게 불리했던 기사만 문제 삼아 뉴스타파를 비롯한 여러 전현직 언론인들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검사 10여명을 투입해 특별수사본부까지 차리고 10개월 넘게 수사했습니다.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불법 수사를 밀어붙였습니다.
이번 수사는 수사 자체의 정당성도 없지만, 수사 과정도 불법투성이였습니다. 검찰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 내용을 무시한 채 불법 압수수색을 전방위로 진행했고, 증거를 조작해 법정을 모독하고 언론플레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했습니다.
이렇게 온갖 불법을 저지른 뒤, 검찰은 상상에다 정치적 의도를 더해 걸레 같은 공소장을 만들어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검찰과 대통령실, 여당인 국민의힘이 삼각 편대를 구성해 진행한 희대의 언론탄압입니다. ‘사형에 처해야 할 반역죄’, ‘희대의 대선 정치 공작’, ‘일급 살인죄에 해당' 같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이 난무했고, 곧바로 검찰 수사에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선 후보 검증이라는 언론의 역할과 사명은 쓰레기통에 내던져졌습니다.
최근 검찰은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등 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부인 김건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내던졌습니다. 피의자가 검사를 소환해 벌이는 수사, 피의자가 검사를 무장해제하고 진행한 수사라는 전례 없는 국기문란행위가 벌어졌습니다.
저는 제가 피고인이 된 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과 피의자 김건희에 대한 황당한 수사로 대한민국 검찰이 파산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이 왜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면 안 되는지를 보여준 결정적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재판은, 대한민국 검찰의 존재 가치가 무너지는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드립니다.
먼저 저는 오늘부터 진행되는 재판에 적극적으로 임하겠습니다.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입증하는 동시에 검찰의 불법행위와 거짓말, 반헌법적 수사관행을 고발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불법 수사에 가담한 검찰 관계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도 조만간 진행하겠습니다. 제 개인뿐만 아니라 뉴스타파 차원에서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수사 대상이 된 뉴스타파의 대선 후보 검증 보도와 관련, 사실을 날조하고 왜곡한 정치인과 언론사를 상대로 한 법적 조치 역시 조만간 시작할 예정입니다. 민형사 등 법적 조치 대상자의 명단과 혐의를 공개하는 자리는 따로 마련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언론인 여러분께도 한 말씀 드립니다.
그 동안 많은 국민들이 언론인들, 특히 법조기자들에 대해 많은 비판과 질책을 쏟아냈습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지 않고, 검찰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쓴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언론인들의 입장과 노력을 이해합니다. 모든 정보를 검찰이 손에 쥐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인들이 취재에 한계를 느껴 어쩔 수 없이 발생한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저는 이번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에서만큼은 과거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 대한 언론 취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제 개인뿐만 아니라 뉴스타파 차원에서도 가능한 선에서 언론이 필요로 하는 각종 기록을 공개하겠습니다. 최소한 피고인이 취재에 협조하지 않아 검찰발 기사가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 사건에 관심있는 언론인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4.7.31.
뉴스타파 기자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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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뉴스타파] 검찰 ‘뇌피셜’ 공소장에 판사도 “이게 명예훼손 공소장 맞나?”
이날 재판은 재판장이 쟁점을 정리하고 재판 계획을 짜는 공판준비 기일이었다. 이 자리에서는 그동안 검찰이 언론에 공표한 일방적 피의사실이 아닌, 법원이 검사와 피고인 측 초기 주장을 바탕으로 파악한 사건의 구도가 드러났다. 그런데 재판장은 이날 검찰에 이례적으로 공소장을 상당 부분 수정하라고 했다. 첫 재판 내용과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쟁점을 정리했다.
Q. 재판장이 검찰에 공소장을 다시 쓰라고 했다는데
여러 언론이 이미 보도한 대로, 이날 재판장은 검찰 공소장 내용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수정하라고 했다. 이유는 공소장에 공소사실이 아닌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대통령 후보자이던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소했다. 따라서 검찰은 재판에서 뉴스타파가 명예를 어떻게 훼손했는지를 밝히면 된다.
그런데 공소장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의 이재명 측과의 유착 관계 은폐 목적 ‘공산당 프레임’ 유포를 위한 ‘언론 작업’” 같은 내용들이 나온다. 만일 이게 죄라면 ‘프레임 유포죄’라도 주장해서 기소하면 된다. 하지만 그런 죄가 없으니, 검찰이 그렇게 하지는 못하면서도, 이런 내용을 여러 대목 써 넣은 것이다. 재판장은 이런 내용을 다 정리하라고 했다.
Q. 검찰은 왜 재판장이 삭제하라고 지적할 내용을 썼나
공소장을 수정하라는 재판장에게 검찰은 “배경 설명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장은 공소장일본주의(公訴狀一本主義‧Principle of Written Indictment Only)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 원칙은 검사가 공소사실을 특정하지 않아, 피고인이 무엇을 방어할 지 모르게 만드는 일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하면 대법원 판례(2009도7436)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을 받는다.
그렇다면 검찰은 왜 공소기각 위험을 무릅쓰고, 윤석열 명예훼손과 무관한 내용으로 공소장을 채웠을까. 검사의 의도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다만 재판장이 삭제하라고 지적한 내용 상당 부분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관련한 것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검찰은 이번 윤석열 명예훼손 재판을 사실상 ‘또 다른 이재명 재판’으로 만들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
Q. 검찰은 재판장의 공소장 수정 지시를 따를 것인가
검찰이 공소장을 고치는 시늉은 하겠지만 제대로 수정할 가능성은 적다고 형사법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유는 공소장을 제대로 쓰면, 윤석열 재판이 되기 때문이다. 뉴스타파의 혐의는 ‘윤석열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봐줬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석열의 봐주기 여부가 재판의 핵심이고, 윤석열 재판이 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재 공소장으로는 이재명의 공산당 프레임 같은 것을 다루어야 한다.
게다가 검찰이 공소장일본주의를 위반해도 법원이 공소기각을 하지 않고, 유‧무죄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게 검사들의 생각으로 짐작된다. 실제로 법원이 과감하게 공소기각을 하지 못하고 결론을 내리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제대로 수정하지 않았을 때, 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Q. 명예훼손이 반의사불벌죄라는 건 무슨 의미인가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가 아닌 국가다. 하지만 처벌에 피해자 동의가 필요한 범죄가 있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원해야 공소를 제기하고,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반대하면 공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이처럼 친고죄와 달리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수사와 공판을 시작할 수는 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까지 했지만,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가 말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법원이 유‧무죄 판단 없이 공소기각 판결을 한다. 이런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 실무에서는 친고죄든 반의사불벌죄든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의 처벌 의사 유무를 확인한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사를 확인했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만에 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뉴스타파 재판 상황을 보다가 뒤늦게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다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불필요하게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 더구나 이른바 피해자가 공인 중의 공인인 대통령인 만큼, 하루빨리 처벌을 원하는지 아닌지를 밝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Q. 뉴스타파 명예훼손 재판의 핵심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라는데
뉴스타파가 기소된 혐의는,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이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2항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이다. 따라서 재판의 핵심은 뉴스타파가 ‘거짓의 사실’을 드러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검찰이 ‘허위’로 지목한 뉴스타파 보도는, 2011년 윤석열 주임검사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이 사건 관련자 조우형 등을 봐준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재판에서는 이러한 사실이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검찰은 그러한 사실이 없다면서 수사 기록을 제출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형사재판 전문가들은 검찰이 제출하는 기록으로 검찰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그래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관련자들이 법정에서 증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경우 부산저축은행 주임검사였고, 검찰에 의해 뉴스타파 보도의 피해자로 지목된 윤석열 대통령이 법정에 나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Q. 김만배 씨가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내용은 사실이라고 확인했는데
검찰이 범죄사실로 기소한 뉴스타파 기사는 2022년 대통령 선거일 사흘 전 보도로 김만배-신학림의 대화 녹음파일을 요약한 것이다. 이 대화에서 김만배 씨는 윤석열 검사가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들을 봐줬다는 취지로 얘기했다. 그런데 김만배 씨가 이 사건 수사 시작 무렵인 지난해 가을 구치소에서 나오면서 신학림과의 대화는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허위 인터뷰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윤석열 검사는 (사건을 무마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라며 모호한 답변을 했다.
그런데 7월 31일 재판에서 김만배 씨는 변호인을 통해 “신학림에게 한 말은 사실인데, 검찰은 내가 (허위 인터뷰를) 작업한 것처럼 기소했다”라고 밝혔다. 이른바 김만배-신학림 녹취 파일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물론 김만배 씨가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는 의도에서 한 얘기일 수도 있다. 어쨌든 앞으로 검찰은 김만배 씨의 자백 없이 다른 방법으로만 대화가 허위였음을 밝혀야 한다. 따라서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대한 검증이 이번 재판에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