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평 : 2라운드 백스핀 엘보가 승부의 방향을 결정지어 버렸습니다.
<1라운드>
탐색전 라운드였습니다. 오르테가가 오늘의 전략을 미리 말해주는 듯 했습니다. 원거리 로우킥, 원거리 잽, 뒷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언제라도 후퇴할 수 있는 자세. '넌 어차피 레슬링 그라운드 싸움 못걸어. 타격 포인트 대결로 간다'
좀비 역시 오늘의 전략은 이전과 같습니다. 본인이 제일 잘하는 두 주먹으로 상대방 요리하기. 기회오면 KO로 피니시.
오르테가가 유효타가 조금 더 많아 오르테가가 1라운드 가져갔지만 정찬성이 오르테가와의 거리에 적응 중이었고 이정도면 다음 라운드부터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라운드>
역시 예상대로 4분이 흐를 때까지는 거리에 적응 중인 정찬성의 라운드였습니다. 원투 훅, 원투 어퍼가 안면에 적중됐고 타격세팅이 잘 이루어지며 분위기를 점점 끌어올렸습니다. 이대로 2라운드 끝나면 2라운드는 확실히 정찬성이 가져가는 거였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었죠. 그러나 불행하게도 1분 남기고 백스텝으로 도망가던 오르테가의 백스핀 엘보에 다운을 내줬습니다. 무리하게 쫒아들어가지 않았더라면...ㅠㅠ 오르테가는 이후 라운드에도 백스핀 엘보를 시전하는 걸로 보아 준비한 무기라고 생각됩니다. 정찬성은 바로 회복하고 근거리 난타로 일단 오르테가를 후퇴시켰으나 종료 직전 케이지 근처에서 테이크 다운 후 파운딩도 허용했습니다.
<3라운드>
여기부터 정찬성의 머릿속은 복잡해졌을껄로 예상합니다. 초반 1-2라운드를 다 뺏겨버린 경기는 너무 오랜만이거든요. 다 잊어버리고 2라운드 때 흐름 좋았던 첫 4분을 떠올리며 그걸 다시 수행했어야 하는데 머릿속 한구석에서 '한방 KO'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 걸로 보입니다. 적어도 2라운드때 빼앗겼던 '다운' 정도는 되찾아 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머리를 지배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르테가는 여유롭습니다. 본인도 1-2라운드 본인이 가져간 걸 알거든요. 원래 준비해왔던 전략만 더 충실하게 수행하면 됩니다. 원거리 로우킥, 원거리 잽, 뒷발로 언제든지 백스텝. '이제 난 큰거만 안맞고 시간 흘리면서 점수 짤짤이만 하면 된다!!'
정찬성은 본인이 준비해온 타격세팅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마인드는 '역전 한방' 생각이 자주 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거리가 되어 버립니다. 과감하게 근거리로 가서 난전을 유도하는 것도 아니고 적정거리에서 타격세팅을 하는 것도 아니고 큰거 한방 언제든지 때린다는 생각에 안면 디펜스도 약화됩니다.
오르테가는 정찬성이 무리하게 거리를 좁히려고 할 때마다 원거리에서 툭툭 잽을 던집니다. 1라운드 때는 잘 안맞았는데 어라, 3라운드때는 쉽게 적중하기 시작합니다. 로우킥과 오지마 킥도 섞어 줍니다.
정찬성은 3라운드에 아무것도 못해보고 끝이 납니다. 오르테가는 그냥 거리 견제만 했는데 너무 쉽게 3라운드를 가져갑니다.
<4라운드>
오르테가는 이미 깨달아 버렸습니다. 3라운드 경기 내용을 또 반복하면 오늘 경기 이긴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건 수행하기 너무 쉽고 정찬성 안면이 열리기 시작하는 것도 경험했습니다. 자신감이 넘치기 시작합니다.
정찬성은 4라운드 직전 코치에게 '몇 라운드' 인지 물어봅니다. 심리적으로 쫒기고 있기 때문에 나온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도 앞 전 3개의 라운드를 뺏긴 걸 알고 이제 역전KO말고는 답이 안나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4라운드도 3라운드의 반복입니다. 타격 세팅 후 기회를 보아 KO로 끝내거나, 상대방이 들어오는 걸 카운터로 받아쳐서 KO시키는게 정찬성의 스타일인데 빨리 큰거 1방 맞춰서 역전해야겠다는 마인드 때문에 거리싸움하면서 타격세팅을 수행 못합니다. 그렇다고 오르테가가 정찬성을 죽이러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얄밉게 원거리 짤짤이를 계속 날려줍니다. 정찬성 안면에 잽이 툭툭 적중됩니다. 공격해서 역전시켜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디펜스가 너무 쉽게 열리기 시작합니다. 자신감이 붙은 오르테가는 테이크다운도 섞어 줍니다. 정찬성 안면에 커팅도 냅니다.
4라운드도 너무 쉽게 오르테가의 승리로 끝납니다.
<5라운드>
역전KO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이전 라운드의 동일한 반복입니다. 결국 이대로 경기 끝났습니다.
정찬성은 2라운드를 본인 라운드로 가져가지 못하고 불운한 스피닝 엘보를 맞으면서 오르테가한테 2라운드를 헌납해버린게 모든 걸 망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스노우볼이 구르기 시작해 무기력한 경기패배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만약'이라는걸 가정해봐야 아무 의미없지만 정찬성이 2라운드 1분 남기고 스피닝 엘보를 맞지 않았고 이전 2라운드 4분간의 흐름대로 2라운드를 마무리 지어서 2라운드를 본인이 가져갔다면 3라운드부터는 더 재밌는 경기가 되었을꺼라고 생각해 봅니다.
예전 동킴 vs 코빙턴 처럼 동킴이 할 수 있는거 다 해봤는데 모든 면에서 발려버린 그런 경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정찬성 선수 고생 많으셨고 다시 일어서서 언젠가 리벤지 및 챔프전 도전하시길 기대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