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 골목길 투어
대전 연세해맑은치과 (치아교정,교정치과) .
햇살 따라 어디든 걷고 싶어지는 계절이다.
무작정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목적지 없이 거닐다 보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로운 풍경으로 반갑게 다가온다는 것을. 자연이 아름다운 숲 속 오솔길 등도 즐거운 길이지만 눈뿐만 아니라 입이 동시에 즐거울 수 있는 도시의 골목길은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골목’은 사전적 의미로는 큰길에서 들어가 동네 안을 이리저리 통하는 좁은 길을 말한다. 좁지만 끝도 없이 이어진 골목길은 어린 시절 나의 놀이터였다.. 지금은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솜사탕도 골목길에서 사먹었고 모든 놀이와 체력 단련도 골목길에서 이루어졌다. 사십 대의 내가 지금 사는 곳은 신도시에 가까워 가끔 씩 예전의 추억 속 골목길의 모습이 그립기도 한다
마음먹고 걷기로 작정을 한 날 오랜만에 서촌을 찾아갔다. 경복궁 너머의 북촌이나 인사동은 너무 혼잡해서 패스하고…골목의 정서가 그나마 남아있고 요즘 들어 조금씩 뜨고 있는 서촌이 볼거리도 많을 것 같다는 기대가 되었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 동네를 이르는데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에 자리한 청운동, 효자동, 옥인동 일대를 말한다. 양반동네였던 북촌과 달리 중인들이 살았던 서촌에는 통인시장이 있다. 그 시장 안에는 얼마 전 외국 국빈의 서울 방문 때 기름떡볶이로 더욱 유명해진 할머니도 계신다. 서촌의 느린 변신을 기대하며 동네에 들어섰다. 9번 마을 버스가 좁을 길을 오가지만 역시 걷는 사람이 많았다
60년도 더 된 대오서점을 지나 동네 사랑방과 같은 정자를 지나면 그 뒤로 통인시장 입구가 보인다. 주변에는 오래 되었거나 새로 생긴 작은 가게들이 주욱 늘어서 있고 기름떡복이 할머니도 여전히 떡볶이를 만들고 빈대떡을 지져내고 계셨다. 군것질거리가 주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와 행복감은 정말 짱이다!
통인시장을 나와서 수성동 계곡 쪽으로 걷다 보면 ‘박노수 미술관’이 나온다. 1930년대 친일파 윤덕영이 딸을 위해 지은 집으로, 동양화가 박노수 선생이 소유하다가 최근 종로구에 기증해 ‘종로구립미술관’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색이 근사한 수묵담채 그림도 멋지지만 다락과 서재, 작은 정원 등이 잘 보존되어있어서 가옥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미술관에서 나와 걸어가다 보니 벚꽃이 한창이어서 꽃잎이 바닥에 깔려 꽃 길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때마침 바람이 불면 같이 흩날려 봄날의 운치를 더해주기도 하였다. 딸아이는 마냥 좋아 뛰어다니고 덩달아 나두 입이 귀에 걸린다
낮은 오르막에 이르면 길이 끝나고 새로운 길이 시작되는데 이 곳이 인왕산 자락 수성동 계곡의 시작이다. 공원처럼 조성이 되어있어 쉼터도 있고, 오솔길 같은 길이 잘 닦여 있어서 기운이 남아있다면 산으로 더 걸어 올라가도 좋을 것 같다. 날씨가 가물어서인지 계곡 물은 말라있었지만 인왕산의 늠름한 산세와 어우러져 풍류가 넘치는 듯했다.
반나절 동안의 산책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제대로 느슨해진 느낌이다.. 얼마전 tvN 의 “ 꽃보다누나” 에서 윤여정이 말한 “오래된 돌길의 아름다움” 이 우리에게는 이런 골목의 즐거움으로 남아 있는데…이미 사라진 곳이야 어쩔 수 없지만 남아 있는 곳 중에 지킬 만한 곳은 지켜서 언제라도 찾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옛 골목과 관련된 정보를 찾다 보니 몇 년전 나온 책 한 권이 눈에 띈다.
<이 길 끝에 네가 서 있다면 좋을 텐데- 최갑수 골목산책>
골목이 만들어내는 다단한 삶의 풍경을 시인이자 여행기자였던 작가가 전국을 누비며 담은 책인데 사진도 멋지고 글도 부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