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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12 名峯] 수도 서울의 하늘금 완성하는 명불허전의 암봉들
글 김기환 편집장 사진 C영상미디어, 국립공원공단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03.
언제나 오를 수 있는 북한산의 명봉우리 12선
북한산北漢山은 도봉산과 함께 북한산국립공원을 이루는 대한민국의 명산이다. 최고봉 백운대白雲臺의 높이가 836.5m에 불과하지만, 국내 어느 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다양한 풍광을 품은 팔방미인 산이다. 산릉 곳곳에 위치한 웅장한 암봉과 기암들이 화려함을 뽐내며 조망 또한 환상적이다.
대도시 서울을 끼고 있는 북한산은 늘 많은 등산객으로 붐빈다. 특히 최고봉인 백운대는 주말이면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탐방객이 집중되면 사고와 정체 등 부작용이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국립공원에서는 2010년 8월 31일 북한산둘레길을 개설했다. 이 산자락 길은 당시 불어 닥친 걷기 열풍과 함께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많은 이들이 북한산둘레길에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한산은 웅장한 암봉에 올라 주변을 조망하는 맛이 으뜸인 곳이다. 이번 달에는 그동안 너무 잘 알아서 눈길을 주지 않았던, 북한산의 여러 봉우리 가운데 등정이 가능한 12개의 명봉을 골라 독자들께 소개한다. 백운대, 승가봉, 문수봉, 의상봉, 족두리봉 등 인지도가 높은 곳은 물론, 응봉과 형제봉처럼 비교적 덜 알려진 곳들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영봉] 인수봉의 장관 감상하려면 바로 여기
글 김기환 편집장 사진 C영상미디어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17.
영봉靈峰(1)
난이도 ★
북한산 영봉靈峰(604m)은 대한민국 암벽등반의 메카 인수봉을 정면으로 조망할 수 있는 봉우리다. 예전에 이 봉우리 곳곳에 등반 도중에 숨진 산악인들의 추모비를 인수봉을 향해 세웠다. 영봉이라는 명칭은 이들 ‘산악인의 영혼의 안식처’라는 의미가 담긴 것으로 1980년대에 붙여졌다고 전한다. 영봉 추모비들은 2008년 모두 철거해 도선사 부근 무당골에 모아 합동추모비로 만들었다.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하루재를 거쳐 영봉으로 오르는 코스가 가장 짧다. 하지만 이 산길은 휴일이면 백운대 가는 등산객이 대거 몰려 복잡한데다 도로 구간을 피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영봉을 오롯이 즐기고 싶다면 육모정고개~영봉 능선길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영봉 능선길을 타고 백운대에 오른 다음 주능선을 따라 대동문에서 소귀천계곡 길로 내려서는 코스는 우이동 기점 원점회귀 코스 가운데 최고로 꼽는다. 비교적 호젓한 능선 길을 따라 웅장한 북한산 속살을 조망하고 완만하고 부드러운 계곡길을 따라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육모정고개~영봉 능선길 산행은 우이동 그린파크 앞에서 시작된다. 그린파크 앞에서 왼쪽 우이령 길을 따라 1km쯤 오르면 ‘영봉 2.6km’ 안내판이 서 있다. 여기서 음식점 사잇길로 접어들어 용덕사를 지나 육모정 고갯마루로 올라선다. 이후 암릉을 이룬 조망 좋은 능선을 계속 걷다 보면 영봉 정상에 닿는다.
우이동에서 약 1시간 30분 소요된다. 영봉에서 백운대로 가려면 급경사 능선길을 따라 200m 정도 떨어진 하루재 삼거리로 내려서야 한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원효봉] 백운대, 의상능선의 장엄한 뒤태를 한눈에!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이신영 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23.
원효봉(2)
난이도 ★★
백운대에서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상 마지막에 솟아 있는 원효봉元曉峰(505m)은 염초봉과 백운대·만경대·노적봉과 더불어 남쪽에 펼쳐지는 의상능선까지 한눈에 둘러보기 좋은 봉우리다. 원효봉이란 명칭은 봉우리 아래에 있는 원효암에서 유래한 것으로, 원효암은 661년 신라시대 원효 대사가 토굴에서 수행하면서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암자다.
원효봉으로 오르는 코스는 북한산성 입구 효자동에서 출발해 서암문~원효암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행 들머리인 효자동주민센터·효자파출소 정류장에는 704번, 34번 버스가 상시 운행되고 있어 접근하기도 편하다.
원효봉까지 약 2.3km, 시간은 1시간 15분 정도 소요되며 길이 잘 정돈돼 있어 산행난이도는 낮은 편이다.
원효봉 정상에 이른 후에는 북문을 거쳐 대동사 입구~개연폭포~북한산성 입구를 지나 북한산성탐방센터 방면으로 원점회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원효봉에서 능선을 따라 북문, 염초봉을 거쳐 백운대로 향하는 리지코스도 유명하다. 원효리지(혹은 염초리지)로 불리는 이 코스는 숨은벽·만경대리지와 더불어 북한산을 대표하는 3대 리지 코스 중 하나다. 난이도가 높지 않아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어 북한산 리지 입문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
산성입구에서 땀바위슬랩으로 원효봉에 오른뒤, 북문~염초직벽~책바위~피아노바위~춘향이바위~말바위를 지나 백운대에 오르는 코스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응봉] 매의 머리 닮은 조용한 능선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양수열 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16.
응봉鷹峰(3)
난이도 ★★★
북한산 12명봉 중 가장 높이가 낮은 것이 응봉鷹峰(333m)이다. 산 아래에서 보았을 때 매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한다. 응봉 꼭대기는 정상 안내판이 없으며, 숲 속이라 봉우리다운 경치가 없어, 대부분 그냥 지나치는 산길이다.
응봉이란 봉우리보다는 응봉능선의 손을 들어 준 것이며, 사모바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응봉능선 초반부에 황금비율의 경치가 드러나는 너른 전망바위가 있다. 이곳이 실로 응봉능선의 백미이다. 등산로 곁의 가파르지만 짧은 슬랩을 올라서야 전망대에 닿는다. 용의 거친 등골 같은 의상능선을 바로 곁에서 볼 수 있으며, 문수봉과 백운대가 경치를 완성한다. 응봉능선은 찾는 이가 비교적 적어 한갓진 산행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삼천사에서 응봉까지는 1km 거리이며 흙길이라 굳이 난이도를 따지면 ‘쉬움’이지만 중간 난이도로 꼽은 것은 상행이든 하행이든 비봉능선의 사모바위까지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쉬운 산행 코스는 구기동에서 승가사를 거쳐 사모바위에 올랐다가 응봉능선으로 하산하는 것이다. 응봉은 진관사에서도 오르는 산길이 있어, 진관사계곡을 거쳐 비봉과 사모바위에 올랐다가 응봉능선을 따라 원점회귀가 가능하다.
반대로 삼천사에서도 응봉능선을 거쳐 문순봉과 나한봉~나월봉을 거쳐 부왕동암문에서 삼천사로 원점회귀 가능하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족두리봉] 북한산 서부 지역 최고의 인기 암봉
글 김기환 편집장 사진 C영상미디어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18.
족두리봉(4)
난이도 ★★
북한산 서쪽 불광동 방면에 자리하고 있는 족두리봉(370m)은 쳐다보는 방향에 따라서 모양이 달라져 시루봉, 독바위, 수리봉 등 여러 가지로 불린다. 멀리서 보면 봉우리의 모양이 족두리를 쓴 것처럼 보이는 데서 이름이 유래했다. 독수리의 머리처럼 보인다 하여 수리봉 또는 인수봉과 닮았다 하여 ‘작은 인수봉’이라고도 부른다.
높이 100m, 폭 200m 정도 되는 화강암으로 북한산에서 인수봉, 노적봉 다음으로 규모가 큰 등반용 암장이다. 지하철 3호선 불광역에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자리하고 있어, 서울 서부지역 클라이머들이 자주 찾던 곳이다. 능선길이 완만하고 길이 좋아 인근 주민들이 운동 삼아 많이 찾는다.
불광동은 북한산 능선이 끝나는 지능선 자락이라 족두리봉을 경유하는 원점회귀 코스를 잡기가 쉽지 않다. 대호지킴터로 올라 족두리봉에 오른 다음 용화지킴터로 내려오는 코스가 그려지지만 2시간이면 끝나는 코스다. 산행의 강도를 조금 높이고 싶다면, 연신내역에서 불광중학교 뒤편 불광지킴터로 올라 향림담~향로봉~족두리봉~대호지킴터로 도는 코스가 적당하다.
불광지킴터는 연신내역이나 6호선 독바위역에서 접근한다. 은평06번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동수양관에서 내리면 가깝다. 독바위역에서는 900m에 10분 정도 걸린다. 대호지킴터는 불광역에서 800m, 독바위역에서 400m 정도 거리다. 10~20분이면 닿는다. 불광역에서 7720번 버스를 타고 불광1동 공용주차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걸어갈 경우 성서침례교회에서 대호아파트 사이로 올라 남해그린힐에서 맞은편 골목으로 들면 산 입구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백운대] 연중 인파로 붐비는 북한산 최고봉
글 김기환 편집장 사진 C영상미디어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03 10:07
백운대(5)
난이도 ★★★★★
북한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봉우리가 백운대白雲臺(836.5m)다. 북한산국립공원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라는 상징성을 지녀 연중 많은 이들이 몰리는 장소다. 만경대, 인수봉과 함께 삼각산이란 이름을 낳게 한 세 봉우리 중 도보 산행이 가능한 유일한 곳이다. 언제 찾아도 북한산 특유의 장쾌하고 시원한 바위산 조망이 펼쳐져 인기가 있다.
백운대로 오르려면 일단 위문까지 간다. 위문에서 계단을 타고 300m 오르면 백운대 정상이다. 위문까지 오르는 가장 대중적인 코스는 우이동 버스종점에서 찻길이 연결된 도선사주차장(약 1.6km)에서 시작하는 산길이다.
주차장 위 백운탐방지원센터에서 정상까지 약 2.1km로 1시간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버스종점부터 도로를 걸을 때는 할렐루야기도원 입구 삼거리에서 오른쪽 백운대 제2지킴이터로 올라서는 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숲 좋은 능선길이 옛 우이산장 위쪽 갈림목으로 이어진다. 북한산성 방면에서 출발해 보리사를 거쳐 위문까지 오를 수 있다. 이 코스는 약 3.1km 거리로 2시간 20분쯤 걸린다.
백운대 등정 후 북한산의 웅장한 산세를 제대로 살피려면 주능선 코스를 걷는 것을 추천한다. 주능선 산행은 보통 위문에서 불광역이나 북한산성 입구를 목표로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능선 코스는 중간에서 하산할 수 있는 갈림목이 많아 일정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백운대 산행 기점인 우이동으로 가려면,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서 우이동행 153번 또는 120번 버스를 이용한다. 또는 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우이신설 경전철’로 환승해 ‘북한산 우이역’까지 간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의상봉] 북한산 산행의 끝판왕!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이신영 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07.
의상봉(6)
난이도 ★★★★★
북한산국립공원 내에 위치한 봉우리 중 걸어서 갈 수 있는 코스 중에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북한산의 백미로 꼽히는 것이 바로 ‘의상능선’이다. 의상봉義湘峰(502m)은 바로 이 의상능선의 첫 출발점이 되는 봉우리다.
의상능선은 의상봉부터 남쪽의 용출봉~용혈봉~증취봉~나월봉~나한봉을 거쳐 문수봉까지 이어진다.
봉우리 이름은 신라 고승 의상義湘이 머물렀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했다.
의상봉으로 오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약 300m 오르면 오른쪽에 나타나는 이정표를 따르면 된다. 여기서 의상봉까지는 약 1.2km, 1시간 남짓 걸린다. 로프와 계단이 잘 설치돼 있어 안전한 편이지만, 두 손을 모두 사용해서 기어올라야 하는 구간이 많아 난이도가 높다.
의상봉으로 오르는 길은 힘들지만 토끼바위에서부터 은평구 방면으로 장엄하게 열리는 전망이 빼어나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
의상봉으로 오르는 능선길의 조망은 은평구 방면으로 넓게 열려 있어 시원하다.
체력적으로 의상봉에 오른 뒤 능선을 진행하기 어렵다면 가사당암문에서 국녕사 방면으로 하산해 북한천을 따라 원점회귀하면 된다.
국녕사에는 동양 최대 크기의 청동 좌불이라는 국녕대불이 있다. 2000년 국녕사 입구에 세워졌으며, 크기는 지표로부터 24m에 이른다.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고 있는 형태의 합장환희불로 국녕대불을 에워싸고 있는 구조물에는 부처님의 만불을 모신 만불전이 진열되어 있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비봉·향로봉] 우리 땅의 역사 품은 멋진 봉우리
글 김기환 편집장 사진 C영상미디어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10.
비봉(7)&향로봉(8)
난이도 ★★★
북한산 비봉은 신라 진흥왕순수비가 있는 봉우리다. 1400여 년 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 북한산과 한강 일대를 점령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진흥왕이 세운 비석이다.
신라의 비석 중 가장 북쪽에 있는 유물이다. 진흥왕순수비는 국보 제3호로 지정되어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전해 보관하고 있다.
현재 있는 정상에 세운 비석은 복제한 것이다. 비석이 있던 비봉 일대는 사적 제228호로 지정되어 있다.
북한산 향로봉香爐峰(535m)은 비봉과 족두리봉 사이에 있는 봉우리로, 탕춘대성 방향에서 바라보면 봉우리 모양이 향로처럼 생긴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
구파발 방면에서 보면 사람 옆모습을 닮았다 하여 ‘인두봉’이라고도 하고, 세 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졌다 하여 ‘삼지봉’이라고도 한다. 향로봉 암릉은 위험구역으로 2인 이상 안전장구를 갖추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
향로봉 정상부는 두 개의 암봉으로 되어 있다. 엄밀히 따지면 비봉에 더 가까운 암봉이 정상이다. 그러나 표지석 등 별다른 표시는 없다. 비봉에서 불광동 방향으로 진행하다 만나는 향로봉 이정표 뒤의 암봉이 정상이다.
비봉과 향로봉 산행은 구기동 기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쉽다. 완만한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해 경사를 높여 가며 사면을 올라 주능선에 닿은 뒤 봉우리에 오르는 코스다.
이북5도청 안쪽의 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금선사를 경유해 비봉까지의 거리가 2km에 불과하다. 비봉에서 서쪽으로 500m쯤 가면 향로봉에 닿는다.
구기동 기점은 이북5도청으로 가는 7212번 또는 7730번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버스정류장에서 비봉탐방안내소까지 약 600m 거리.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나한봉·나월봉] 500나한처럼 변화무쌍한 황금뷰 능선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양수열 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09.
나한봉(9)·나월봉(10)
난이도 ★★★★★
나월봉(651m)·나한봉(692m)은 알려지지 않은 명봉이다. 능선 위로는 문수봉이라는 걸출한 암봉이 있고, 아래에는 훤칠한 암봉인 의상봉과 용출봉이 있어 화려함이 가리었다.
의상능선 중간에 두 봉우리가 있어 산행 중 지나치는 봉우리로 인식되는 것도 있고, 나월봉은 우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 사람들이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있다.
나월봉·나한봉은 봉우리 자체가 가진 매력보다는 그 능선의 수려함이 탁월하다. 부왕동암문~나월봉~나한봉 구간은 1km로 짧지만, 북한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라 해도 손색없다. 백운대·만경대·노적봉이 우아한 곡선으로 드러나고, 비봉능선이 현란한 굴곡으로 드러난다.
나월봉은 암봉이 달을 닮았다 하여 생겼다는 설이 있으며, 개성 천마산 나월봉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리 불린다는 설도 있다. 나한봉은 가깝게 자리한 문수사 천연동굴의 오백나한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측된다.
국립공원에서 ‘매우 어려움’으로 분류한 코스답게 산행은 쉽지 않지만, 주의하면 어렵지도 않다.
나월·나한 능선이 암릉이라 어려운 것도 있지만, 부왕동암문까지 어떤 코스를 택해도 1시간 이상 비탈을 올라야 하기에 체력적인 면에서 쉽지 않은 것도 있다. 어렵다 해도 국립공원 정규등산로이니, 낭떠러지 바윗길엔 철제난간 시설이 있어 집중하면 갈 수 있다.
나월봉은 우회해 뒤쪽에서 난간을 넘어가면 기막힌 경치가 펼쳐지는 암릉지대에 닿는다. 막아 놓았으나 편안한 흙길이라 어렵지 않다. 나한봉으로 가는 길에 트인 바윗길이 많다. 나한봉 정상은 북한산성 치성雉城이라 너른 터가 있어 쉼터로 제격이다. 치성은 산성에서도 관측하기 좋은 전망대 역할을 한다.
암릉산행과 체력에 자신 있다면 의상능선 가장 아래 봉우리인 의상봉부터 시작해 용출·용혈·증취를 거쳐 나월·나한봉을 타는 것이 가장 교과서적인 산행이다.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에서 의상능선을 주파해 청수동암문까지 4km 거리이지만 경사가 심하고, 주의를 요하는 바윗길이 있어 최소 2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하산은 문수봉에 올랐다가 대남문에서 구기동으로 하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삼천사에서 부왕동암문으로 올라와 나월·나한봉을 타고 삼천사로 원점회귀도 가능하다. 체력과 시간만 충분하다면 의상능선이 끝나는 문수봉에서 다양한 코스를 잡을 수 있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승가봉] 비봉능선에 솟은 아늑한 전망바위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양수열 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14.
승가봉(11)
난이도 ★★★
승가봉僧伽峰(567m)은 비봉능선 한가운데 솟아 있어 구기계곡과 승가사, 사모바위, 그리고 사자능선과 보현봉을 조망할 수 있는 봉우리다.
승가봉이란 명칭은 봉우리 바로 아래 위치한 승가사僧伽寺에서 유래했다. 승가사는 756년 낭적사의 승려 수태가 창건했으며, 독특하게도 서역인인 승가대사를 봉안한 사찰이다.
승가사 위쪽 암벽에 조각된 마애석불상은 신라부터 조선조에 이르는 1400년간 왕상공경王相公卿이 국난 때마다 참배기도를 드려 부처의 은혜를 입었으며, 백성의 소원도 한 가지만은 꼭 이뤄 주는 영험이 따랐다고 한다.
승가봉으로 오르는 최단코스는 구기탐방지원센터 방면의 길이다. 구기분소 방면과 혜림정사 방면 모두 승가사 아래에서 길이 합쳐져 비봉능선에 올라타게 된다. 승가사까지 약 1.5km, 승가봉까지는 약 0.9km로 1시간 20분 정도 걸린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문수봉과 승가봉을 연계해서 산행한다. 대표적으로는 구기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 구기 삼거리에서 왼쪽 승가사방면이 아닌 우측 구기계곡을 택해 대남문~~문수봉을 거쳐 승가봉과 사모관대와 닮은꼴을 하고 있는 사모바위를 지나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있다.
비봉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해 비봉~승가봉~문수봉을 차례로 넘는 코스도 인기가 높다. 양 코스 다 7km 내외로 3시간 30분 남짓 걸린다.
사모바위 바로 아래에는 1968년 1.21사태 당시 김신조 일행이 은신했던 굴이 있으며, 현재는 안보체험을 위해 무장공비 인형이 복원돼 있다.
[북한산 12명봉 가이드ㅣ문수봉] 북한산 남릉의 왕!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양수열 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15.
문수봉(12)
난이도 ★★★
비봉능선과 의상능선, 북한산성 주능선이 만나는 하나의 꼭지점이 문수봉(727m)이다. 산세와 높이, 조망을 감안해도 ‘북한산 남릉의 왕’으로 뽑기에 이견이 없다.
백운대에 오르면 강북구와 노원구 일대가 발아래지만, 문수봉에 오르면 종로구와 중구·은평구 일대가 발아래다. 서울 중심을 내려다보는 진정한 서울 경치를 보여 주는 압권의 봉우리가 문수봉이다.
문수봉은 너른 마당바위라 경치를 즐기기 제격이다. 뒤로 솟은 암봉이 실질적인 문수봉 정상이지만, 출입이 통제되어 있다.
사실 문수봉의 실제 정상은 산행으로 오를 수 없는 암봉이며, 바로 곁의 살짝 낮은 암봉이 워킹산행의 정상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넓이를 갖춘 반질반질한 낭떠러지 암봉이라 경치의 맛이 탁월하다.
일대에서 못지않게 잘난 봉우리가 보현봉(722m)이지만, 비법정으로 묶여 있어 산행이 불가하다. 광화문에서 보이는 훤칠한 암봉이 보현봉이다.
여러 능선이 만나는 곳인 만큼 산행은 다양하게 잡을 수 있다. 문수봉을 오르는 최단 코스는 구기동에서 구기계곡을 따라 대남문에 이른 후 오르는 것. 비교적 완만한 계곡을 따라 3km만 오르면 닿는다.
불광동에서 족두리봉부터 시작해 비봉능선을 주파한 뒤 문수봉에 오르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북한산을 제대로 음미하는 산행법이다. 5km 거리이지만 가파른 비탈과 바윗길이 있어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성북구나 강북구 일대에서 지능선이나 계곡으로 주릉에 오른 다음 문수봉으로 주파하는 등 코스는 수두룩하다.
[북한산 12 名峯ㅣ르포<1>] 다리도 가슴도 떨리는 짜릿한 암릉산행의 맛!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이신영 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04.
원효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의상봉 르포
원효봉 산행 후 의상능선 역주행 9.5km 원점회귀
하늘이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지난 8월, 여느 해보다 긴 장마에 여러 산악회나 등산모임 채팅방에는 연신 ‘명일 산행은 취소되었습니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약간의 비는 감수할 각오도 했지만 비가 예보되면 국립공원공단에서 일제히 모든 등산로를 폐쇄하는 바람에 무색해졌다. 하루하루 시간이 흘러가던 차, 하늘은 딱 하루의 시간을 허락했다.
급하게 동행을 모아 북한산으로 뛰어든다. 간신히 얻은 산행 기회였기에 한껏 북한산을 누릴 요량으로 코스를 잡았다. 아늑한 산길을 따르다 거친 암릉도 탈 수 있도록 색깔이 다른 봉우리들을 섞었다. 원효봉~용출봉·용혈봉·증취봉~의상봉을 오르는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원점회귀 산행이다. 의상능선을 거꾸로 내려오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무덥고 습해 체력 소모도 심하고, 이번 장마는 언제 또 비가 올지 예측불허였기에 비교적 산행이 수월한 역주행을 택했다.
산행 들머리는 북한산성 입구 효자원. 건장한 청년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걸음을 같이해 준 이는 윤용만씨(@running_nomad)와 한의사 장현석씨, 스튜어드 손영호씨다. 이들 모두 직업 특성상 마침 산행 당일인 금요일이 휴일이었기에 급한 부름에도 기꺼이 배낭을 메고 집결해 주었다. 장씨의 부친은 대구등산학교 교무부장을 지낸 장명익씨로, 지금도 명절이면 온 가족과 함께 팔공산을 오른다고 한다. 손씨는 운동을 좋아하는 아웃도어 마니아로, 어느 날 SNS에서 ‘젊은산악인들의 모임’의 활동을 보고서는 산행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이제 효자동 마을길로 뛰어든다. 복잡한 골목으로 몇 걸음 떼지 않았는데 바로 길을 잃어버렸다. 널찍한 길이 당연히 등산로로 연결될 것이라 착각한 탓이다.
우여곡절 끝에 스마트폰의 GPS로 노선을 수정, 북한산둘레길 내시묘역길과 원효봉 등산로가 교차하는 지점으로 올라선다. 이정표에는 원효봉까지 1.6km라 적혀 있다. 원효봉으로 오르는 숲길은 한적하고 싱그럽다. 가끔 장마로 인해 등산로 위로 쓰러진 나무나 넘쳐흐른 계곡물이 굴려 넘어뜨린 돌들이 있지만 큰 장애물이 되진 않았다.
계곡을 따라 차츰차츰 오르자 이내 서암문西暗門이다. 북한산성 서쪽의 암문으로 성 안의 시체가 모두 여기를 통해 밖으로 나갔다 해서 시구문屍軀門이라 불린다고도 한다.
“오늘 날씨 정말 덥고 습하네요. 우리가 시체가 될 판인데요.”
한증막에 들어온 것 같은 날씨 탓에 벌써부터 지친 농담이 절로 나온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넉넉하게 챙겼다고 생각한 식수도 벌써 한 통씩 동이 났다. 원효대사가 왜 해골물을 마셨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끊임없이 갈증이 밀려온다. 잘 다져진 돌계단이라 어렵진 않지만 정상까지 계속되는 오르막 일변도에 조금씩 숨이 가빠진다.
원효대사가 수도한 토굴이 자리한 원효암을 지나쳐 원효대에 오른다. 나무와 수풀에 막혀 있던 염초봉이 뿌연 운무에 잠긴 채 장엄한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껏 흘린 땀을 보상해 주고도 남는 경치다. 원효봉에 오르면 더 장엄한 경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잰걸음으로 마저 남은 오르막을 해치운다.
원효봉 정상에 올라선다. 염초봉부터 백운대, 만경대와 노적봉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손영호씨는 “역대 북한산 산행 중에 오늘 이곳에서 본 백운대가 제일 이쁘다”며 감탄했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며 경치를 즐긴다. 바람결에 느닷없이 고양이 울음소리가 실려 온다. 최근 몇 년간 원효봉 정상을 점령하고 있는 산고양이들이다. 개체 수가 수십 마리에 달한다. 공단에선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등산객들이 하나 둘 던져준 먹이들이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고 한다.
암릉미 빼어난 용출·용혈·증취
이제 북문으로 내려서서 대동사 입구를 지나 북한천을 따른다. 폭우로 불어난 계곡물은 큰 소리를 내며 흐른다. 원효봉 오르막에서 생각보다 많은 땀을 쏟았기에 북한동역사관 옆에 설치된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추가로 보충하고 다시 길을 떠난다. 간혹 등산로 옆 암반을 따라 떨어지는 물에 얼굴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연거푸 씻어내며 숲길을 따른다.
국령사, 법용사를 지나 중성문을 지난다. 용학사 갈림길에서 오른쪽 부황사 터로 걸음을 돌린다. 짙은 녹음이 드리운 골짜기는 비에 쓸려 내려온 낙엽과 돌덩이들로 가득 차 있다. 조심스럽게 디딜 자리를 골라 걷다 보면 부황사 터가 나온다. 부황사는 1717년 창건된 절로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현재는 터만 남았다.
부황사 터를 지나 서쪽으로 살짝 올라서면 울타리가 나온다. 왼쪽 증취봉 방향으로 길을 잇는다. 등산로 옆쪽으로 가지런히 쌓인 북한산성벽이 나타나며 곧이어 거대한 바위가 다가든다. 바위 끝에는 가파른 슬랩을 따라 철제 난간이 가설돼 있다. 드디어 오늘 산행의 백미인 의상능선에 이른 것이다.
잠시 바위에 기대서 숨도 돌리고 정기도 받은 뒤 본격적으로 의상능선을 탄다. 모처럼 장마로 움츠러든 몸을 암릉에서 활짝 편다. 서로 밀고 당겨 주며 거친 바위를 기다시피 헐떡거리며 오른다.
처음으로 나타나는 봉우리는 증취봉. 남쪽으로는 나월봉~나한봉의 능선이 힘차게 뻗어가고, 북쪽 북한천 너머로는 풍만한 원효봉부터 염초봉, 백운대로 이어지는 부드러운 산줄기가 너울거린다. 한동안 경치에 정신을 빼앗겨 있는데 문득 정상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구석구석 돌아보니 정상을 차지한 거대한 바위 동쪽 뒤편에서 감춰져 있는 정상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시 의상능선을 마저 잇는다. 연달아 솟아 있는 용혈봉, 용출봉의 웅장한 암릉미가 가슴을 떨리게 한다. 피사의 사탑처럼 당장이라도 서쪽으로 넘어질 것처럼 기울어진 바위의 모습이 아찔하다.
넘어지고 미끄러지면서 용혈봉에 오른다. 증취봉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기 때문에 원효봉이 더 푸근하게 다가온다. 정상 곳곳에 기암괴석이 많아 보는 재미, 앉는 재미, 사진 찍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을 채워 주는 북한산 지능선과 서울도심도 톡톡히 제 역할을 해낸다.
용혈봉에서 용출봉으로 가기 위해 한 굽이 내려서자 ‘자명해인대紫明海印臺’라는 글자가 새겨진 직벽이 나타난다. 자명은 산자수명山紫水明, 해인은 화엄경의 해인삼매海印三昧에서 따온 말로 아름다운 경치를 관조하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곳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자명해인대 위에서는 응봉능선 너머 은평구 일원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용출봉으로 오르는 길도 험하지만, 어려운 구간에는 철제계단과 와이어가 설치돼 있어 비교적 손쉽게 정상에 오른다. 바위 사이로 뿌리를 내린 소나무 군락이 반겨 주는 용출봉 정상에는 구급함과 통신중계장비들, 그리고 떠돌이 개 두 마리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아래를 굽어보니 국녕사 청동대불의 뒷모습이 얼핏 엿보인다. 일행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을 보니 절밥을 먹는 개들 같다고 추측했다.
가사당암문袈裟堂暗門을 지나 마지막 봉우리 의상봉으로 향한다. 가사당암문은 1711년 북한산성 성곽을 축조할 때 만든 8개 암문 중 하나다. 의상봉 정상은 넓고 평평하며 그늘도 많아 쉴 곳이 많다. 남은 하산길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 꼭 쉬어 가야 한다고 손짓하는 듯하다.
의상봉에서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로 내려서는 길은 급경사의 연속이다. 날이 좋은 주말이나 휴일이면 줄지어 사람이 붙어 있어 한참의 정체를 감내해야겠지만 다행히 평일이라 등산객이 거의 없다.
쭉쭉 다리를 뻗어 내려선다. 어쩔 수 없이 몇 번 뛰어내리니 무릎이 살짝 시큰해진다. 다행히 몇 번이고 거듭 열리는 시원한 전망이 무릎의 열기와 산행의 피로를 훔쳐 달아나 준다. 수많은 바위를 밟고, 미끄러지고, 넘어지다 보니 어느덧 숲 그늘이 고생했다고 토닥여 주듯 덮어오고, 곧이어 길이 끝난다.
교통
산행들머리인 북한산성 입구 효자원은 상시 운행 중인 704번, 34번 버스를 타고 효자동주민센터·효자파출소 정류장에서 내리면 지척이다. 두 노선 모두 3호선 구파발역과 3·6호선 연신내역을 지난다. 만약 3명 이상이 함께 산행한다면 연신내역이나 구파발역에서 택시를 타도 좋다. 택시비는 7,000원 내외로 나온다.
맛집(지역번호 02)
북한산성탐방지원센터 앞 상가단지에는 땀을 잔뜩 흘리고 하산한 등산객들에게 안성맞춤인 맛집들이 즐비하다. 두부요리 한정식집인 만석장(385-2093)은 한 먹방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돼 인기가 높으며, 북한산 손칼국수(388-4413)는 가성비 높은 칼국수를 맛볼 수 있는 집이다. 가야밀냉면해물칼국수(356-5546)의 시원한 밀면 한 그릇도 산행의 더위를 날려버리기 딱 좋다.
[북한산 12 名峯ㅣ르포<2>] 매우 어렵고, 매우 황홀한, 과소평가된 명봉들!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양수열 기자
월간산 기사 입력일 : 2020.09.08.
삼천사~나월봉~나한봉~문수봉~승가봉~응봉~삼천사 8km
속이 답답해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폭우, 끝을 모르고 울리는 코로나 확진자 발생 메시지, 익숙하게 목을 조여 오는 일상의 참사들. 와르르 무너지는 마음을 부여잡으려 산으로 향해야 할 때가 있다. 북한산처럼 탁 트인 경치로, 묵은 체증 내려주는 산이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두기에 어울리는 코스를 잡았다. 나월·나한봉~문수봉~승가봉~응봉을 당일에 오르는 삼천사 원점회귀 산행. 북한산은 능선이 길고 복잡하게 뻗어 있어 자연스런 원점회귀 코스를 잡기 어렵지만, 이 코스는 숨은 명봉을 두루 거치며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자연스런 코스다. 삼천사계곡과 나한·나월봉이 있는 의상능선, 응봉능선은 등산객이 적어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알맞다. 다만 산길이 희미하고 오르내림이 심하며 바윗길이 많아 난이도가 세다.
불경 소리 울리는 삼천사의 아침, 웃음꽃이 핀다. 성균관대 산악부 재학생인 한효희, 하세강, 박지우, 윤예인씨가 함께한다. 새로운 봉우리를 간다는 것만으로 즐거워 웃음이 끊이질 않는 청춘들과 함께 모처럼 시끌벅적하게 산행을 시작한다.
정갈하면서도 웅장한 삼천사는 661년 원효대사가 창건했으며, 3,000명이 수도할 정도로 번창했다고 한다. 최근 고고학적 조사에서 ‘三川’이라 적힌 기와가 발견되면서 세 개의 계곡과 관련된 이름이라 추측하게 되었다. 승가봉에서 흘러내린 지류, 문수봉에서 흘러내린 지류, 용혈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합쳐 흐르는 계곡에서 오지 않았나 싶다.
갑옷 입은 장군처럼 기운 넘치는 암봉들이 삼천사 뒤로 걸출하게 솟았다. 용출봉을 필두로 의상능선이 험준한 산세로 솟구쳤다. 땀 깨나 흘릴 것이 자명하다. 산길로 들자 짙은 숲이다. 백운대만 다닌 등산객은 당황할 정도로 자연 그대로다. 감각을 집중하지 않으면 길을 놓칠 정도로 희미하다. 그만큼 삼천사계곡은 북한산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과소평가 받은 계곡이다. 골이 크지 않지만 작은 폭포와 반듯한 암반이 꾸준히 나타나 미모를 과시한다.
비봉능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과 이별해 부왕동암문으로 다가설수록 거칠다. 코가 닿을 듯 벌떡 선 비탈과 희미한 산길이 모처럼 나타난 사람에게 온몸으로 환영인사를 건넨다. 한껏 거칠어지는 숨을 가다듬어야 할 때쯤이면, 너른 슬랩이 나타나 시원한 경치며 달콤한 바람을 선물로 준다.
폭우로 인한 입산해제가 풀렸지만 구름은 품에 능선을 숨겼다 꺼내기를 반복한다. 밀당(밀고 당기기)하는 연인처럼 북한산 진경을 보여 줄 듯 말 듯하다. 그저 우중산행하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하며, 산을 오르는데 “꺄악!” 비명소리가 들린다. 박지우·윤예인씨가 벌에 쏘인 것. 말벌류에 쏘였으나 다행히 알레르기 반응은 없다. 불행 중 다행인 셈, 두 여성은 본인들보다 더 놀란 선배들을 안심시키려 “아팠지만 이젠 괜찮다”며 산행을 이어간다.
북한산 남릉의 왕, 문수봉
우여곡절 끝에 오른 듬직한 북한산성이 반갑다. 부왕동암문에서 물을 마시며 전열을 재정비한다. 진짜 산행은 지금부터다. 국립공원에선 법정등산로 구간별 난이도를 색깔로 구분해 놓았는데, 여기서 나월·나한봉을 지나 청수동암문에 이르는 1.2km는 ‘매우 어려움’을 뜻하는 ‘검정색’으로 분류했다. 의상능선 초입도 난이도 ‘검정색’임을 감안하면, 오늘 같은 더위 속에 의상능선을 처음부터 끝까지 오르는 건 국내 국립공원을 통틀어도 워킹산행에 있어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
산성 따라 의상대사가 수도했다는 의상능선을 오른다. 의상이 집대성한 화엄사상은 ‘하나가 일체요, 일체가 곧 하나’여서 우주 만물이 서로 통하여 무한하고 끝없는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어려운 산도 한 걸음 한 호흡으로 오를 수 있음을 되새기며 순간에 집중한다.
나월봉 정상 암릉을 우회해 뒤에서 안전하게 나월봉 위에 선다. “우와”하는 환성에 고개 들어보니 신성한 화강암 성채가 웅장하게 솟았다. 거대한 세 개의 암봉, 백운대·만경대·노적봉이 드라마틱한 주인공의 등장처럼 구름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영화의 특수효과보다 더 놀라운, 환상적인 등장에 산행의 흐름이 모두 정지된다. 깨달음에 이른 수도승마냥 벅찬 감동이 샘솟는다. 늘 곁에 있는 북한산이 ‘이토록 황홀한 모습으로 다가올 줄이야’하며 다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대학산악부원들은 인수봉을 주로 등반했기에, 북한산의 뒷모습인 서쪽에서 본 풍경은 처음이다.
까다로운 오르막이 덮쳐오는 걸 보니 나한봉이 가까워 오고 있음이다. 철난간이 있는 바윗길을 조심스레 올라 모처럼 너른 터가 있는 나한봉 치성에 오른다. 문수봉과 비봉능선, 북한산 백운대까지 동서남북 명봉이 모두 드러나는 조망명소다.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 정상에 오른다. 해발 732m 오늘 산행의 최고 고도다. 높이만큼 시원하게 서울 시내가 드러난다. 흐린 날씨 속에도 희미하게 롯데월드타워의 실루엣이 보인다. 비로소 시끌벅적한 등산객 무리와 만난다. 고독한 수행길마냥 어려움과 즐거움이 섞인 의상능선이 끝난 게 실감난다. 배낭 벗고 긴장도 풀어헤치고 문어 머리처럼 맨들맨들한 문수봉에서 오래도록 경치를 즐긴다.
우회로 대신 바윗길을 택해 비봉능선으로 내려선다. 불친절한 슬랩과 사다리에 가까운 아찔한 철제난간을 지난다. 암벽등반이 익숙한 산악부원들답게 고도감을 즐기며 비봉능선에 내려선다. 한껏 고도를 내렸다가 편안한 등산로를 따라 올라선 암봉, 승가봉이다. 뒤로 문수봉이 성벽처럼 듬직하게 서서 북풍을 막아내고 있다.
비봉능선을 대표하는 명소인 사모바위, 옛 문무백관의 모자를 닮은 기암에서 한껏 포즈를 취한다. 청춘의 에너지를 담아 점프하는 연출 사진을 찍고 응봉능선으로 내려선다. 많던 등산객이 다시 자취를 감추었다. 등산화 마찰력을 극대화시켜 매끄러운 암봉 위에 올라서자 지나온 의상능선과 문수봉, 멀리 백운대가 모두 드러난다. 이토록 수려한 암봉이 곳곳에 널려 있다니, 역시 명산 중의 명산 북한산답다.
중력에 몸을 맡기듯 고도를 빠르게 낮추는 응봉능선, 조용하여 복잡한 마음을 비우기에 제격이다. 응봉 정상은 별도의 정상 표지판이 없어, 대부분 그냥 지나치게 된다. 경치 없는 육산 봉우리에서 지도를 살피고선 삼천사로 내려선다. 종일 땀을 쏟아 타는 듯 목마르지만, 맛깔스런 암봉으로 과식한 마음은 기운이 넘친다.
산행 길잡이
삼천사에서 출발해 나한·나월봉~문수봉~승가봉~응봉을 거쳐 삼천사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지킴터에서 삼천사까 포장길 1km를 제외하면 8km로 길지 않지만, 경사가 심하고 주의를 요하는 바윗길이 많아 쉽지 않다. 국립공원에서도 나한·나월봉 구간을 워킹산행 최고 난이도인 ‘매우 어려움’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렇다고 안전벨트나 로프를 준비할 필요는 없다. 집중력과 지구력, 암릉산행 경험만 있다면 즐겁게 산행을 마칠 수 있다.
국립공원이지만 산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고, 산길이 희미한 곳이 많아 길찾기에 신경 쓰지 않으면 엉뚱한 곳으로 들기 십상이다. 등산지도를 준비해 이정표를 꼼꼼히 살펴야 한다. 낭떠러지가 많고 휴대폰 전파가 닿지 않고 등산객이 드문 구간이 있으므로 혼자 가기보다는 일행과 동행하는 것이 좋다. 나월봉은 직등하기보다는 우회해서 난간을 넘어서 다녀오는 것이 낫다. 난간이 있으나 경치가 터지는 암봉까지 30m 정도의 평범한 흙길이라 어렵지 않다.
고소공포가 있고 완만한 슬랩을 오르내리는 것이 자신 없다면 문수봉에서 청수동암문으로 되돌아가 우회로를 이용해 승가봉으로 가야 한다. 산행의 난이도가 있는 만큼 아침 일찍 출발해 물과 음식을 충분히 준비하고, 비탈이나 바윗길에선 최대한 집중해야 한다.
교통
연신내역에서 701번 버스를 타고 진관사·삼천사 입구에서 하차해 1.7km를 걸어야 삼천사에 닿는다. 초행이라면 길찾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지도와 스마트폰 지도앱을 참조해야 한다. 연신내역에서 5km 떨어져 있어 택시로 15분이면 닿는다. 삼천사 앞에는 20여 대 주차할 수 있는 주차장이 있으나 주말에는 신도들로 인해 만차가 되기도 한다. 입구에 별도의 공영주차장은 없으며 식당에서 운영하는 주차장이 여럿 있다.
맛집(지역번호 02)
삼천사 입구의 식당은 대부분의 산 입구처럼 백숙, 닭볶음탕이 주된 메뉴다. 청솔집(381-3006), 진미가든(381-3353), 토속정(381-0406) 등이 있다. 연신내역 앞은 ‘연신내 로데오’라고 불릴 정도로 식당과 술집이 많다. 파전 맛집 전주막(010-2928-0464), 돼지곱창전골 전문 구석집(353-5157), 등갈비와 곤드레밥 전문 팔덕식당(010-8078-8338), 오징어 불고기 전문 두꺼비집불오징어(355-3130) 등 맛집이 즐비하다.
북한산 12명봉 위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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