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이 우리 몸에 던지는 장 건강 메시지
대변이 만들어지는 과정
대변은 어디서,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질까? 배변이 만들어지는 공장은 바로 대장이다. 대장에서 대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알아보기 전에 우선 대장이 어떤 모양으로 생겼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대장의 총 길이는 약 1.5미터 정도이다. 이에 반해 소장의 길이는 약6~7미터 정도에 달한다. 따라서 대장(大腸),소장(小腸)에서 대,소는 장의 길이를 말하는 게 아니라 장의 내경 크기에 의해 구분 지어 부르게 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대장의 내경은 소장의 내경보다 훨씬 넓으며, 맹장이 가장 크고 에스결장 쪽으로 갈수록 좁아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내경이 큰 맹장이나 상행결장에 암이 생길 경우에는 암의 크기가 약12~15cm정도까지 자라도 별다른 자각 증세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경이 작은 에스결장이나 하행결장에 암이 생길 경우에는 암이 3cm정도만 자라도 장이 막히는 것과 같은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난다. 대장은 결장과 직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장은 맹장, 상행결장, 간만곡부,횡행결장, 비만곡부, 하행결장 및 에스결장으로 나누어진다.
대장의 내부 구조
● 맹장 >> 대장이 시작되는 부위 그러니까 대장의 톨게이트라 할 수 있다. 대장 중 가장 넓은 부분으로 내경은 약7.8~8.5cm정도에 이른다. 맹장의 최하단부에는 충수돌기가 돌출되어 있는데, 대장 안쪽에서 보면 충수돌기의 개구부는 살짝 파인 웅덩이처럼 보인다. 소장과 연결되는 부위에는 위아래로 입술 모양을 한 밸브가 관찰된다.이 밸브를 기준으로 위쪽은 상행결장,아래쪽은 맹장으로 구분된다. 밸브의 기능은 대장으로 넘어온 음식물이 소장으로 역류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 상행결장 >> 약 15~20cm 정도로, 밸브에서 간만곡부에 이르는 부분을 말한다. 위쪽으로 향하고 있어 상행결장이라 부른다. 안을 들여다보면 반월 주름이 잘 발달해 있다.
● 간만곡부 >> 이 부위에서 결장은 아래쪽을 향해 급하게 방향을 튼다. 퍼렇게 보이는 이유는 대장과 인접해 있는 간 때문이다.
● 횡행결장 >> 길이는 약30~60cm로 결장 중 가장 길고 개인차도 많다. U자형의 상태로 가로로 누워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 횡행결장이라 부르며 결장 중 가장 움직임이 많은 부위이다. 사진을 보면 중앙 상단에 있어야 할 횡행결장이 하복부로 축 처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결장하수라고 한다. 이처럼 횡행결장의 위치는 개인차가 크다.
● 비만곡부 >> 가로로 누워 있는 횡행결장은 비장이 있는 오른쪽 끝에서 아래로 꺾이면서 하행결장이 되는데 이렇게 90도로 꺾이는 부위를 비만곡부라고 부른다.
● 하행결장 >> 약 30cm정도의 길이로 아랫부분으로 향하고 있어 하행결장이라 부른다.
● 에스결장 >> 약 5~50cm 정도로 변이가 많고 주행 경로도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영어의S자모양을 하고 있어 에스결장이라 부른다.
직장항문관과 연결된 부분으로 길이는 약13~15cm정도이다. 대장의 마지막 부분으로항문관과 연결되어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장은 일직선으로 곧게 뻗은 관이 아니라 군데군데 꺾이고 뒤틀린 구조를 하고 있다. 생김새가 이렇다 보니 대장 내시경과 같은 기구를 삽입하기가 만만찮은 것이다. 대장 내시경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변은? 뒤틀린 대장의 모양 때문에 이동하는 데 있어서도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아니다. 대장이 꺾이고 뒤틀려 있어도 말랑말랑한 대변은 대장 안을 미끄러지듯 이동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없다.
'별 어려움이 없다? 미끄러지듯 술술? 잠깐, 뭔가 이상하잖아!'
이 대목에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대장 안에서 대변이 미끄러지듯 이동한다면 대변이 마려울 때 어떻게 참을 수 있는 걸까?정말 듣고 보니 그렇다. 아무런 어려움 없이 대장의 종착점인 직장에 도달한 대변은 또 그렇게 별 어려움 없이 미끄러지듯 항문 밖으로 빠져나올 게 아닌가? 하지만 누구나 아는 바와 같이 이런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는다. 분명히 사람은 대변이 마려워도 어느 정도 참는 것이 가능하다.
전철 안에서,회의실에서,수학능력시험장에서 적정선까지는 참을 수가 있다. 대수롭지 않은 것 같지만 이런 능력은 인간에게 있어 엄청난 축복이다. 사소한 것으로 보이는 바로 이런 능력 때문에 사람은 사람다울 수가 있다. 대변이 직장에 도달하는 족족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야 한다면, 아니 달려갈 틈도 없이 나와버린다면…….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어떻게 참을 수 있을까? 바로 직장 때문이다. 직장 속에는 놀라운 비밀이 감추어져 있다. 이제 그 놀라운 비밀의 세계속으로 빠져보자.
* 직장의 놀라운 비밀
직장은 상당량의 대변을 저장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다. 고무풍선을 직장 안으로 집어넣은 후 물을 주입하면 얼마만큼이나 들어갈까? 자그마치 400cc이다. 맥주 500cc를 떠올리면 어느 정도인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직장벽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직장에 대변이 많이 고이게 되면 직장벽이 늘어나 직장이 올챙이배마냥 불룩하게 팽창된다. 그렇구나. 하지만 직장이 팽창되면 압력이 올라갈테고 그러면 증가한 압력 때문에 대변이 항문 쪽으로 쏟아져 내려올 텐데? 빙고! 바로 이와 같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기능이 직장 속에 숨겨져 있기에 놀랍다는 것이다.
직장은 점점 팽창되면서도 압력은 점진적으로 팽창 전의 수준으로 감소하는 능력을 가졌는데 이를 '직장의 수용성 이완'이라 부 른다.팽창하면서도 압력은 증가하지 않는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렇듯 직장의 기막힌 기능 때문에 사람은 어느 정도 대변이 마려워도 참는 게 가능하고 이 덕분에 인간다운 생활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직장벽이 늘어나지 못한다면 대변을 직장에 모아둘 수 없어서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릴 수밖에 없다. 직장이
팽창되어 대변을 많이 모아둘 수 있다 할지라도 압력이 낮아지지 않는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저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높은 압력 때문에 대변이 마려운 걸 참기 어려울 테니까. 하지만 직장은 팽창되면서도 압력은 증가하지 않게끔 만들어진 것이니,그저 경이로울 따름이다. 이 정도에 놀라긴 아직 이르다. 직장 안의 내용물이 지각 신경이 풍부한 항문관 상부의 점막과 접촉하게 되면 이곳에서 대변인지 가스인지를 구별한 후에 가스만 밖으로 배출시킨다. 가스를 배출해 직장 안의 압력을 떨어뜨림으로써 더 많은 똥을 저장하기 위함이다.
대변과 가스를 판별한다고(sampling)하여 의학적으로는 이를 '표본 검색 반사(sampling response)'라고 부른다. 놀랍지 않은가?급성 궤양성 대장염이나 방사선 치료 후에 생기는 직장염, 허혈성 직장염 등과 같은 질병을앓는 환자들은 설명한 것과 같은 직장의 기능에 결함이 생기기 때문에 수시로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하고 똥이 마려우면 참기 어려운 것이다.
* 대변이 만들어지는 과정
입안에서 잘게 부수어져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으깨진 음식물은 목구멍, 식도를 거쳐 위에 도달하게 된다. 위에 도달한 음식물은 윤상근, 종주근, 사주근이라는 근육의 수축 운동에 의해 위액과 뒤섞이게 된다. 위액은 강한 산성(pH1)을 띠는 액체로 금속마저 녹여버릴 정도의 염산이 주성분이다. 위액에는 염산 이외에도 단백질을 분해하는 소화 효소인 펩신이 함유되어 있다.
그것 참 이상하다. 무슨 수로 위는 그토록 강한 염산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걸까? 강력한 염산에 의해 위벽은 순식간에 녹아버리고 너덜너덜해질 것이 뻔한데 말이다.
이는 바로 위벽이 점액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점액이라는 보호막 덕분에 위는 강력한 염산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과음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점액의 균형이 무너져 위벽에 손상이 생기거나 구멍이 뚫릴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상태가 위궤양이다. 음식물은 위에서 약4시간 정도 머물게 되는데 위액의 주성분인 염산이 병원체를 죽이는 탓에 음식물의 부패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쯤에서 또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헬리코박터균이 위궤양의 원인이 된다는 것쯤은 의료인이 아니라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렇다면 헬리코박터균은 무슨 수로 강한 산성을 띠는 위 속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일까? 헬리코박터는 간에서 합성되는 요소를 끌어들여 이로부터 알칼리성 암모니아를 만들어낸다.결국 산을 중화시켜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다. 아무튼 위에서4시간가량 머물면서 소화된 음식물은 다음 장소인 소장으로 이동된다. 소장은 십이지장,공장,회장으로 이루어지며 길이는6미터 정도이다. 소장의 주요 기능은 소화를 시킨 음식물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 것이다.
소장의 내벽에는 많은 주름과 융털이 있는데 이를 통해 효율적으로 음식물의 소화 및 흡수가 이루어진다. 약0.5~1.2밀리미터 높이의 융털 표면에는 흡수 상피가 있어 이를 통해 영양분이 포획되고 영양분은 융털 속에 있는 모세 혈관이나 림프관으로 들어가게 된다. 소장에서 흡수된 영양분은 융털 내부에 있는 모세혈관을 통해 문맥에 모아져 간으로 보내지며, 영양분 중 지방만은 예외적으로 모세혈관이 아닌 림프관으로 들어가 암죽관,가슴관을 거쳐 혈액의 순환계로 들어간다.
음식물 속에 포함된 영양분이 소장을 통과하는 동안 흡수되는 과정 역시 매우 신비롭다. 소장의 내면 곳곳에는 센서 세포(기저 과립 세포)가 있는데,음식물이 센서 세포를 지나가게 되면 센서 세포는 음식물에 포함된 화학 성분이 무엇인지를 감지하고 구별한다. 화학 성분을 알아차린 센서 세포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췌장, 간, 쓸개 등에 정보를 전달해 이들로 하여금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끔 지령을 내린다.
예컨대 음식물에 단백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면 센서 세포는 췌장에 지령을 내려 췌장으로 하여금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분비하게 한다. 음식물에 지방이 많이 포함되어 있을 때는 쓸개에 지령을 내려 쓸개즙이 장 속으로 분비되게끔 한다. 또한 음식물에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을 때 센서 세포는 장의 내벽에서 대량의 장액을 분비해서 유해 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데,이것이 바로 설사다.
음식물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소장은 결코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소개한 것과 같이 멀리 떨어져 있는 췌장이나 쓸개 등과 긴밀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함께 일을 처리해나간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처럼 우리 몸의 각 기관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협력하고 보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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