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 '레이 싱 홍'
수입차 시장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 '레이 싱 홍'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레이 싱 홍(Lei Shing Hong) 그룹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포르쉐의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여타 수입사는 물론, 일부 국산차 업체를 능가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 벤츠ㆍ포르쉐ㆍ람보르기니, 잘 나가는 브랜드는 다 품었다
홍콩에 본사를 둔 레이 싱 홍 그룹은 아시아와 호주 그리고 유럽 일부 지역에서 자동차 판매 및 부동산 사업을 주업으로 한다. 회사는 말레이시아 화교계 라우 가문에서 70% 이상 지분을 갖고 있다. 현재 레이 싱 홍과 합생 그룹 등을 이끄는 라우 초 쿤(Lau Cho Kun)은 2020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빌리어네어와 말레이시아 50대 부호 등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에서 추정한 라우 초 쿤의 개인 자산은 21억 달러(한화 약 2조3000억원)에 달한다.
레이 싱 홍은 국내 시장에서 웬만한 수입사를 능가하는 실적과 규모를 갖추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를 비롯해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판매하는 스타자동차와 한성모터스도 계열사이다. 이 3곳을 합할 경우 국내 메르세데스-벤츠 판매량의 65%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 포르쉐 최대 딜러사인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SSCL)와 세 번째 딜러사인 용산스포츠오토모빌, 그리고 람보르기니 단독 딜러인 SQDA모터스(람보르기니서울)까지 맡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메르세데스-벤츠를 필두로 최근 빠르게 성장하는 포르쉐와 람보르기니까지 품었다.
더군다나 주요 수입사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지분 49%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지분 20%를 갖고 있다. 포르쉐코리아 지분 25%는 2019년에 매각하지만, 수입사에 대한 영향력은 여전하다. 포르쉐코리아 구성원 중 상당수가 스투트가르트스포츠카 출신이다.
이외 스타파이낸셜서비스와 같은 독자적인 수입차 금융 사업도 맡고 있다.
# 수입사를 압박하는 딜러사?
큰 영향력과 달리 레이 싱 홍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레이 싱 홍은 메르세데스-벤츠 최대 딜러사이자 절반의 지분을 가진 2대주주다. 그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한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지적됐다. 주요 상권을 독점하거나 인기 차종 물량을 선점하는 문제가 야기됐다.
메르세데스-벤츠 고객들 사이에서는 수입차 판매가 많은 지역의 딜러사는 대부분 한성이나 스타란 이름을 쓴다던가, 혹은 한성이나 스타 계열 전시장의 차량 출고가 좀 더 빠르다는 말이 나왔다. 이뿐 아니라 다음달 공식 프로모션 혜택을 미리 알아낸 뒤 다른 곳과 차별화된 프로모션 정책을 펼쳐 고객을 빼앗아온 일화도 유명하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서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지위남용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됐다. 공식 엔진 오일 이슈가 그 대표적인 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고객들에게 권장하는 엔진오일은 엑스모빌의 모빌원이다. 이와 별개로 세계 각 지역마다 공급사를 선정해 서비스용 엔진오일을 납품받는데, 중국과 일본이 속한 동북아시아 지역은 독일 훅스에 이어 일본 JX니폰 등이 선정됐었다.
그러나 2017년 국내에서는 미창석유공업의 제품을 사용해 논란이 불거졌다. 더욱이 이 엔진오일은 베트남산 제품이라는 점에서 상당수 고객이 품질 의혹을 제기한다. 이러한 논란이 발생하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엔진오일 공급사를 엑스모빌로 긴급하게 교체했다.
미창석유공업은 부산 및 울산지역 딜러사인 스타자동차의 지분 30%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부당 내부거래라는 지적이 나왔다. 자연스레 업계에는 스타자동차의 최대주주이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2대주주인 레이 싱 홍이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소문까지 퍼졌다.
이와 관련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글로벌 본사에서 지역별 오일 업체를 선정하고 그 지역 업체가 국내 유통사로 미창석유를 선택한 것"이라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서비스용) 오일 선정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최근 프리미엄 장기 렌터카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된 메르세데스-벤츠모빌리티코리아가 레이 싱 홍 산하 스타렌터카를 인수하며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은 "메르세데스-벤츠모빌리티코리아는 독립된 법인"이라며,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 배당은 수백억인데 투자ㆍ기부는?
높은 배당성향에 반해 낮은 투자 및 기부 활동도 비판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2019년 매출 5조4377억원, 영업이익 2180억원, 당기순이익 1423억원 등을 달성했다. 여기에 배당금으로 782억7000만원으로,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은 55%에 달한다. 배당성향은 2018년 40%로 조금 낮아지지만, 2017년 63.2%, 2016년 52%를 기록했다. 매년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금으로 가져갔다.
더욱이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2019년 당기순이익 597억5700만원 중 597억원을 배당하며, 100% 배당성향을 보였다. 2018년 배당성향은 83.4%(485억원)이다.
세계 각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한국 시장만 유독 배당성향이 높다. 상대적으로 투자 및 기부는 크게 늘지 않았다. 임직원 수도 수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입차 업계에서는 49% 지분을 가진 레이 싱 홍의 의향이 상당부분 반영됐다고 평가한다.
이는 BMW코리아와 비교해 한층 더 큰 차이를 보인다. BMW그룹에서 100% 투자한 BMW코리아는 지난 10년 간 단 두 차례만 배당을 실시했고, 그 금액도 총 740억원에 그쳤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2019년 한 해 실시한 배당보다 작다.
반면, BMW코리아는 인천 영종도에 아시아 최초 드라이빙 센터를 설립하고, 경기도 안성에 초대형 부품물류센터를 지었다. 안성 부품센터는 독일 본사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또한, SK이노베이션과 LG전자, 한국타이어, 포스코, 한온시스템 등으로부터 25년간 사들인 부품 금액도 27조원이 넘는다.
# 5년간 3배 가까이 높아진 임차료…알고 보니 한 집안!
불투명한 회계 처리도 논란의 대상이다. 신차 판매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서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 몇몇 법인에서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한성자동차의 경우 판매비 및 관리비 항목을 살펴보면 특징적으로 임차료 항목이 눈에 띈다.
메르세데스-벤츠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경우 임차료 항목이 5년 사이 3배에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새롭게 전시장을 추가하고 확장 이전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인상이 됐다. 더군다나 임차료를 지급하는 대상은 한성인베스트먼트다. 건물주가 자기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데 임대료가 비싸 적자가 났다고 장부에 기록한 셈이다.
짐작하건데 자동차를 판매하는 딜러 사업의 경우 임차료를 높여 이익을 낮추고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부동산 임대 사업은 상대적으로 조세특례제한법을 활용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감각상각을 통한 이연법인세 항목을 활용해 세금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그 목적이 의심된다.
레이 싱 홍 그룹의 사업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브랜드 및 수입사뿐 아니라 딜러사 역시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보다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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