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이상 주변에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사실 그대로를 쓴 수필로 에세이 문학 가을호에 추천 받은 작품입니다.
하리 금곡리 태생의 김 희자(은풍초 43회)에 대하여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주변에 널리 알려서 미리 대비 하는게 좋을 듯 합니다. 주변에 가까운 친구들이 너무 많이 피해를 당했고 전혀 반성하지 않고 현재도 진행중이기에 피해를 막고자 실명으로 쓰게됨을 알립니다.
가면 뒤에 숨겨진 진실
하루의 일과가 시작되었다. 언제나처럼 급한 업무 몇 개를 끝내놓고 커피 한 잔으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윽한 커피 향이 코끝을 스치는 순간 휴대폰이 울린다. 친구 희자다. 학창시절부터 함께한 오랜 친구로 동대문 쇼핑센터에서 조그만 원단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만의 연락이라 내심 반갑다.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지? 3일만 쓰고 줄 테니 돈 60만 원만 좀 빌려줄 수 있니?” 평소 착하게 살아가고 있는 친구라는 생각에 한마디의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입금을 했다. 다음 날 또다시 전화가 왔다. 공장에서 물건이 올라오는데 물건값 140만 원이 부족하니 한 번만 더 입금해 달란다. 3일 뒤에 돈이 들어오니 어제 가져간 것과 같이 바로 돌려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얼마나 급하면 나한테까지 어려운 부탁을 할까? 거절하면 이왕 말을 꺼낸 친구가 얼마나 무안해할까 하는 생각에 “알았다. 많이 급한가 보구나. 어려울 때 다른 사람이 아닌 나한테 돈 부탁을 해줘서 고맙다.” 하고는 앞뒤 생각 없이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 그렇지만 금방 내 수중에 가진 게 없다. 할 수 없이 직장 동료에게 부탁해서 마련할 수 있었다.
이미 약속한 날짜보다 한참이나 지났지만 아무런 소식이 없다. 전화해도 받지 않고 문자를 해도 답이 없다. 섭섭한 마음이 들었지만, 많이 바쁘니까 그렇겠지 하고 자신을 위로하며 몇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하다는 전화나 문자 한 통 없다. 은근히 속이 상한다. 수십 차례의 통화 시도 끝에 전화되었지만 다짜고짜 알아서 대체하란다. 인간이 어찌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모르고 살 수 있을까? 너무도 뻔뻔함에 어이가 없지만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눌렀다. 또다시 추석까지 시간을 줬다. 하지만 연락이 없다. 수십번을 전화해도 바로 끊어 버리거나 이제는 전원까지 꺼버린다. 카톡과 문자에도 답장이 없다. 사기꾼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배신감이 컸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 “돈은 얼마든지 그냥 줄 수도 있으니 인간적인 배신은 하지 마라.” “힘들면 입금하고 바로 돌아서서 다시 줄 테니 약속만은 꼭 지켜라.” “그냥 줄 수 있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도 있으니 절대 거짓말은 하지마라” 고 수없이 부탁했다. 그러나 언제나 공염불이다. 약속날짜만 돌아오면 아예 전화는 받지 않는다. 아무리 살아가는 삶이 어렵더라도 인간의 탈을 쓰고 이럴 수가 있는가? 얼굴에 철판을 깔고 사는 게 분명하다. 이렇게 추하게 망가질 수 있는 게 인간이구나.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한마디만 사과하면 쉽게 끝날 수 있을 것을.
그렇게 8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너 혹시 희자하고 돈거래 한 것 없니? 그 친구 완전히 사기꾼이니까 절대 돈거래 하지 마라. 현재 여러 명의 친구가 당했다.” 자신도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 못 받고 있고 전화는 아예 일부러 안받는다면서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그냥 두면 주변의 다른 친구들도 피해를 볼 테니까 모두에게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었다. 뒤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것 같다.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가까운 친구에게 사기를 치나? 나만 당하고 있는 줄 알았다. 이미 단 하루도 융통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게 분명하구나. 일단 탐문을 시작했다. 희자의 친구들은 대부분 잘 알고 있으니 어려움은 없다. 한두 명이 아니다. 어찌 그리 감쪽같이 친구를 속일 수 있었는지 신기할 뿐이다. 피해를 당한 친구가 10여 명이 넘고 약속된 날짜에 되돌려 받았다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 이제야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사채도 쓰고 여기저기 친구들에게 빌려다가 돌려막기를 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가증스러운 행동들이다. 수법이 하나같이 똑같다. “며칠만 쓰고 꼭 갚을게.” 다음부터 바로 연락을 끊는 수법이다. 지쳐서 스스로 떨어질 때까지 전화든 문자든 아예 안 받는다. 지치고 더러워서 포기했다는 친구도 여럿 있다.
어느 날 고향에 갔다. 이미 고향에까지 소문이 나 있었다. “야! 지난번에 그 사기꾼 낯짝 들고 모임에 왔던데.” “친구 돈 떼먹고 다닐 곳은 다 다니더라.” “초등학교 동창회 총무 하면서 돈을 다 쓰고 통장을 못 내놓고 있어 인수인계를 못하고 있다.” “친구 자녀 결혼식에서 혼주가 친구들과 뒷풀이 한잔 하라고 맡긴 돈까지 떼먹었다던데.” 몇 명이 입에 거품을 문다. 이미 대부분의 친구에게 소문이 퍼졌는데 남들이 모르는 줄 알고 있나보다. 태연스럽게 가면을 쓰고 돌아다니며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고 산악회에 따라다니고 있으니 뒷말이 얼마나 많겠는가? 친구들은 미소 띤 가면 뒤에 숨겨진 뻔뻔하고 음흉한 더러운 얼굴을 보았다. <3일 뒤에 꼭 갚는다.> <오늘 거래처에서 입금된다.> <곗돈을 탄다.> <가계 재계약하면 여유가 있다.> <봄에는 갚을 수 있다.>< 일본에서 바이어가 온다.> <5월에 목돈이 들어온다.> <가을에 좋아진다.> <시골 부모한테 빌려 온다.>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 거짓말들이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되겠다. 그냥두면 또다시 친구들이 피해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가까운 친구들에게 알렸다. 웬만한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다. 몇 명의 친구는 자기도 당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다. 몇 몇 친구들은 그런 인간이었냐고 깜짝 놀란다. 며칠 전에 보니까 낯짝 두껍게 카페하고 밴드에 들어와서 댓글까지 달았던데... 하며 한 친구가 어이없어한다. 참으로 가련한 인생이다. 불쌍한 인생 구제하는 셈 치고 아예 포기하라는 친구도 있고, 그런 인간은 끝까지 사회에서 매장을 시켜야 한다고 흥분하는 친구도 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다는 친구도 있고, 지쳐서 제풀에 나가떨어지도록 해서 떼먹겠다는 수법이니 그만 포기하라는 친구도 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렇게 살아가는 인생이 불쌍하다. 믿음을 져버린 배신감에 마음이 아프다. 어찌 인간이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신뢰를 져버리고 양심을 파는 행동이 가련하다. 또다시 목돈이 들어온다고 철석같이 약속한 달이다. 그러나 또다시 거짓말이다. 일 년이 넘도록 단 한 통의 전화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기에게 사기꾼이라고 했다.> <돈 달라고 했다.> <훈계하고 잔소리했다.> 며 오히려 큰소리친다. 이게 인간인가? 어찌 이리 뻔뻔할 수 있을까? 참으로 역겹고 가증스럽다. 그동안 약속을 못 지켜 미안하다는 한 마디면 될 것을. 형편이 어려우니 한번만 도와 달라고 부탁하면 될 것을. 지금까지 가면을 보았구나. 자괴감이 든다. 친구들을 속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많은 전화를 거부하며 지쳐서 포기해 주기를 얼마나 소원했을까? 저런 더러운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미래의 희망을 꿈꾸고 있을까? 인간적 배신감에 용서가 쉽지 않지만, 한편으론 망가져 버린 영혼이 불쌍하다.
왜 그렇게 인생을 사니? 그 더러운 가면을 벗어 던져라. 불쌍하고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