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선도국이 되려면>
요즈음 AI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가 혜성(彗星)처럼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면 “챗봇(Chatbot)”같은 것이다. 챗봇(Chatbot)이란 “대화하다”는 뜻을 지닌 Chat와 “컴퓨터에서 특정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의미”하는 bot를 합친 단어로서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이런 챗봇은 사용자가 입력한 문장에서 특정 단어를 추출해 그에 상응하는 대사를 검색하여 출력하는 단순한 방식에서부터, 인간의 언어를 자연어(自然語: 일상적인 언어)로 처리하는 기술을 이용해 이해하는 방식까지 기술발전에 따라 다양하다.
최근에는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이 결합되어 입력된 문장의 맥락을 이해하고 사용자의 프로필이나 과거 행동을 통해 습득한 정보를 이용하여 사용자별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애플의 시리(Siri)나 삼성의 빅스비(Bixby)와 같은 음성비서 서비스가 여기에 속한다. 처음에는 단순한 흥미 거리를 제공하는데 지나지 않았으나 고객들의 FAQ(Frequently Asked Questions: 자주하는 질문)에 대해 효율적으로 응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이나 통신사 등, 대면상담업무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상담 보조업무에 널리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챗봇을 이용해 SNS에서 광고를 도배하거나 개인정보를 탈취하는 등, 악용되는 경우도 있어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불특정 다수와의 대화를 통해 학습하는 AI형 챗봇의 경우 일부 이용자들의 부적절한 대화를 학습하면서 다른 사용자들에게 그릇된 내용을 발송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 챗봇(ChatBot)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노암 샤지어(Noam Shazeer)이다. 노암은 구글의 종업원 수가 2~3백 명에 불과했던 2000년도에 구글에서 일했던 직원이었다. 구글의 초창기 때부터 20년 동안 열심히 일했던 그는 2021년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회사(구글)가 그가 개발한 챗봇(ChatBot) 서비스를 데뷔(출시)시키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에 노암은 구글을 사퇴하고
)“라는 자신의 작은 회사를 설립했다.
구글(Google)은 회사 초창기부터 고락을 함께했던 노암의 퇴사를 방치했다가 노암이 퇴사 후 설립한 회사가 출시한 챗봇(ChatBot)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노암 샤지르(Noam Shazeer)를 재고용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노암이 만든 AI스타트 기업
)“와 약 3조6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겉으로 내세운 이 엄청난 계약금액의 명목은 기술 라이선스 비용의 지불이었지만 핵심은 노암 샤지르가 다시 구글로 돌아와 근무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인수 소식에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은 “구글이 기존에는 AI앱 사용에 소극적이었지만, 스타트업 ‘캐릭터.AI
’의 영입을 계기로 하여 최대한 빨리 AI앱을 개발하고 출시를 하겠다”고 하면서 노암의 복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AI 분야의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구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와 아마존(Amazon)도 스타트업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 방식으로 인재 영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듯 차세대 AI 기술들을 이끌어가기 위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의 경쟁에 많은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람의 가치를 단순히 돈 하나로만 환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겠지만 노암 샤지르가 구글과 멪은 이번 계약은 돈으로 환산된 사람 중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가치 없는 일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할 사람이나 기업은 없다는 것이다. 노암이 그만한 기록적 보상을 받았다는 말은 그만한 보상을 받고도 남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인간 세상은 노암같은 과학적 연구개발자에 의해 발전해 왔다. 원동기, 재직기, 자동차, 비행기의 발명이 그러하듯 과학적 연구개발은 일자리를 만들고, 소득을 높이고, 국가경제를 튼튼히 하는 원동력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진짜 영웅적인 애국자는 바로 이런 과학적 연구개발자들이다. 결코 만났다 하면 상대방을 비난하고 깎아내리기에 바쁜 정상배들, 사상가들, 종교인들이 아니다.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우리 정치도 이런 시대적 추세에 맞추어 변해야 한다. 앞으로 중앙의회든 지방의회든 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서는 “정치고시”에 합격해야 한다는 법을 만들고, 과학과목을 필수과목 중 하나로 채택한다면 세계는 21세기의 선도국은 대한민국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나설 것이다. 국력은 우리가 믿고 있는 온갖 신(神)들이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첨단과학, 첨단무기들이 키워준다는 사실을 제발 잊지말자.
손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