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귀 손 발 빼놓고
하혜희
눈 귀 손 발 빼놓고
날아가는 돼지들
소 닭과 물고기들
가라앉는 물고기들
눈 귀 손 발 빨면서
눈 귀 손 발 토하며
먹어선 안 되는 것을 먹었다
마셔선 안 되는 것을 마셨다
양들과 토끼들
들어선 안 되는 것을 들었고
말해선 안 되는 것을 말했다
개들은 혀를 빼고
개들은 드러눕고
뼈를 깨물고
양들은 안다
당한 듯이 눕는다
눈 귀 손 발 빼놓고
빼놓고
개같이 힘든 이 요일
개들은 반기고
영상의 개는
펄쩍 뛰고
개의 영상은 엎드리고
행해선 안 되는 일 행했다
일했다 오늘도 넘겼다
아는 듯이 누웠다
눈 귀 손 발 빼놓고
빼놓고
인간들
우리의 머리 불탄다
꺼진다
우리의 작은 머릿속에 뼈들은 누워 있다
모든 것이 포기되는 중 포기되는 중
작은 어둠 속에 우리는
그저 노래만이
노래를 빼앗긴 우리의
작은 어둠 속에
포기의 중단만이
오직 중단만이
다시 동물들이 다시 우리가
토한 위에 엎드려
이것으로 끝이라 생각했건만
오직 생각만이
사망의 골짜기를 살아서 건너려고
사망의 골짜기를 살아서 건너려고 해
아끼는 적들이 사망의 골짜기를 건너려고
골짜기를 살리려고 해
사망의 골짜기를 죽어서 건너려고 해
사망이 어디에?
가려주는 그늘 있다가도 환해지며
이곳 골짜기가 맞니?
시내를 들여다보면 적들의 얼굴
이것이 너희 눈물의 골짜기이며
나의 가장 잘 웃는 친구
사망이의 얼굴 떠올라
골짜기에 들어가려고 해
골짜기로 데려오려고 해
발을 말리려고 해
빛이나 그늘 바람으로는
마르지 않는
너는 우리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말을 할 수 있었는지 놀란다
아침이 되어 죽은 나와 산 내가
가지 두 개를 던지면 그것은 비슷하게 다르게
회전하며 날아갔다 공중을 적시면서
나는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 많은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돌로 돌을 내리쳐 깨는 적들, 미음미음아 이응이응아
뭐가 그렇게 슬프니? 슬픔을 느끼는 부분도
다 타버렸고 안개 속에
네가 허공에 떠내려오며 외친다
뭐가 그렇게 슬프니!
나는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너도
그들을 위해 울어주는 것 어렵지 않아
사망의 골짜기에서 살려고 해
어렵지 않은 일을 해!
그대들은 우리에게 적들을 품지 말라 하셨네
너와 나는 누구이고 기타 등등은 또 누구들이니
어려운 일을 해, 도로 건너려고? 뒤로 건너려고? 그들이? 호호
너희는 말한다
사망의 골짜기를 건너서 건너려고 해
건너서 건너려고 줄 선 친구들 내 적들
네가 죽을 것 같다는 예감 틀린 적 없다
내가 더 없는 날도 이전에 이후에 있고
기쁠 때 두려울 때 너는 어떡해야 하니, 또 나는?
사망의 골짜기를 데려가려고 해 아니면 데려오려고 들어가려고 이루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