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자연속학교
늘 특별하지만 올해도 아주 재미나고 특별한 겨울 자연속학교를 다녀왔다. 겨울 자연속학교가 열리는 진도는 멀다. 그래서 큰 버스를 빌려 가는 동안 점심도 먹고 차를 많이 타고 간다. 먼 남쪽으로 가는 까닭은 더 따듯한 곳에서 자기앞가림과 함께 살기를 실천하기 위해서다. 2013년부터 진도를 갔으니 어느새 11년째다. 코로나 시기에 1회를 가지 못했지만 진도는 10년째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연속학교로 꼽힌다. 올해도 진도 품에서 특별한 추억과 감동을 쌓고 돌아왔다. 길은리 마을지도 그리기, 음식해서 마을회관 가져다 드리기, 진도 오일장 조금시장 다녀오기, 겨울 낚시, 첨찰산, 울돌목과 해양에너지전시관, 진도향토문화회관 진도아리랑, 밤 탐험, 깔깔콘서트, 붕어빵, 넓은 운동장 축구, 팽목항, 6학년들이 하루 선생 노릇 하기처럼 다양한 활동과 낮은 학년과 높은 학년이 한 식구로 어울려 서로의 몸과 마음을 자라게 했다.
독감과 6학년이 있고 없고
그런데 올해 진도 자연속학교는 독감으로 6학년 여러 어린이가 못 오거나 중간에 돌아가야 해서 서로 안타까웠다. 코로나 때도 없었던 일인데 감기 때문에 날마다 병원을 다니고, 독감 확인을 받은 어린이들은 먼저 과천으로 올라갔다. 꼽아보니 일곱 어린이다. 그래서 동생들과 마지막 추억을 진하게 쌓으려던 우리 6학년 어린이들이 많이 아쉬워했고, 서로 6학년이 모두 있고 없고 차이를 크게 느낀 자연속학교다.
해산물 먹지 않은
또 안타까운 게 해산물을 먹지 않았다는 거다. 진도는 섬살림과 갯살림을 하는 자연속학교라 진도의 특산품인 전복, 물고기, 낙지처럼 바다의 선물을 많이 먹는 곳이다. 우리 어린이들이 참 좋아하는 먹을거리를 먹지 못한 까닭은 후쿠시마핵발전소에서 배출하는 방사능쓰레기 탓이다. 먼 바다라지만 일찍부터 조심하자는 의견을 주신 분들이 있어 진도에서 나는 수산물을 먹지 않기로 했다. 인류가 만들어낸 재앙으로 우리 아이들이 바다의 선물을 먹지 못하는 일이 본격으로 시작되었다. 지금이야 먹을거리지만 나중에는 바다 물놀이까지 영향을 줄까 걱정이다. 어른들의 결정을 잘 따라준 어린이들에게 많이 미안하다.
고마움이 가득한
많은 학부모님들이 먼 진도까지 내려와서 부엌살림을 맡아주셨다. 자연속학교에서 먹을 반찬을 해보내시고, 자원교사로 달려와 주신 분들 덕분에 교사들과 아이들은 행복했다. 24시간 돌봄과 교육을 이끄는 교사들은 더 몸을 추스르며 아이들 속에 빠져 살았고, 체력 관리를 할 수 있었다. 이제 학부모님들의 자원교사가 없으면 어떡하지 싶을 정도로 자연속학교에서 그 몫이 크다. 많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무척이나 반가운
진도 길은리 푸르미체험관에서 줄곧 자연속학교를 열 수 있는 힘은 길은리 어르신들 덕분이다. 그 가운데 졸업생 원서현서 할머니가 계셔서 아침마다 인사를 다니며 마을을 산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병원에 가시는 바람에 뵙지를 못해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는 할머니가 돌아오셨다. 덕분에 아침마다 아침인사를 갈 수 있어 기뻤고, 할머니가 들려주는 말씀에 고마웠다. 다시 건강을 되찾아 마을에 계시니 정말 반갑고 고마웠다. 십 년 넘게 뵌 분이라 어머니 같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시골 할머니와 같다. 부디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원서현서 할머니도 계시지만 원서현서 아버지는 진도 자연속학교 때마다 맑은샘 아이들에게 전복과 자연산 회를 선물해 오신 분이다. 올해는 수산물을 먹지 않는단 소식을 듣고 많이 안타까워하시며 진도 오일장에서 호떡을 잔뜩 사주시고 선생들에게 밤참거리를 많이 선물하셨다. 언제나 고마운 장형근님이다.
교사의 성찰 교사마침회
자연속학교에서 교사들은 24시간 돌봄과 교육을 이끌다 보니 살필 게 많다. 첫 째가 스스로 몸을 잘 챙기는 것이고, 둘째도 체력관리다. 몸을 잘 챙겨야 어린이들과 자연 속에서 일하고 놀며 살 수 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이 자고 난 뒤 하루 흐름을 되돌아보고 다음 날 교육활동을 살피는 교사마침회도 과거보다 점점 줄여서 되도록 많은 잠을 자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번에도 아이들 살피고 교육활동을 점검하는 것으로 교사마침회를 구성하고, 학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잠깐 밤참을 먹는 것도 거의 없거나 예외로 가능한 분들만 참여했다. 무엇보다도 자연속학교 교사마침회에 대한 성찰로 더 아이들과 살기 위한 몸을 가꾸는 일에 애를 쓴 교사회가 있어 자연속학교가 완성되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살려나가야 할 성찰 지점이다.
줄곧 살펴야 할 과제
자연속학교 때 낚시 선생 노릇을 해오던 처지라 이번에도 바다낚시를 돌아가며 전 학년과 같이 차례로 나갔다. 낚시 채비하는 기쁨은 어린이들의 손맛에 있다. 아이들이 물고기를 낚아 즐거워 할 때, 물고기 낚는 법을 배워갈 때,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그림으로 그리고 관찰할 때 낚시 선생으로 보람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낚시로 잡은 물고기를 모두 살려주었다. 까닭은 그림을 그리고 관찰한 뒤 손질해서 회나 튀김으로 먹곤 했는데 바다의 선물을 먹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연속학교에서 낚시를 해야 할지 고민이다. 낚시가 없어진 갯살림 자연속학교도 상상할 수 있겠다.
또 하나는 18년 동안 다닌 자연속학교를 되돌아볼 때 횟수를 줄여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다. 일 년에 네 차례 철마다 가던 자연속학교를 확대해 여섯 번 가다가 다시 다섯 번, 네 번으로 줄인 과정이 자연속학교 18년 역사다. 고민하는 가장 큰 까닭은 과거 줄일 때처럼 역시 아이들과 교사들의 호흡과 흐름 때문이다. 전체 학사일정 흐름으로 볼 때 가을겨울이 짧아 한 번의 자연속학교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고, 교실에서 공부를 갈무리하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물론 철마다 가는 흐름의 장점이 있어서 충분한 연구가 필요하다.
2023. 12. 8. 쇠날. 날씨: 따듯해서 겨울이 아닌듯 한데 남쪽으로 내려오니 바람이 많이 분다.
진도에 왔다. 따듯한 남쪽에서 자연속학교를 열고 자기앞가림과 함께 살기를 실천하며 자연 속에서 일과 놀이로 자란다. 멀어서 6시간쯤 걸려 닿았다. 밥 먹는 것까지 쉼터를 네 번은 들렸다. 다 함께 떠나기 전, 쉼터마다 들리지만 어린이들 화장실 신호는 늘 다르다. 전세버스를 빌려가는 까닭이다.
진도에 오면 어린이들은 붕어빵을 떠올린다. 진도 특산품보다 먼저 말한다. 올해는 바다에서 난 건 먹을 수 없는 세상이 왔다. 이번 진도 자연속학교는 바다가 준 선물인 자연산 회를 먹는 것을 두고 여러 부모님들이 먹지 않기를 바라는 의견을 보내주었다. 교사회에서도 살피고 있는 주제였지만 먼저는 저마다 선택으로 하자는 정도로 뜻을 모으고 집마다 의견과 당부를 들은 뒤 결정하기로 했고 끝내는 먹지 않기로 했다.
물의 행성 지구의 바다는 방사능쓰레기로 죽어가고 있다. 모두 인류가 저지른 일이다. 기후위기와 감염병, 핵방사능쓰레기 모두 인류문명의 결과다. 끝내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를 먹을 수 없는 세상이 왔다. 방사능검사를 거쳐야 먹을 수 있다. 진도에 오면 우리 아이들은 자연산 회를 먹고 진도 특산품 참전복을 먹었고, 오일장에서 산낙지를 먹었다. 진도 자연속학교의 즐거움이었다.
진도 자연속학교 첫 날 전통대로 붕어빵 새참을 걸고 한 어린이편과 선생편의 축구 한 판은 10대9로 선생편이 이겼다. 개떼축구와 6학년의 놀라운 축구실력이 있지만 어른들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밥 먹고 나면 밥 때다. 줄곧 놀고 어울려 살기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활동양이 많아 새참이 수시로 필요하다. 아이들이 집에서보다 잘 먹는다. 과거에는 교사들이 돌아가며 밥당번을 맡아 밥채비를 했다. 운전하고 밥하고 아이들과 교육활동하고 초인의 힘이 필요하다. 그 몫을 부모님들이 나눠가고 있다. 자연속학교 부엌살림 자원교사로 오신 학부모님들이 계셔서 든든하다.
2023. 12.9. 흙날. 날씨: 따듯해서 겨울 같지 않다.
이틀째, 아침산책은 하옥심 할머니께 아침 인사를 갔다. 날마다 마을길을 걸으며 할머니에게 아침 인사하곤 하는데 지난해는 할머니가 병원에 계시는 바람에 많이 허전했다. 다행히 할머니가 오셔서 고맙고 반갑다.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시는 우리 진도 할머니가 늘 건강하시기를~
아침 일찍 일어난 어린이들이 신발을 정리하고 그물침대에서 즐거운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틀째 아침나절 공부는 마을길을 걸은 뒤 마을 지도 그리기다. 학년통합 모둠마다 마을 곳곳을 걸어다니며 기록을 하고, 모둠마다 함께 지도를 그렸다. 동생과 형님들이 함께 마을을 탐험하고 서로 도와 지도를 그리는 과정과 결과도 재미난 추억이다. 자연속학교 생활모둠마다 마을 골목길을 걸어가며 지도 그리기를 위한 쪽지를 쓴다. 몇 몇 모둠을 따라가서 보니 동생들을 잘 이끌고 골목마다 집을 세고 기록을 하는 형님들이 멋지다. 지수 모둠을 따라가다 학교 담장쪽에서 멍을 발견했다. 얼른 따서 먹어봤더니 맛있다.
이틀째 낮공부는 낮은 학년과 높은 학년이 나눠했다. 동생들은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형님들은 텃밭 배추와 대파로 새참을 만드는 음식 공부다. 운전 때문에 낮에는 낮은 학년과 진도향토문화회관에 가서 진도아리랑 공연을 봤다. 졸업생 원서현서 아버지 장형근님이 고맙게도 차량 지원을 해줬다. 오랜만에 공연을 보니 진도북춤과 아리랑 노래를 부르는 분들이 반갑다. 한동안 못 봤던 터라 공연자들도 세월의 흔적이 보였다.
6학년이 감기 때문에 안타깝다. 민주 부모님이 밤에 진도에 와서 민주랑 올라갔다. 민주 독감 때문에 급하게 내려오신 건데 6학년 아이들 감기가 돌고 있다. 셋은 같이 내려오지 못했고, 또 한 아이는 올라간다.
6학년이 하루 선생님을 돌아가며 교사들을 돕고 선생 마음을 배우며 동생들을 이끈다. 선율이와 태훈이가 시작이다. 늘 그렇듯 아이들이 잘 이끌고 배움이 많은 꼭지다.
진도 겨울 자연속학교 이틀째 밤탐험은 겨울철 별자리 공부와 숨바꼭질이다. 맛있는 밤참은 꿀맛이다.
내일 비가 온다니 빌린 차를 쓰는 기간에 갈 곳이 제한되어 있다. 생태관과 팽목항, 울둘목이 공부할 곳인데 선택해야 한다. 모두 다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40분쯤인데, 오가는 길과 어리이와 교사들 몸 상태, 멀미, 전체 호흡으로 볼 때 조금 더 여유가 있는 팽목항이 낫겠다. 팽목항은 다녀와서 뒤에 더 공부하면 될 것이다.
2023. 12.10. 해날.
아침나절에는 첨찰산을 올랐다. 700미터 구간에서 가장 힘들다. 혁준이가 지난해 첨찰산 산신령 주문을 기억한다. <라삐앤뜨 삐요꾜 뿌요뿌요> 힘든 산을 오를 때 웃을 수 있는 말놀이가 힘을 나게 한다. 1학년 어린이와 모둠선생님이 잠집으로 가고, 태워다주는 선생이 한 명, 중간에 6학년 한울이가 오르다 몸이 안좋아 모둠선생님과 다시 내려갔다. 남은 선생이 셋이니 앞, 중간, 뒤에서 아이들을 챙기고 응원과 격려를 쏟아준다. 1,2,3학년이 잘 올랐다. 형님들 반이 감기로 쓰러지고 그 몫을 동생들이 돕고 있다.
윤우가 중간중간에 사과 몆 개 먹었냐며 묻는다. 산에 오르는 시간을 사과 열 개 먹는 걸로 표현했더니 확인을 하는 게다.
사흘째 낮 공부는 팽목항이다. 2014년 겨울부터 줄곧 맑은샘 아이들과 팽목항 추모관에 왔다. 올 때마다 그렇듯 추모관 사진들과 등대 가는 길 글귀에 아이들 몰래 눈물을 훔쳤다.
붕어빵 축구 세판 째다. 극적이어야 하는데 약했다. 선생님들이 너무 봐줬다고 채원이가 한다. 내 깊은 슬라이딩 연기가 어설프다는 거다. 간파당했지만, 여전히 어린이들은 승리의 기쁨을 누린다.
은유는 붕어빵 속 팥과 슈크림 선택을 조사했다. 전교생에게 돌아다니며 조사해 붕어빵 분포도를 완성했다. 팥 23 슈크림 20개다.
2023. 12.11. 비
날마다 자연속학교에서 동생들을 챙기고 이끄는 형님들이 있어 동생들은 행복하다.
정우, 지수, 하윤이가 병원에 다녀왔다. 아침나절 빨래를 하고, 직조 놀이로 시간이 휙 갔다. 아파서 못 왔던 윤슬이가 내려와 정말 반갑다. 정우랑 병원에 다녀왔는데 독감이라 오후에 먼저 올라가야 했다.
낮에는 진도 특산품인 대파를 그리고 자유롭게 놀았다. 놀고 놀고 또 놀고 밤에는 깔깔콘서트로 모두 웃었다.
2023. 12. 12.
아침에 부엌에서 누룽지 끓이다 손을 뎄다. 손의 수난이다. 아침나절 공부로 진도 오일장 조금 시장에 갔다. 졸업생 원서현서 아버지 장형근님이 아이들에게 호떡을 안겨서 아이들 입이 즐겁다.
낮에는 울돌목 이순신동상에 갔다. 울돌목 비어있는 토요상설무대에서 아이들이 춤과 노래공연을 했다.
처음으로 울돌목에 있는 해양에너지공원에 가서 에너지공부를 했다. 자전거발전기가 그나마 쓸 만하다.
[다섯 번이나 쌌어요.]
나: 밥을 잘 먹으니 건강하게 돌아가겠어요.
시화: 난 똥 5번이나 쌌어요(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장흥에서 진도까지 혁준할아버지가 귤을 가득 가져오셨다. 지난해도 한라봉을 선물해주셨는데 먼 길을 달려오셨다. 혁준이를 더 보고 싶은데 혁준이가 인사하고 동무들과 놀이에 바쁘다.
[짧게 끝나니까]
남윤우: 으응 형들이 아침열기 하면 좋아요.
나: 왜요?
남윤우: 짧게 끝나니까.
2023. 12. 13. 물날. 날씨: 따듯
하옥심 할머니께 아침 인사를 드렸다. 아침나절 마당놀이를 곳곳에서 했다. 낚시를 세 번 갔다. 돌아가며 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어른들에게 마을 음식 가져다드렸다. 붕어빵 축구는 줄곧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