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시니어] 숫자 나열의 비밀번호 스트레스
유년기에 흔히 읽는 동화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이야기 중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이 있다. 옛날 페르시아 왕국에 알리바바 형제가 살았는데 하루는 동생 알리바바가 산에 갔다가 신기한 광경을 본다. 40명이나 되는 도둑 떼가 큰 바위 앞에 서서 ‘열려라, 참깨!’ 하니까 바위가 스르르 열린다. 숨어서 지켜본 알리바바는 도둑들이 자리를 뜨자 바위 앞에 가서 그대로 주문을 하니 신기하게도 바위문이 열리고 동굴 안은 금은보화가 가득 쌓여있다. 잔뜩 챙겨서 집으로 돌아온 동생을 보고 형도 갔다가 동굴 안에서 그만 주문을 잊어버려서 나오지 못하고 결국 도둑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열려라, 참깨!’야말로 비밀번호의 조상 격이다.
지금은 정보화 시대로 사회가 발전하면서 비밀번호 천국시대가 되고 있다. 숫자의 나열은 주민등록 번호에서부터 소통을 위한 필수 생활용품인 휴대폰이 11자나 되는 무의미한 숫자 나열로 되어있는가 하면, 이메일, 은행 계좌, 회사와 아파트 출입문, 금고 등 과거엔 열쇠와 자물쇠로 해결하던 것이 지금은 열쇠까지도 비밀번호로 되어 생활의 일상이 비밀번호투성이가 되고 있다. 0~9까지의 숫자 나열 순서를 서로 바꾸어서 자기만이 알아야 하는 비밀번호를 만들기도 힘들고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이제는 지문이나 눈의 동체, 얼굴인식까지 동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일상이 큰 스트레스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누구나 몇 개씩의 자기만의 비밀번호와 함께하면서 그것도 시일이 지남에 따라 주기적으로 새로 바꾸어서 설정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누구나 무의미한 숫자 나열의 비밀번호를 잊거나 찾지 못해서 난처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흔히 건망증 때문이라고 하지만 나이가 많아질수록 가까운 친구 이름, 물건을 둔 자리, 자가용 키를 찾아 헤매는 등 당황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어떤 친구는 자기 아파트 출입문 번호를 깜빡해서 쩔쩔맨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 가운데서도 일상의 생활수단으로 없어서 안 되는 현금의 유통을 위한 방법이 제일 문제다.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비대면의 다양한 디지털 금융서비스가 사용자 편이성과 함께 보이스피싱(voice phishing)과 같은 금융사기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경, 조사가 핸드폰으로 알려지고 홈 벵킹으로 축, 부의금이 전달되는 바쁜 세상이지만 계좌이체 되는 순간 본인 통장이 몽땅 털리는 경우까지 생기는 현실이다. 갈수록 지능화되어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에 둔감한 노년 세대가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수상한 문자나 음성변조의 전화통화까지 신경을 써야 하는 교묘한 수법에 당해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머리로 기억해두는 방법이 가장 완벽하지만 암기력에도 한계가 있기에 우리는 각자 자기만의 특별한 활용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대개 메모장에 따로 적어서 자기만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이는 사실상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열려라 참깨’처럼 짧은 문장들로 만들 수만 있다면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AI로봇의 4차원 세계니까 이제 머잖아 편리한 방법이 나올 것이라 기대한다.
출처: 시니어 매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