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국개발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3개월 전 전망보다 0.3%포인트 낮췄다.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0%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전망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율 인상이 2026년 시행될 것이라는 전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는 1기와 달리 취임과 동시에 무더기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될 것이다. 관세도 내년에 곧 상승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KDI의 전망보다 훨씬 심각한 경기불황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3고 쓰나미와 3저 쓰나미는 트럼프노믹스(Trumpnomics)가 가져왔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근본 원인은 한국 경제가 빚으로 지은 집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2, 3배 폭등했다. 2022년 후반 들어 집값이 조금 떨어지자 윤석열 정부는 각종 정책을 쏟아내며 집값을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올 들어 다시 크게 오르면서 가계부채도 덩달아 급증했다. 가계 자산의 79%가 부동산에 묶여 있고 가계부채는 가처분소득의 149%나 된다. 올해 신규 가계부채의 80%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빚이 너무 많아 소비 여력이 약하고 가계 자산이 대부분 부동산에 몰려 있어 주식에 투자할 여력이 작다. 이 때문에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미래 산업에 투자할 수 없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주거 사다리가 사실상 끊긴 상태에서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도 성장 잠재력을 낮추는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 경제를 사람으로 치면 조로증에 고혈압, 콜레스테롤까지 앓는 당뇨합병증에 걸린 심각한 위기 상태다. 우리 정부는 위기를 인정하고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고 가계부채를 줄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가 늘고 주가 밸류업이 가능하다. 그러면 투자도 늘고 좋은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미국처럼 한국도 첨단기업을 한국으로 끌어들이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 그래야 출산율이 올라가고 인구 고령화 속도도 느려져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진다. 어려울 때일수록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