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다양성 교실’은 ADHD, 자폐 스펙트럼, 난독증, 불안장애가 있는 주인공들과 친구들이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키우면서 즐겁게 생활하는 통합학급 이야기입니다. 이 교실에서는 ‘장애’가 관계 맺기를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닙니다. 장애를 친구의 특징으로 이해하고, 친구가 잘하는 것을 보고 격려합니다. 《공간을 잘 기억해요》는 난독증이 있는 주인공이 지도를 읽을 수는 없지만, 시공간을 기억하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별이’가 EBS 딩동댕 유치원에 등장하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제’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흔치 않은 특별한 사건이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통합교육 또는 다양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오랫동안 있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것이 현실입니다. ‘열려라! 다양성 교실’은 무엇보다 나와 다른 사람, 특별히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자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특성이 존중되는 만큼이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방식 또한 어려서부터 배우자고 제안합니다.
지도 위의 글자가 춤추는 것 같아 읽기 어려워요
큰 지도를 천천히 펼치자, 새미는 목이 콱 막혔어요. 지도 위의 글자들이 춤을 추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새미는 길을 안내할 생각을 하자 토할 것 같았어요. (본문 10-11쪽)
스카우트 캠프 첫날, 새미는 레드 팀의 길 안내를 맡게 되었어요. 그런데 난독증이 있는 새미는 지도를 보면 글자가 춤을 추는 것처럼 보여요. 새미가 길 안내를 힘들어하자 친구들이 서로 나서서 길을 찾겠다면서 분주합니다. 그 사이 새미는 괴물이 나올 것만 같은 오래된 우물, 둥지에서 짹짹거리는 붉은 새, 이끼가 낀 돌 옆에 핀 선홍색 독버섯 등 길가의 작은 풍경에 눈길을 빼앗겨 버립니다. 그런데 새미 대신 길을 안내하겠다던 친구들은 길을 잃고 지도까지 잃어버립니다. 캠프로 돌아갈 일이 막막해진 순간, 새미가 길잡이로 다시 나섭니다. 왼쪽과 오른쪽, 북쪽과 남쪽이 헷갈려 방향을 분간할 수 없는 새미가 과연 친구들을 무사히 캠프로 인도할 수 있을까요?
레오나르도 다빈치, 피카소도 난독증 시공간을 기억하는 능력이 탁월해요
새미는 재빨리 눈을 깜빡였어요. 찰칵! 찰칵! 마치 카메라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는 것처럼요. 새미가 눈으로 찍은 사진은 머릿속에 저장될 거예요. (본문 17쪽)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렇게 세계적인 예술가가 난독증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나요? 난독증이 있으면 자음과 모음을 결합해 단어를 만드는 것이 힘들어서 글을 읽는 속도가 느리고 정확성이 떨어지고 방향을 잡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 새미처럼 난독증이 있으면 시각적인 기억력이 탁월할 수 있습니다. 실제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은 평균 이상의 시공간 능력이 있다고 하며, 난독증이 있는 학생 비율이 예술학교가 일반 학교의 평균보다 높다고 합니다. 새미는 친구들이 지도만 쳐다보면서 길을 찾을 때, 길가의 풍경을 마치 눈으로 사진을 찍듯 머릿속에 이미지로 저장합니다. 그 결과 지도를 보지 않고서도 머릿속 사진을 하나씩 떠올리며 지나온 길을 기억해내는 실력을 보여줍니다. 친구들을 무사히 캠프로 안내한 새미의 기분은 어땠을까요? 글을 읽는 게 어려워서 위축되었던 마음이 그 순간에는 활짝 펴지지 않았을까요? 아이들마다 신체 성장의 속도가 다르듯, 정서나 학습 영역의 발달 속도 또한 제각각입니다. 말 그대로 속도의 차이가 나는 것이지 발달하지 않는 게 아닙니다. 이 책의 아이들처럼 서로의 발달 속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가능성을 인정해 주고 또 인정받을 때 모두의 자존감은 함께 커지지 않을까요?
첫댓글 지도만 보며 길을 찾을때 풍경을저장하는 아이…세상엔 정답이 없는데 너무 정답만 옳다고 살고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