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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다른 나라에 사나, 윤석열 세 번째 기자회견에 쏟아진 탄식과 분노:
슬로우레터 8월30일.
부실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 기후소송에서 시민들이 승소했다.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법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727.6톤 CO2eq를 2030년 436.6톤 CO2eq까지 줄이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 헌재는 “2030년 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2049년까지 19년 동안 감축 목표가 없다”면서 “미래에 과도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이라고 판단했다.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 헌재는 2030년 감축 목표가 충분하지 않아 기본권 침해라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 김영희(변호사)는 “우리 사회가 규범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더 할 수 있도록 한 중대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황인철(녹색연합 기후에너지팀장)은 “의미있는 디딤돌이 하나 놓였다”고 말했다.
쟁점과 현안.
윤석열의 세 번째 기자회견.
- 취임 100일 때 한 번, 집권 2년에 한 번, 그리고 어제가 세 번째다.
- “의대 증원은 마무리됐다”면서 “비상 진료체계가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채 상병 특검법은 “국회 청문회에서 외압의 실체가 없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고 했다.
- 김건희 무혐의를 두고는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고 뭉개고 넘어갔고 출장 수사 논란은 “나도 (검사 시절) 찾아가서 조사했다”고 말했다.
- 한덕수(국무총리)는 “총리로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 한동훈(국민의힘 대표)과 갈등설을 물었더니 “당정 간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 이재명(민주당 대표)와 만남은 “열 번이고 왜 못하겠느냐”면서 “지금 국회 상황이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금 같은 대결 국면이라면 안 만나겠다는 이야기다.
목소리 높아지고 주먹도 불끈.
- “휴가는 다녀오셨냐”며 여유롭게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질문이 시작되자 표정이 굳어졌다.
- “무조건 안 된다,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고 말할 때는 아래를 내려치는 시늉을 했고, “정부가 그동안 내깔겨 놓고 안 했다”고 말할 때는 두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언론의 총평, “국민이 바보인가.”
- 중앙일보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민심과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기존 입장을 완고하게 되풀이하는 느낌을 줬다”고 지적했다.
- 동아일보는 “임기 반환점을 눈앞에 두고도 왜 같은 다짐만 하고 있는지 국정 운영 전반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기 5년을 빈손으로 끝낼 순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 경향신문 사설 제목은 “국민이 바보인가”다. “자화자찬 일색인 국정브리핑도, 국민이 묻는 의혹과 해법은 비켜간 회견도 ‘또 불통했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달라진 게 없다.”
- 경향신문의 평가다. 두루뭉술하고 방어적인 답변에 그쳤다. 83분 동안 놀랍게도 새로운 이야기는 없었다.
- “더 낮은 자세로 소통하고 민심을 경청하겠다”고 했지만 한 발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 조승래(민주당 대변인)는 “누구도 납득 못할 자화자찬으로 가득했다”면서 “고통받는 민생과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회복할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이형민(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정부 입장은 응급실 문만 열려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으니 붕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관계자가 이런 말을 했다. “의료 현장에 가보라고 이야기했는데 국민들은 실제로 가봐야 할 사람이 누구냐고 반문하지 않겠나. 다소 안이한 판단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 한국일보는 “총선 때 악재가 된 대파 파동을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혹시 이번에도 상대적으로 대비가 잘 된 병원 응급실만 찾아가 상황을 오판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여당의 제안마저 단박에 거절할 만큼 퇴로조차 열어놓지 않으면 정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닥칠 수도 있을 것이다.”
더 깊게 읽기.
차등보험료와 자동안정장치.
- 연금 개혁 방향도 제안했다. 소득 보장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다.
-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지 않았지만 국회에서 논의한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이 아니라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 첫째,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기로 했다. 잠재적 국가부채가 늘어난다는 반대가 많았던 사안이다.
- 둘째,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하기로 했다. 청년층은 천천히 올리고 지급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중장년층은 빨리 올려서 부담을 늘린다는 취지다.
- 셋째,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연금 40만 원을 다시 강조했다.
- 이용하(전 국민연금연구원 원장)는 “30대라도 소득이 높은 계층이 있고 50대도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이 있다”면서 “연령대별 차등화는 연금의 소득 재분배 취지를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 남찬섭(동아대 교수)은 “세대를 나누는 기준도 없고 불필요한 세대 갈라치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는 확실히 살아나는 중.”
- 내수 부진과 세수 결손으로 우려가 큰데 윤석열의 인식은 전혀 달랐다. “우리의 경쟁력과 성장 추세를 지금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1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을 넘어섰다”고 했는데 1인당 GNI를 국민이 체감하는 실제 소득과 혼동해선 안 된다. 게다가 일본과의 비교는 한국이 잘해서라기보다 원화의 통화 가치 하락 정도가 엔화 대비 상대적으로 낮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 “지난 정부 5년 동안 국가 채무가 400조 원 이상 크게 늘었는데 우리 정부는 3년 동안 1.3%포인트 증가에 그쳤다”는 대목도 맥락이 생략됐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고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감세와 세수 펑크가 더 큰 문제다. 정부의 재정 운용의 폭이 좁아져 경제성장 악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우석진(명지대 교수)은 “더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써야 할 정부가 건전재정만 앞세우며 역할을 방기하고 ”고 지적했다. 석병훈(이화여대 교수)은 “올해도 세수 결손 가능성이 높아 재정을 활용한 경기부양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문수 임명,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27번째 인사.
- “민주노총은 김정은 기쁨조”라거나 “문재인은 김일성 주의자” 같은 막말을 했던 사람이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 “일제 치하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한 말도 논란이 됐다. 평화의 소녀상을 “부적절하다”고 했고 박근혜 탄핵은 “잘못됐다”고 했다.
해직 교사 특별 채용 유죄, 조희연 교육감직 상실.
- 조희연(서울시교육감)의 유죄가 확정됐다.
- 조희연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해직 교사들이 다시 아이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한 결정에 대해선 지금도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 조희연표 정책도 동력을 잃게 된다. 서울시의회가 학생인권 조례를 폐지하자 폐지 무효 확인 소송을 내며 맞섰는데 조희연이 물러나면 그대로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
곽노현 다시 출마할까.
- 서울시는 10월16일 교육감 보궐선거를 치른다. 다음 지방 선거 까지 남은 임기는 1년8개월 정도다.
- 서울시 교육감 낙마는 세 번째다. 공정택(전 교육감)은 재산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벌금 150만 원, 곽노현(전 교육감)은 선거법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물러났다.
- 곽노현은 피선거권 제한이 끝나 출마할 수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김용서(서울대 교수)와 김용서(교사노조 위원장), 보수 진영에서는 조전혁(전 한나라당 의원)과 박선영(전 자유선진당 의원) 등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 중앙일보는 보궐 선거 비용이 460억 원 정도 될 거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후보자들이 쓴 선거 비용 보전 100억 원 정도가 더 든다.
검사 탄핵안 기각.
- 헌재가 이정섭(대전고검 검사)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 처남 마약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있었고 부정청탁 금지법 위반과 동료 검사들에게 골프장 예약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헌재는 “직무집행과 관련 없는 행위는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르게 읽기.
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 합병 철회.
- 두산로보틱스의 두산밥캣 흡수 합병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
- 두산밥캣 주가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반발이 컸고 이복현(금융감독원 원장)이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 제한없이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선을 그은 것도 결정타가 됐다.
- 합병은 물 건너 갔지만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로 편입하는 계획은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두산의 두산밥캣 지배력은 당초 계획 42%에서 19% 정도로 줄어든다.
해법과 대안.
대학 못 가면 한국 떠나야 한다.
-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고등학생이 있다. 한국을 떠나본 적도 없다. 어머니는 필리핀 이주 노동자고 이 학생의 국적도 필리핀이다.
- 미성년 외국인 자녀는 F-1(방문 동거) 비자를 받는데 성인이 되면 체류 자격 연장이 안 된다. 한국에 남아있으려면 유학(D-2) 비자를 받고 대학에 진학하거나 전문인력(F-2) 비자를 받고 관련 업종에 취업해야 한다.
- 유학생 신분이라 대학 입학 조건으로 1600만~2000만 원의 통장 잔고를 증명해야 한다.
- 한국에 등록된 외국인 가정 자녀는 지난해 기준 4만372명. 미등록 아동도 5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마법은 없다.
- 만약 연금 개혁이 없다면 한국의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점은 2055년이다. 일본이 2120년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재정안정성을 확보한 것과 비교된다.
- 일본의 직장인은 소득의 18.3%를 내고 소득의 25%(소득대체율)를 받는다. 한국은 9%를 내고 40%를 돌려 받는다. 21대 국회에서 합의된 개혁안은 13%를 내고 43%를 돌려 받는 시나리오지만 여전히 일본에 크게 못 미친다.
- 대신 일본은 기초연금이 튼튼하다. 소득 대체율이 61.2%나 된다. 한국은 100% 정부 부담이지만 일본은 달마다 1만7000엔을 내야 한다.
- 주정완(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연금개혁 테이블에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같이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초연금을 포함한 소득 대체율을 계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오늘의 TMI.
2.5미터 싱크홀.
- 달리던 승용차가 갑자기 땅으로 꺼졌다. 탑승자 두 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 서울 연희동에서 벌어진 이 사고는 지하 12미터 지점에서 진행한 빗물펌프장 관로 공사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홍수 걱정하던 여름에 가뭄 걱정.
- 강릉은 8월 강수량이 40mm에 그쳤다. 벼가 제대로 자라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올해 들어 누적 강수량은 656mm, 평년 940mm의 70% 수준이다.
- 생활용수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강릉 지역 하루 평균 물 사용량이 9.5만 톤인데 용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이미 3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저수율이 20% 밑으로 떨어지면 생활용수를 제한할 수도 있다.
밑줄 쳐 가면서 읽은 칼럼.
“우리가 알던 대한민국은 어디로 갔나.”
- 길윤형(한겨레 논설위원)은 아베 신조(전 일본 총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아킬레스건을 끊었다고 본다. 이른바 김대중 노선이 파산한 뒤 등장한 윤석열 정부는 아베가 꿈꿨던 질서를 한국에 이식하는 중이라는 분석이다.
- “우리는 역사를 잊고(대법 판결에 대한 일방적 양보안, 사도광산 외교 참사),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며(건국절, 일제강점기 국적 논란), 미-일 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코가 꿰여 군사협력(캠프 데이비드 선언)에 내몰리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아무거나 주워먹지 말자.
- 김낙호(드렉셀대 교수)가 제안하는 미국 대선 보도 읽기 팁.
- 첫째, 뉴욕타임스가 늘 옳은 건 아니다. 강한 영향력이 있는 객관적인 느낌의 언론이 되고 싶다는 게 뉴욕타임스가 종종 빠지는 함정이다.
- 둘째, 뉴욕포스트 같은 우파 타블로이드는 그냥 거르는 게 좋다. 시간을 아껴서 다른 기사를 읽자.
- 셋째, 요즘 미국 트위터(X)는 그냥 ‘일베’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극우 판타지와 사이비 메시아가 넘쳐난다.
- 넷째, RCP보다는 538을 찾아 읽자. 둘 다 여론조사 업체지만 평균(RCP)보다는 메타 분석(538)이 좀 더 정확하다.
- 다섯째, 경합주 소식은 지역신문에서 읽자.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 같은 신문도 좋다.
분위기가 달라졌다.
-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연단에 오른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 위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노동 대중에게는 단 하나의 진정한 적이 있을 뿐이다. 그 적은 곧 대자본이다.”
- 미국에서는 지난 4년 동안 노조 운동이 강력히 부활했고 버니 샌더스(미국 상원 의원) 같은 좌파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팀 윌즈(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영입에도 노동 진영의 압력이 작용했다고 한다.
- 장석준(산현재 기획위원)은 “조직 노동이 다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정치연합이 출현하려 하고 있다”면서 “변화하는 세계사의 풍향에 이목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윤석열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 이태규(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는 한동훈이 검사 정치의 한계에 갇혀 있다고 본다. “현안에 흔적만 남기고 알리바이만 성립시킨 뒤 책임질 일을 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대 증원 유예는 언론에 던질 게 아니라 당내 조율을 먼저 거쳤어야 했다.
- 한때는 그나마 윤석열이 한동훈의 말은 듣는다고 했다. 여전히 윤석열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한동훈이란 말도 나온다. 이태규는 “한동훈은 유명 인기인처럼 처신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가슴의 정치는 합리성으로 무장하고, 반듯하며 스마트한 ‘강남’ 스타일이 아닌 감동을 주는 정치다. 변화의 계기로 삼는다면 검사 정치의 한계를 보여준 지금의 소란은 새로운 시작의 전야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인은 뽑아 쓸 게 아니라 양성되어야 한다는 교훈만 남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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