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일상
두 주 연속 예식장으로 가야하는 주말이다. 그것도 내가 사는 생활권과는 거리가 떨어진 데다. 지난 주 토요일은 초등학교 동기가 양산에서 아들을 결혼 시켜 고향 친구들과 같이 다녀오니 하루 일이었다. 이번 주는 울산에 사는 대학 동기가 딸을 출가 시켜 그곳으로 걸음 했다. 이 동기와는 삼십 년 넘게 여름과 겨울 방학이면 부부 같이 1박2일 모임을 갖기에 아내도 동행이었다.
창원 시내 사는 다른 대학 동기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했다. 동기의 아내와 또 다른 여자 대학 동기도 함께 가는 길이다. 울산 혼주도 그렇고, 운전대를 잡은 동기와 창원에서 같이 가는 여자 동기는 모두 초등학교 교장이다. 같은 생활권에 살아도 서로가 맡은 일이 다른지라 얼굴을 자주 보기 어렵다. 그래도 우리는 전화나 문자나 메일로 서로의 근황은 어느 정도 알고 지내는 사이다.
내 아내는 대학 동기 내외와 가지는 방학 모임에 몇 년째 얼굴을 내밀지 않는데 이번에 같이 길을 나서주어 내가 체면이 좀 세워진 기분이다. 지난번 여름 모임은 표충사 인근 밀양댐 아래 펜션에서 가졌더랬다. 냇물에 천렵도 하고 녹음이 우거진 여름 산사를 산책하고 얼음골로 옮겨 케이블카를 타고 운무에 쌓인 영남 알프스 산등선을 바라봤다. 그때도 나는 혼자 다닌 여정이었다.
창원터널을 통과한 차는 김해 외곽에서 낙동강을 건너갔다. 그 무렵 함양 고향을 지키면서 산골 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는 동기가 울산으로 가면서 어디쯤인지 전화가 왔다. 동기들과는 진주에서 초등교원을 양성하던 대학을 다녔다. 동기들이 경남에 많이 근무하지만 울산과 부산과 대구로도 퍼졌다. 그간 흐른 세월에 다수 동기가 학교 관리자가 되어 그간 축적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통도사와 언양을 비켜 울산 시내로 들었다. 신복로터리에서 태화강을 건너 중구에 소재한 어느 방송국 예식홀로 갔다. 운동장 부대시설인 예식홀은 몇 해 전 조카 결혼식이 있어 한 번 들렸던 곳이라 지형지물이 익숙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깥으로 나오니 날씨가 차갑고 바람이 불었다. 이어 금방 실내로 드니 추운 줄 몰랐다. 동기의 딸 예식은 별관을 지난 본관에서 가졌다.
동기 혼주 내외는 양복과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하객들을 맞았다. 로비가 혼잡해 신부는 볼 겨를 없고 대학에 재학하는 남동생은 만났다. 어릴 적 방학이면 함께 지낸 적 있는지라 어슴푸레 얼굴이 기억났다. 식장 원탁 테이블엔 하객이 넘쳐 내가 앉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일부 동기들은 식장에 머물고 바삐 다른 일을 보려는 동기 내외가 있었다. 나는 그 동기 따라 바깥으로 나왔다.
각별하게 친한 동기라 그를 잠시 붙들어 뷔페로 갔더니 뒤이어 다른 동기들이 나타났다. 대학 동기가 혼주인 식장은 교직에 몸담은 선후배들이 많은 듯했다. 그들은 나하고는 근무지가 다르고 교류가 없는 사이인지라 얼굴이 모두 낯설었다. 그럼에도 나를 먼저 알아보는 중년을 지나는 몇몇 여자 동기들을 만나니 반가워했다. 그간 흐른 세월에 얼굴과 이름이 잘 연결 되지 않기도 했다.
나는 생선회를 몇 점 집어 와 맑은 술을 몇 잔 곁들였다. 부부가 동행한 걸음이라 남자 동기들이 운전대를 아내에게 넘기기로 하고 잔을 자유로이 받을 수 있었다. 한 시간 남짓 걸려 식사를 나누면서 주된 화제는 두 가지였다. 사십년이 다 되어 가는 대학 재학 시절 에피소드와 현재 관리자가 되어 학교 경영에서 겪는 일상들이었다. 나는 동기들이 나누는 얘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학창시절 나는 동기보다 나이가 두세 살 많았고 지금은 중등으로 건너온 평교사인지라 화제의 공통점이 적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즈음 혼주 내외가 나타나 한 번 더 축하와 감사 인사를 나누었다. 이어 신부와 신랑이 우리가 앉은 테이블에 다가와 인사했다. 신부는 아버지 대학 동기 내외들을 예전에 여러 차례 본 적 있어 우리 얼굴을 단번 알아봤다. 둘의 앞날에 빛나는 영광과 축복이.17.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