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도 ‘아(我)’이며 국가도 ‘아(我)’
사회도 하나의 배요, 국가도 하나의 배다. 사회인과 국민은 같은 선원이다.
그러므로 사회 국가의 운명은 곧 개인의 운명이다.
순망치한(脣亡齒寒 : 입술을 잃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으로,
가까운 사이의 한쪽이 망하면 다른 한쪽도 그 영향을 받아 온전하기 어려움을 비유) 이라는 말도 있지만
복소지하, 무완란(覆巢之下, 無完卵 : 뒤집힌 둥우리 아래에는 온전한 알이 없다)는 말도 있다.
쇠퇴한 사회에 개인의 행복이 있을 수가 없는 것이요,
패망한 국가에 국민의 자유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회를 위하여 노력하는 것은 자기의 행복을 위하는 것이요,
국가를 위하여 진췌(盡悴 : 몸이 야위도록 마음과 힘을 다하여 힘씀) 하는 것은 자기의 자유를 위하는 것이다.
사회도 ‘아(我)’이며 국가도 ‘아(我)’인 까닭이다.
전언으로 들은 말인데, 20여 년 전에 조선 사람 누가 독일에 유학(留學)하여 여관에서 자는데,
전등을 끄지 아니하고 잤더란다.
식전에 여관의 심부름하는 여자가 방을 치우러 들어와서 전등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전등을 켜고 주무셨어요?”
“예.”
“왜 끄고 주무시지 아니하셨어요?”
“댁에 계량기를 쓰셔요?”
“아니요, 계량기는 없어요.”
“그러면 불을 켜고 잔들 어떻습니까?”
그 여자가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당신도 나라가 있소?”
그러고 사람이 공익심(公益心)이 그렇게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한 집에서 하룻밤 불을 켜지 아니하면 그 이익이 전기 회사로 돌아가는데,
전기 회사는 독일인이 경영하는 것이므로 전기 회사의 이익은 곧 독일 국가의 이익이요,
국가의 이익은 곧 국민 전반의 이익이라는 의미로 말하여서,
그 말을 듣는 조선인은 난연(赧然 :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짐)하였다고 하거니와,
문명한 국민은 국가의 이익이 곧 자기의 이익이라는 것과,
공익(公益)이 곧 사익(私益)이라는 것은 여관의 보이까지 상식화한 것이다.
만해 스님 - [明沙十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