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송별회” - 2006. 08. 22. 화
문현진, 강민아, 어은혜
아침 일찍부터 공부방이 아이들의 소리로 시끄러웠습니다. 며칠 전부터 아이들끼리 쑥덕쑥덕 무언가를 이야기하더니 오늘은 만나는 선생님들마다 “교회는 들어가면 안돼요~”하며 흐뭇하게 웃습니다. 비밀이라지만 사실은 우리 송별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알기에 다들 알면서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무리지어 한 가지씩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수돗가에 가보니 다인, 소현, 나희, 현미가 열심히 감자와 양파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다인이와 소현이는 두 눈이 벌개져서 양파껍질을 벗깁니다. “양파 안 매워?” 하고 물어보니 “물에서 하니까 괜찮은데요.” 하고 다인이가 대답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두 눈은 눈물이 그렁그렁합니다. 지켜보다가 공부방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새 나희가 손이 베여서 약을 찾으러 들어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미안한 마음부터 듭니다. 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선생님들을 대접한다며 익숙하지 않은 부엌도구에 손까지 베이니… 하지만 고맙고 기특한 마음이 더 큽니다. 아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에 정말 기쁘고 행복합니다.
수돗가에서의 과업이 끝나자 부엌이 바빠집니다. 현미의 칼솜씨는 웬만한 어른 못지 않습니다. 손이 베이지 않게 손가락을 오므리고 감자를 써는 폼이 음식솜씨가 좋으신 할머니를 쏙 빼닮은 것 같습니다. 동현이도 “여기서 감자 씻어도 되요? 양파 씻어도 되요?” 하고 이것저것 묻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도마 주세요. 칼 주세요.” 하며 열심히 자신의 과업을 수행합니다.
공부방에 있으니 동현이가 이번에는 풍선을 찾으러 왔습니다. 아마도 교회장식을 하려는 것이겠지요. 팀장님께서 아이들이 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다 주라고 하시네요. 물품담당 석호선생님께서 창고로 뛰어가십니다.
도서관에서는 다인이와 혜미가 “예쁜 글씨”를 쓰기 위해 색상지를 찾으러 왔습니다. 특별프로그램시간에 P.O.P 수업을 들었던 아이들입니다. 배운 것을 아이들 나름대로 잘 풀어내는 것을 보니 가르치던 선생님도 기분이 좋습니다. 아이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뒤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글씨를 큰 종이에 쓸지, 작은 종이에 쓸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습니다. 결국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여 작은 종이에는 ‘4기 선생님들 감사하고 사랑해요’를 한 글자씩 쓰고 큰 종이에는 식순과 함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라는 문구를 썼습니다. 저 문구는 누가 정했을까요? 재미있습니다.
곧 있으니 맛있는 카레 냄새가 풀~풀 납니다. 입구에서부터 줄을 서서 선생님들을 환영하고 신발을 정리해주는 모습이 꼭 아이들이 섬활 선생님같고 우리가 아이들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을까요? 우리가 신발정리하는 모습을 보았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아이들에게는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에서부터 배움이 시작되기에 더욱더 성숙한 우리의 모습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사전에 아이들끼리 회의를 거쳐 환영팀과 신발정리팀을 나누었다고 합니다. 1기부터 4기까지 여름학교, 겨울학교를 거쳐 아이들이 이만큼이나 성장했음을 우리의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 보니 맛있게 차려진 음식이 우리를 다시한번 놀라게 했습니다. 선생님들이 24명이나 되는데 이 많은 사람들을 먹일 저 재료들은 다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요? 보아하니 집에서 각자 가져온 모양입니다. 당근은 나희집에서, 양파는 백운슈퍼집사님께서, 고기는 민종이 어머님께서, 감자는 다인이와 인아의 부모님께서 후원해 주셨다고 하네요. 언제 저런 것 하나하나를 정해서 준비했을까요? 아이들의 역량에 새삼 놀랍니다. 분명 아이들로 인해 오늘의 송별회는 선생님들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이 함께 준비한 자리가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카레밥인지라 선생님들 모두가 흥분했습니다. 어묵국도 있었습니다. 모두들 숟가락 들기가 무섭게 앉은 자리에서 한접시, 두접시, 세접시가 후딱 비워졌습니다. 정신없이 아이들과 밥을 먹고 있는데 뒤편에서 혜미가 난영이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들이 우리가 준비한 음식을 좋아하면서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니 기분좋지?”
그러자 난영이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이야기를 뒤에서 듣던 선생님도 기분 좋게 슬쩍 고개를 돌려 아이들을 쳐다보며 미소짓습니다. 참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식사가 마쳐갈 때쯤 꿈터장인 혜미가 일어서서 외칩니다.
“선생님들 이게 끝이 아니예요. 식사 후에 저희가 준비한 게 있어요. 6시 40분까지 교회로 모여주세요.”
큰 언니격인 중학생 다영이는 “아이들이 음식준비 다했으니까 설거지는 중학생들이 하자~”라고 말합니다. 아이들끼리 스스로 분담해서 일을 척척 처리합니다. 보기 좋습니다.
40분에 교회에 가니 아이들이 선생님을 차례로 자리에 앉힙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코끝이 찡해집니다. 어른 2명이 들어도 무거운 교회의자는 언제 저렇게 다 치워 놓았을까요? 체구도 작은 아이들이 자기 몸집보다도 큰 의자를 끙끙대며 옮겼을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곳곳에는 풍선아트시간에 배운 풍선꽃이며 나비가 예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아까 혜미와 다인이가 P.O.P로 열심히 쓴 문구도 예배당 앞쪽에 걸려 있습니다. 아이들이 오기도 전인데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조금 있으니 아이들이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 와서 선생님들 앞에 한명씩 앉습니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고 수건을 어깨에 두르고는 조심스럽고 깨끗하게 선생님들의 발을 씻겨줍니다. 발을 씻겨준다는 것은 온전히 섬기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 시간만은 평소 장난끼 넘치던 아이들도 사뭇 진지했습니다. 선생님들도 조용히 눈물 흘리며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지켜보았습니다.
세족식이 끝나고 아이들이 준비한 공연이 있었습니다. 한솔이는 감동적인 편지글을 낭독했습니다. 발표력과 표현력이 좋은 한솔이는 또랑또랑 예쁘게도 편지를 읽습니다. “사랑하는 섬활 4기 선생님들께..” 로 시작한 편지는 “섬활 4기 선생님들 사랑해요!” 로 그 끝을 맺습니다. 다인이는 특별활동시간에 배운 미뉴에트로 멋진 피아노 연주를 들려줍니다. 또 한솔이, 현미, 혜미, 난영이, 나희는 “또 하나의 열매를 바라시며”라는 수화찬양을 합니다.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함께 그 찬양을 불렀습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을 통해,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통해 사랑하고 사랑받았음에 고마워하며..
“감사해요 깨닫지 못했었는데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라는 걸
태초부터 지금까지 하나님의 사랑은 항상 날 향하고 있었다는 걸
고마워요 그 사랑은 가르쳐 준 당신께 주께서 허락하신 당신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더욱 섬기며 이제 나도 세상에 전하리라..“
중학생들은 직접 개사한 노래와 함께 깜찍한 율동을 보여줬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 모두가 일어서서 불러준 스승의 노래 합창까지 순서순서마다 선생님들에 대한 아이들의 사랑이 듬뿍 담겨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생일도 아이들만이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지난 여름학교기간 동안 마음으로 소통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함께 쌓았던 아이들과 우리였기에 더 간절하게 느낄 수 있었던 것일 겁니다. 우리가 준 사랑보다 아이들에게 받은 사랑이 더 많음을 느낄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은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안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눈을 마주치며,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눈물 흘렸습니다. 그 시간에 아이들과 우리들은 세상 그 누구보다 깊게 소통하고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고맙고 기쁜 시간이었는지 모릅니다. 지금도 그 시간을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련히 시려옵니다.
고맙습니다.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참 많이 행복합니다.
............................^^v
첫댓글 글을 읽는동안 웃음이 절로 나왔는데 서서히 눈물로 변했습니다 감동의 눈물...
농활중에 방문한 생일도에서 "아이리스"라고 한솔이가 절 알아보며 이름을 불러줬지요. 단지 짧은 영어수업을 했을 뿐인데, 1년이 지나서까지 기억해줬습니다.
주일에 사람들속에 묻힌 용식을 못본척 슬쩍 빠져나왔었죠. 오후에 괜시리 제 옆에서 무뚝뚝하게 다가와선 낚시로 잡아온 고기를 은근슬쩍 던지며 놀래켰습니다. "로보트~ 널 못 알아보는 것 같아서 화났니?"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아이들은 저보다 더 오랫동안 함께 했던 시간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떠난 빈자리를 지켜낼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은혜가 실감나게 읽어주던게 생각나네요~ ^^* 송별식, 생일도.. 정말 행복했어요, 우리 ♡
웃다가 울다가... 생일도 이야기는 웃다가 울다가 웃으며 울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어요. 효민이가 생일도 이야기할 때면 그렇게 웃다 울다 그랬는데.... 사랑과 감동이겠지요.
잊지못할 가슴시린 추억.. 이제야 그 마음을 알겠습니다. 정말 사무치도록 그때가 그리워 집니다. 이렇게 글만 읽어도 눈물이 나는 걸 보면요... 모두 보고싶어요...
송별회 내내 울기만 했던.. 현진.. 너를 볼때면.. 울고 계신 예수님의 모습이 생각난다. 따뜻하게 품어준 널보면... 참 섬활 답다는 생각을 한다.. 현진이 잘 있니?
잘 있어요^^ 언니도 평안하시죠?그새 언니랑 우리 섬활 4기들이 그립네요..^^
꼬리말을 볼 뿐인데도 눈물이 나네요..함께해서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많은 감자를 작은 손으로 자르던 모습,, 눈이 빨개져 울면서 양파를 자르던 모습,, 그러면서도 선생님들꺼 아니라고 깜짝이벤트를 준비하던 모습들, 참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잊지못할 송별회... 아이들에게 너무 큰 선물을 받은것 같습니다. 감동적이고 눈물이 절로 나게만드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큰 버팀목이 될 우리 섬활 식구들... 꼬리말 보면서 당신들을 떠올립니다... 행복합니다.
^^ 웃음이 나고 가슴이 뭉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