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졌다. 오늘은 무박으로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간다. 오지를 온 후로 우리나라 지명 및 산들의 구역 경계과 위치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예전에 나는 영월이 충청북도인줄 굳게 믿고 있었다. 마치 수도산은 경남에 위치한 곳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 처럼. 나이 50에 이제서야 하나씩 지역과 산들의 위치를 알아가고 있다. 재미있다.
송년회 더덕확보를 위해 다올님이 가능한 금주 산행에 참석을 해 보겠다고 하여, 조금 기다린다. 산정무한님도 기다려 본다.
기다려도 기~~ 다려도, 님은 오지않고~~
동서울 출발한 오지버스는 어느덧 산행 들머리에 도착했는지, 팀원들의 부스럭 소리에 잠을 깬다. 새벽 4시다. 다들 자랑한다 4시면 기침을 한다고. 사계님은 요즘 2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잠은 8시 부터 시작해서 ㅋㅋ. 야행성 생활로 7시가 되어야 일어나는 나로서는 참으로 신기한 생체리듬이다. 졸렵다. 오지산행이 아니라면 이 시간의 활동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나에게는.
수도산 정상은 영하 8도 라는 정보에, 두꺼운 옷 그대로 입고 내린다. 지난주 (가을 바지 + 얋은 후드)에 이어 오늘도 정말 완벽한 복장 (기모바지 + 두꺼운 후드)이다. 사계님이 나누어 주신 발열팩 뒷주머니 넣고 산행을 시작한다. 일단 수도산 등로로 진입하여, 오지만의 길을 찾아 오른다. 추운 날씨로 인해, 전혀 땀이 흐리지 않아 너무 좋다. 나에게는 딱인! 기온이다. 하지만 겨울 장비와 코펠, 버너로 인해 배낭은 무겁디 무겁다. 미끄러운 낙엽과 낙엽아래 눈녹은 얼음으로, 부족해진 접지력으로 자꾸만 슬립이 생겨 힘이든다. 어느 정도 올라 너른 곳에서 하필이면 버려진 무덤 근처에서 무불표 포장마차 오뎅끓인다. 다올님을 위해 가져온 여분 오뎅은 오지 개방 2, 3인 자들이 소비해 주시고. 특히 오늘은 국물을 위해 황태채, 건새우, 다시마, 파 등을 따로 준비해 넣었더니, 포장마차 오뎅맛이 한결 더 깊다. 오뎅 먹기에 앞서 하늘비님이 가지고 오신 삼산주를 대간거사님이 버려진 무덤에 고시레 하신다. 안전산행과 송년회 더덕준비 임무를 달성하도록.... 주전들의 결장에도 불구하고..... / 나중에 무덤주인이 바램을 들어주셨다.
어느 정도 올랐을까? 왼쪽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든다. 휴식을 종용하였으나, 하늘비님이 그대로 무시해 주신다.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서 일출을 보기위해서, 다들 후다닥 오른다. 무박의 가장 큰 장점들은 새벽별들과 아침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운해도 장관이고. 다들 추운 겨울 일출을 즐기는 사이, 나는 살짝 잠을 잔다. 추운데도 10여분간 잠들었다. 자고나니 훨씬 몸이 가볍다.
쭉쭉쭉 전진하여, 우리는 수도산 정상에 이른다. 오르며 많지는 않지만 또 모자라지도 않는 수확을 하니, 일단 마음은 편하다.
수도산은 경남 가창인근에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정상석은 김천시 수도산이다. 대간거사님이 나의 고향인 대구를 기준으로 인근 명산들의 위치를 눈위에 그려 주셨다. 조금더 이해가 된다. 손가락 피부 문제로 인해, 밴드를 둘둘 말은 손가락도 불편하고, 추운날씨에 장갑 벗기도 귀찮아서, 오늘은 사진찍기가 꺼려진다. 오지팀 사진사 영희언니의 노고를 다시한번 생각해 본다. 가야산 방향으로 풍경이 좋았는데, 안찍고 그냥 간다. 나중에 후회한다. 식탐은 있으나, 사진탐은 없어라~~~
돌탑을 지나는 길에 떨어진 납작한 돌하나 주워 돌탑틈에 밀어 넣으며, 조그만 소원하나 빈다. 나도 부모인지라....
수도산을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서 눈이 흩날린다. 잔설이 바람에 날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싸락눈이었다. 부드러운 바람에 날리는 싸락눈을 맞으며, 부드러운 능선길을 걷는다. 걷고 걷고 또 작업도 간간이하고.
내가 기억하는 또 하나의 수도산 이갸기는 지리산 반달곰 K53에 대한 기억이다. 지리산으로 부터 약 90Km 를 이동해, 수도산 인근에서 발견되었고, 이후 구미 금오산 및 충북 보은까지 이동한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버스에 치이고, 인가를 맴돌다 포획되어 다시 지리산으로 돌려 보내졌으나, 또 다시 다른 지역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다, 어이없게 GPS 베터리 교체를 위해 쏜 마취총에 취해 이름모를 개울가에서 익사했다는 이야기. 그런데 우연찮게 곰발자국이라고 추정되는 눈위의 발자국을 보았다. 아마 지라산에 반달곰들이 많아, 자기 영역이 필요한 곰들이 이동을 위해 북진 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동물 복원은 당연한 일이지만, 앞으로 오지팀의 안전을 위해 안전용품이나 적적할 교육이 필요치 않나하는 생각도 해본다.
무불, 일보, 모닥불 세명은 단지봉으로 바로 오르고, 다른 팀원들은 송년회 준비 작업을 위해 한참이 지나서야 올라온다. 꽤 풍성한 준비를 하였다. 퍼펙트 하다. 적당히 차가운 날씨와 적당한 수확을 하고, 또 무박다운 산행거리도 채우고.
4시 30분 하산 완료를 목표로, 하산한다. 단지봉 왼쪽 사면을 가로 질러, 부드러운 능선으로 내딛는다. 아시다시피 어느정도 눈이 쌓인 내리막길이면, 다른 때 보다 하산 속도가 훨씬 빠른다. 약 700미터를 30분 만에 내려, 임도에 다다른다. 이어진 임도로 내려갈지, 얕은 능선이라도 잡고 내려갈지 의견 조율하다, 임도로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내려 오며 금주 있었던 계엄령과 조금 있다 있을 탄핵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내려온다. 각자의 정치성향이 다른 관계로 이하 생략하고. 목욕 후 몸을 말리며 보는 뉴스에서, 탄핵이 부결되었다고 한다. 당분가 본사에서 회의 때 마다 국내 정치 상황을 물어 볼 것을 예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김천 외곽 황금동이란 곳에서 목욕하고 식사한다. 더덕 씻고 빻고 준비해서 너무나도 탁한 더덕주 마신다. 등산도 퍼펙트지만 오늘 저녁도 퍼펙트하다.
항상 오지팀을 위해 배려하시고 희생해 주시는 대간거사님, 사계님 감사합니다.
더덕 빻고, 고기 굽는다고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송년모임 더덕준비를 위해 오늘 수고하신 오지팀 화이팅입니다.
첫댓글 가야산은 일출 때 보아야 제격인가 봅니다.
그것도 수도산에서.
멋집니다.
과연 석화성입니다.
맑디맑은하늘에
아름다운 조망
잠시감상해 봅니다.
오뎅까지 준비해주셨는데
함께못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덕순이캐시느라 고생많으셨습니다.
오지팀 화이팅!
다올님이 계셨으면 더 풍성했을텐데요. 오뎅은 다음에 이번에 못드신만큼 2배로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곰발바닥에 찍힌 자극이~ㅠ 지리에서 한번 조우하고는시껍했심다 ㅠ
조심해야겠습니다. 지리산 부터 경상북도는 곰 위험 지역이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