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쩍새가 우는 수안산방 이야기
미당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란 시에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라는 명시의 귀절을 남기셨다.그 주인
공인 소쩍새가 저녁이면 우리집 울안에서 며칠전서부터 울기 시작했다.어제
는 이른 아침 나절서부터 갈아놓은 밭에 고추며 파며 상추 등등 여름내 먹을
채소 묘종을심었다. 큰 마당에서 얼마 차지하지않는 밭임에도 불구하고 늙
은이 둘이 부치기에는 이젠 힘에 버겁다.산이애비가 관리기로 갈아 주고 만
들어 준 밭에 모종을 옮겨 심는 간단해 뵈는 일이지만 구멍을 뚫고 물을 주고
포토에 있는 묘종을 뽑아서 하나 하나씩 심고 다독여주는일이 해마다 하는 일
인데도 이젠 힘에 버겁기조차 하다는 이야기다. 허리와 다리가 아프기도하고
봄볕이 뜨겁기도하다 뭔일인지 겨울이 엊그제 같았는데 봄날씨를 훌쩍 뛰어
넘어 그냥 여름날씨이다. 이마로 땀이 흐르고 여러종류의 채소를 골고루 심
다보니 점심때가 훌쩍 넘어간다 서둘러 간단하게 점심을 마련해서 마당 평상
위에서 때우고는 훨쩍 저녁때가 되어오는데 손주녀석들 마당에 할아버지 할
머니가 나와 있으니 어린이집에 다녀오면서 반갑게 달려들온다. 지엄마가 먼
곳으로 출퇴근하는 바람에 툭하면 할머니가 마중을 해야 할것같다....."에구
그래도 구여운 내 새끼들!"서둘러 저녁 준비를 하다보니 밖이 컴컴해진다.
걱정 걱정하던 밭일도 해 치우고 말끔하게 풀밭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그저
일이 더딜 뿐이니 이만하면 행복이지 또 다른 무엇들을 더 바랄것인가!
나무마다 잎이 무성해지니 울안이 풍성해지고 그늘도 많아지고 온갖 새들이
날아들고 고로쇠나무 꽃에 벌들이 떼로 몰려들어 윙윙 거린다. 하루해가 저물
어 석양도 넘어가고 어둑해 지기 시작하니 정자옆 후박나무에서 소쩍새가 "소
쩌억~ 소쩌억~ " 울기 시작한다.저녁 준비를 하면서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
"너 우리집에 온 소쩍새 우는 소리 한번 들려주마" 전화기를 창문밖으로 돌려
놓고 들려준다" "들리니?.".."어..들려 들리는구나" 소쩍새 우는소리도 나누어
듣고싶은 이즈음의 마음이다.공해가 심해지니 소쩍새도 점점 휘귀새가 되어간다
고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시점이다. 소쩍새가 슬피우는 밤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란다. 허리가 몸이 고달퍼도 채마밭 일구고 먹을거리 만들어 먹을 수있는 마당
에서 소쩍새 우는 소리를 듣는 세월을 살고싶은 것이다.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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