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뽀에 종종들어오는 형이야. 우주의 나이가 140억년이래. 우주의 나이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삶의 나이는
모두 다 갑이라고 봐도 무색하지 않겠지만 말야. 그냥 글쓰는 편의상 반말할께. 이해해줘. 머 따지자면
우리가 사는 삶의 나이로 봐도 내가 1,2살은 형인거 같아. 그냥 이 글은 형의 오지랖 정도로 보자.
그래도 오랜만에 온 취뽀, 술취해 길거리에 앉아 있는 아저씨 쳐다보며 지나가는 마냥 지나갈 것을.
굳이 이렇게 오지랖떨게 된 이유는 너의 마음이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이야. 그래서 주관적이나마 내 생각도
들려주고 싶어서 그래. 물론, 개인적으로 오늘 좀 쉬어가자고 생각한 날이라서 시간도 있고 말야.
'네가 하면 불륜,내가 하면 로맨스'라고 많이 듣잖아, 우리 나이쯤 되면 누구나 다 가슴찡한 사랑이 있을거야.
그것이 불과 짝사랑이었다하더라도 말야. 너의 글을 읽어보니, 형도 참 아련한 과거지사가 떠올라.
그 점 덕분에 고맙네. 잠시 썰을 풀어보자면,
형도 힘든시절, 불타는 로맨스가 있던 적이 있어. 머 상상했듯 결과야 뻔하지. 뻥하고 차였어.
대학교 4학년때 만난 동갑내기 여친. 아 그래, 모든 남의 이야기가 그렇듯 너무 이쁜 처자였지.
다만,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는데 나는 가난한 학생 나부랭이 였고, 그녀는 번듯한 직장인이었지.
(머 대기업은 아니었지만, 이름대면 알만한 회사이니 번듯하다고 해두자고.)
하지만 형에게는 항상 자기만의 비젼이 있었고, 아마도 그녀가 더 비용하던 데이트비용은,
내가 가진 그 자기만의 비젼.에 대한 투자비용에도 들어가 있었을 거야. 머 그렇지 않겠어?
돈버는 그녀의 배려도 분명 있었겠지만 말야, 내가 하고픈 말은 그 비용이 전부 투자비용이었다해도
난 그녀를 비난할 생각은 없어. 연인사이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이 되어야만 하는 희생과 인내는
이제 더이상 맞지 않는 사회잖아.
자,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는 이제부터야. 취업시즌이 오고, 나의 그 근거없는 비젼이 실패로 깨어지는 날
그녀와의 사랑도 깨지게 되더라고. 지금 생각하면 나의 모자람도 인지하지 못한 채. 얼마나 그녀를
원망했는지 몰라. 그리고 구걸도 했지. 형이 그래도 연애경험은 적지 않은 편인데 그때 첨으로
무릎도 굽혔었다니깐. 환장할 노릇이지.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법도해. 왜 그렇지 않겠어? 그녀의 친구들은 대부분 연상남들과
연애하며 차로 에스코트 받으며 좋은 식사도 부담없이 할 수 있었겠고. 현실적 미래도 그려가도 있었을꺼 아냐.
지금 네가 너의 여친과 그러하듯. 5천이 어떠하고, 1억을 모으고. 등등.
그에 비해. 이건 머 자신의 남친(그때의 형)은 학생나부랭이에 취업만 기다렸건만. 결과는 참담했으니까 말야.
여튼, 이 시시한 이야기에서 형이 하고픈 이야기는 그거야.
원글보니까, 많은 친구들이 댓글로 그녀를 비난하더라고. 단언하건데 그럴 필요 없어.
(물론, 넌 그러지 않을 착한 심성의 소유자로 보이긴해.) 이 점 만큼은 이 형을 믿어도 된다고.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하잖아. 지금 너의 그녀는 그녀가 가진 시야의 한계에서 너를 보고 있을 뿐이니까.
(오해할가봐, 미리 말해두는데 여기서 시야의 한계는 나쁜 말이 아냐. 구체적으로 말해줄께.)
예를 들어, 그녀의 부모님은 네게 말했다며. '젊었을때 조그마하게 시작하는것도 좋다고'. 그것이 그들의 시야.
또 너도 이야기 했지. '주변 많은 친구들은 없이 시작해서, 행복하게 잘 산다고' 그것이 너의 시야.
마찬가지로 너의 여친은 '주변 친구들이 아파트에서 시작한다' 한것이 그녀의 시야. 인거지.
이런 시야를 통한 개인의 가치관은 굉장히 옳고 그름을 논하기가 어려워. 갑론을박 한다는게 굉장히
무의미 하다는 거야. 예를 들어, 정치로 빗대자면(나는 정치를 잘 모르지만) 고소득층의 세제해택를 줄이는 법안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부자는 당연히 법안에 반대하니 그와 비슷한 명맥의 정당을 지지 할 것이고, 부자가 아닌 자는 그 법안에
찬성하는 뜻을 가진 정당을 지지하는게 당연하잖아. 개인의 가치관이 다른 만큼 당연히 다른 선택을 하는 거라고.
그것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고수할 수는 있어. 하지만, 이것이 정답이라고 하는 당위성을 내세워서는 안된다는 것.
그게 형이 지금까지 말한 포인트야. 이해 되지? 구체적으로 적자니 힘드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것이 가치관의 범주에 속해 생각의 차이를 인정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아냐.
너의 이야기에서 보면, 대표적인게 너의 부모님의 자금 문제.가 그러하고, 네 자신의 문제가 그러해.
너의 부모님은 참으로 훌륭하신 분이야. 5천이던,1억이던 그 금액을 너에게 선듯 마련해주시는 것도 모자라.
직접 네가 살 집까지 알아봐 주시잖아. 너의 부모님의 가치관은 명시되어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분명 부모님의 가치관을 그들께서, 네 여친의 가치관에 맞춰주려고 하시잖아.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 적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충분히 감사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충분히 더욱 사과드려.그게 맞는거잖아.
(너의 가치관이 부모님께 당연히 도움 받는 것이 아니라면 말야.)
근데 말야, 미안하지만 형 생각에 여기까지는 그래도 두번째로 중요한 이야기이고, 가장중요한 이야기는 지금부터야.
애초에 내가 간만에 키보드를 두들겨야 겠다 라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고, 그건 바로 네 자신의 이상한 자존감 때문이야.
착각하고 있는게 있어보이는데, 네가 가진 사회적 기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해.
예를 들어, 형이 너의 글을 읽으며 느낀것은 너의 그 여친에 대한 가치는 굉장히 높은데 반해,
네 자신의 가치는 상당히 떨어져 있어. 그러니까 그 기준이 어딘지 정하는게 좋지 않을까.
좀 더 쉽게. 여친이 이름있는 직장을 다닌다고, 네가 동네 백수건달업을 다니는 건 아니잖아?
연인이 있는데, 한명의 외모가 대박 이라고해서, 나머지의 평범한 한명이 오징어인건 아니잖아.
(그리고 내가 비유를 외모로 들어서 그렇지만, 대기업이 대박의 외모도 아니야..알지?;)
형이 볼때 구체적으로 널 다 아는건 아니지만서도, 공공기업에 다니고 임대주택도 얻을 만한 직장이
왜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져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서 그래. 널 비난하는건 절대 아냐.
글 자체를 널 위해서 쓰고 있으니까. (눈을 조금만 돌려보면, 정말 많은 이들이 너무 곤란하게 있다고.)
(통계청의 자료를 찾을 것도 없고, 이 사이트를 15분만 정독해도 흔히 볼 수 있을걸?)
그리고, 이건 다분하게 형의 가치관이 투입되서 이야기 하는 건데, 연애관계에서 말야,
남자쪽의 자존감이 사라지면 굉장히 힘들어. 난 정말 누구보다 남녀평등사회가 왔으면 하는 입장인데.
경제적으로 봐도 아직도 집밖의 사회에서는 남자의 무게가 좀 더 무거운게 사실이거든.ㅠ_ㅠ 그런 의미에서
특히나 바깥일로의 무게중심은 앞으로 네가 굳건히 잘 잡고 있어야 한다고.. 미안하지만 말야..(나도 슬퍼.)
너의 무게중심이 흔들리거나, 지금처럼 희박하다면 말야. 앞으로의 곤경은 불을 보듯 뻔해.
그럼 앞으로 어찌해야할까.
무게중심이란게 말이지. 단순한 급여의 문제가 아냐. 단순한 급여로 중심을 잡기에는 현실적으로
이 세상에 우리같은 일반사람들보다 잘난 놈들이 수없이 많거덩ㅠ_ㅠ. 그 말은 곧 니가 얼마나를 벌어도
그 위의 경제적 부를 가진 사람들을 보며 어차피 중심을 잡기 힘듬을 말해.
그러니, 그 외에 움직이지 않고, 자신의 목표에 부합되는 것들로 무게중심을 잡아 나가야해.
예를 들어, 직업에 대한 비젼이라던지. 나중에 사업적인 꿈이라던지. 혹은 여행을 통한 행복이라던지.
아니면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라던지, 아니면 종교가 되던지 말야.
왜 결혼한 선배들이, 어르신들이 항상 이야기 하잖아. 배우자를 찾을때 잘맞는 사람이랑 만나라고. 말야.
그 잘 맞는 다는게 항상 두리뭉실하게 말씀해주셔서 문제겠지만, 형이 생각하는 답은 이렇다.
여튼 나는 착한 네가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그런 것들을 찾아, 자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런 모든 것을 보았을때, 분명한 것은 현재의 컨디션으로 보았을때, 나라면 결혼하지 않아.
그렇다고 내 일 아니라고, '그냥 헤어져'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냐.(여기서는 좀 비겁하도록할께.)
하지만 말이지. 너의 글에 ' 네가 바친 2여년간의 시간,투자,돈'에 관한 것들이 기억이 남아 지껄이자면,
'경험은 최고의 선생이다. 수업료가 비싸서 그렇지'라는 말을 남긴 영국의 이름모를 철학가의 변을 두고 싶다.
마지막으로, 형의 개인적인 사생활 이야기를 좀 할께.
나는 그래서 서두에 말한 그녀에게 개차인 이후로, 수년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위의 격언처럼
수업료가 비싸서 그렇지 많은 선생에게 교훈을 얻었어. 그리고 아직 젊은 나이니까 많은 변수가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충분히 행복해.
낯부끄럽지만, 여자에게 있어서도 그 때의 나보다 훨씬 멋진 남자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올 크리스마스 이브, 광화문에서 현재의 여친을 약 1시간반정도 기다릴 상황이 되었는데,
이거 왠걸. 동화면세점 옆에 파스쿠치가 형이 서두의 여친에게 개차였던 장소거덩.
문득 그때의 생각이 나. 거기가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그녀를 추억했지.
주관적 감상은 비교할 근거가 없으니 객관적 감상을 하자면.
현재의 나는 그때 여친 연봉의 실수령액 5-6배를 벌고 있고,
학생나부랭이였던 내가 지금은 여친에게 선물로 백도 사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미리 크리스마스 이브 콘서트 티켓도 준비 할 수 있는 센스도 생겼어.
여친 역시 그때의 여친보다는 직업적으로 훨씬 인기있는 직업이고 말야.
그때의 그녀는 풍문으로 듣자면, 아직도 남친은 바꿔가며 결혼 상대자를 찾고 있다고 하더라.
의미도 없고, 찌질한 감상이긴 했는데 스스로를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한 선생이 되어주었어 그녀는.
마지막이니, 높임말을 쓰자면, 그 착한 심성은 잊지 마시고, 부디 좋은 발전 있으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좋은 말씀이네요
감사합니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ㅍㅍ.새해복!
글 잘 쓰시네요 저도 상담받고 싶어짐 ㅠ
글쟁이가 꿈인지라, 기분좋네요. 원글처럼 충분한 정보를 주신다면냐. 못할꺼 없죠 원래 실전에 약할수록 썰푸는건 잘한다더라고요ㅎ 새해복!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칭찬 감사합니다.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행복하세요! 새해복도요!
와.. 글 대박ㅎㅎ 진리네요^^
다분하게 주관적인 글이지요.ㅎㅎ;
멋있는 분이네요. ㅎㅎ
외모가 많이 떨어지....ㅠ_ㅠ
그렇지...아픈만큼 성숙해지는거지...
안성숙해져도 안아프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쵸?..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감동까지야ㅎㅎ..여튼 감사합니다. 기분 좋네요^^ 잘쓰기위해선 다독,다작이아닐까 싶네요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