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엉망이다. 구체적으로 일감몰아주기, 에버랜드 사태, 삼성물산 불공정 합병 등의 일이 발생한다. 이런 일들이 “높은 상속세와 배당소득세로 자식들에게 부를 합리적으로 이전시킬 방법이 없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글을 읽었다. 그런 내용이 조세연구원, 자본시장 연구원들의 리포트에 나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문제는 재벌 2세가 재벌 3세에게 세금 없이 자기 돈을 이전하고자 각종 불법을 한다는 오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이건희의 자산을 이재용에게 세금 없이 이전하는 과정이 아니다. 이건희 자기 돈이 아니라 타 주주의 돈을 이재용에게 주고자 횡령, 배임하는 것이 문제다.
이건희 회장은 이재용에게 합법적으로 60억원을 증여했다. 세금 내고 나머지 46억원이 불과 몇년 만에 2조원으로 뻥튀기 되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일어났다. 삼성에버랜드 사태, 삼성SDS사태, e삼성 사태 등이 그 비결이다. 2조원은 이건희 돈이 아니다. 주주돈(내 돈)이다.
삼성에버랜드가 헐값에 발행한 전환사채(CB), 삼성SDS가 헐값으로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하지 않고 이재용에게 몰아줬다. 헐값에 주식을 발행한 회사의 주주가 손해보고, 시세보다 싸게 나온 주식을 구매하지 않은(실권한) 회사의 주주가 손해를 봤다.
이건희 자산을 세금없이 증여한 것이 아니다. 에버랜드사태, SDS사태와 상속세는 아무 상관이 없다. 즉, 상속세를 낮추는 것이 해결책이 아니라 배임죄(형사) 처벌을 강화하고 주주대표소송이나 집단소송(민사)을 실질화 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를 증여세법으로 규제하는 현행 증여세법은 100% 내 아이디어로 만든 법이다.(박재완 장관도 인정 ^^) 그런데 이도 법 형식적인 증여세 부과와 달리 실제로 피해를 본 사람은 주주다.
글로비스에 고작 30억원만 투자한 정의선이 몇년만에 수천억을 벌었다. 이는 정몽구의 돈이 2조원 정의선에게 간 것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주주가 누려야 할 사업기회를 정의선이 편취해 간거다. 현대차 그룹 주주가 벌어야 할 돈 수천억원이 정몽구에게 흘러가고, 삼성그룹 주주가 누려야할 수조원이 이재용에게 흘러간다. 주식이 오르면 이상하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 주주의 돈을 이재용에게 몰아주기 위해 국민연금과 전국민이 손해를 봤다. 이건희의 돈이 아니다. 삼성물산 주주인 엘리엇은 배상을 받았으나 다른 삼성물산 주주는 물론 국민연금은 배상을 받지 못했다. 국민연금이 가해자니 당연히 배상을 받을 수는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회사인 LG화학 주주가 졸지에 베터리가 분사하고 패트병회사 주주가 되는 일이랑 상속세와 배당소득세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우리나라 재벌 지배구조의 근본문제는 상속세가 아니다. 첫째, (고작) 45억원의 돈으로 몇년안에 수조원으로 불리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배임과 횡령.
둘째, (고작?) 수조원의 돈으로 시총 수백조원의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자 하는 과정. 이 두 가지가 근본 문제다. 이건희 돈을 세금 없이 증여하는 과정이 아니라 다른 주주의 돈을 배임, 횡령하여 돈을 주는데 뜬금없이 상속세와 자본소득세가 높아서 문제라는 조세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의 보고서가 왜 나올까?
이건희의 돈 불과(?) 십수조원을 100% 세금없이 이재용이 증여받아도 수백조원에 달하는 삼성그룹을 모두를 정상적으로는 지배할수 없다. 그래서 과거에는 상호출자, 순환출자, 지주회사(지주회사 행위제한이 지나치게 널널한) 방식, 최근에는 불공정합병, 분할 등등이 나온다. 상속세랑 상관이 없다.
넥슨이 높은 상속세 때문에 지배구조가 흔들린다고 한다. 상속세를 내고도 넥슨 2세는 전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20대 반열에 올랐다. 만약에 상속세를 없애서 22세 장녀와, 20세 차녀인 넥슨 2세가 경영을 하면 넥슨이 정상화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경영 능력이 없는 22세 장녀와 20세 차녀가 오로지 지분의 힘만으로 타 주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지배력을 획득하면 넥슨 주식이 오를까?
상속세와 금투세 관련해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냥 좀 쿨하게 인정했으면 좋겠다.
나는 상속세를 내기 싫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상속세 때문에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생기고 에버랜드 사태와 삼성물산 사태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주식 소득에 세금을 내기 싫고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이 떨어질까봐 두렵다고 솔직하게 말하자. 괜히 사모펀드 감세 때문에, 부자가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금투세를 반대한다고는 말하지 말자.
사모펀드 투자자 중 개인 투자자 비중은 3% 밖에 안된다. 97%는 금투세와 아무 상관없는 기관과 법인이다. 부동산 관련 사모펀드는 아예 법적으로 환매가 안된다고 하니 그럼 배당을 하지 않고 청산을 하면 어쩌냐고 한다.
사모펀드는 GP 성과급 때문에 대부분 연말 배당한다. 연말 배당하면 금투세와 상관없이 종합소득 과세된다. 연말 배당을 전혀 하지 않고 GP 들 성과금도 안주고 청산을 한다? 물론 아예 없진 않겠지만 그 희귀한 경우에다 3%를 곱하면 얼마나 극단적인 예외일까?
세금이 감소할 수도 있는 극단적인 예외를 하나 겨우 찾아놓고 금투세는 '부자감세'여서 반대한다고 한다. 좀. 반대를 하더라도 쿨하게 반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