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와 한자어
이영득
(순)한국어와 한자어는 다르지만 상호 침투하여 말을 새롭게 바꾸는 경향이 있다. 사실 한자어도 한국어이다. 왜냐면 우리는 중국계 웅녀의 후손이니까.. 하지만 한자어는 "한자"를 사용하면서, 그 발음이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한국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매우 변동이 심하다. 지역이 멀어지고, 시대가 흐르면 아예 소통하기 어려워질 정도로 심하게 말이 바뀌게 된다. 문자(한자 및 한자어 발음)는 그것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여 먼지역 사람끼리, 그리고 조상과 후손 사이에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하기에 한자를 기반한 문명(文明)이 발달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비록 한자는 청구배달국과 고조선, 변한 제후국 은나라와 진한인 부여에서 확대발전시켜 만들었지만, 한자는 한, 중, 일, 베트남, 몽고 등 동아시아의 모든 나라의 것임과 동시에 조상과 후손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반면에 소리글자는 그럴 수가 없기에 암호문자의 역할을 하여, 계급을 만들고 차별을 만든다. 총체적 노예제의 수메르와 이집트 등이 그러하다. 내가 한글전용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일상에 한글만 사용해도 현재까지 사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나는 무지렁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치고 일반인이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주로 영어로 되었거나 그것을 어려운 한자어로 번역한 (대부분 일본식, 실제로 알고보면 중국-청나라식 번역글자인) 학술용어를 마구마구 한글로 적어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소리글자인 훈민정음을 만든 근본적인 이유가 '어리석은' 백성들이 한자의 훈을 선생없이도 배울 수 있게 하고, 글자를 모르는 무지렁이에서 탈출시키게 하기 위한 정 반대의 목적이 있었다. 그가 경복궁의 대문(남문)을 광화문(光化文)이라고 한자로 만들어 지은 이유도 그렇게 백성들을 밝은 문명(文明)의 빛(光)으로 백성을 교화(敎化)하기 위함이었다. 그 뜻도 모르는 어리석은 현대의 한글전용주의자가 감히.. 정말로 감히.. 세종대왕의 뜻을 거슬러 한글현판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다.
세조가 <삼성기> 등 고대사 서적을 수거하여 불태우고, 유학국가에서 불교서적을 가장먼저 번역하고, 각종 이변을 조작, 유행케하여 자신을 신격화시키고, 백성을 무지하게 만든 이유는 한글이 가지는 혁명적 신분개혁정신을 정반대로 바꾸기 위함이었다. 신라가 불교를 도입하고 고려가 대를 이은 이유는 골품제와 음서에 기반한 신분제를 공고히하기 위함이었다. 조선은 백가지 성(姓)을 가진 백성 누구나 시험(공부)을 통하여 과거에 합격하면 신분상승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유학 이념을 가지고 혁명적으로 개국한 나라였다.
왜 불교가 신분사상을 공고히하는가? 아무리 현생에서 좋은 공덕을 쌓아도, 현실도피의 불타가 되지 않는 한 또는 내세에 관세음보살의 구원을 받아 좋은 신분으로 다시 탄생하지 않는 한, 현실 사회에서는 신분상승이 불가능한 힌두교의 윤회사상을 토대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도의 카스트제도나 신라의 골품제는 모두 동일한 불교적 상부구조 관념의 하부토대이다.
힌글전용주의자 중에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없을 것이다. 거의 백프로로 확신한다. (불교도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일상으로 써야할 불경은 한문이 너무나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는 기독교의 발생이 로마시대의 하부구조인 노예제 사회의 계급이념에 충실한 사상적 상부구조를 이루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의 노예제도의 주인들도, 심지어 노예도 의무적으로 기독교(청교도)를 안믿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몸뚱아리 이외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을 노예라고 한다. 그래서 비록 임금이라는 노동력 재생산비용을 지불받지만, 현대사회의 노동자도 노예와 다름없기에 임금노예라고 하며, 기독교는 현 자본주의 사회의 상부이념인 것이다.
예수는 분명히 (유대인) 가족을 원수로 삼고, 원수(지배계급, 로마)를 사랑하라고 말했다. 로마인이 성경을 왜곡한게 아닌 것이, 정통기독교에서 이단으로 취급하는 토마스(도마) 복음에도 분명히 똑같은 말이 적혀있기 때문이다. 그게 노예사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무지렁이는 두가지 뜻이 있다.
1. 아무것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
어원은 무지랑(無知郞)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내를 의미한다. 하지만 눈이 없으며, 밟으면 꿈틀하는 지렁이를 연상케하여 한자어와 순한국어가 상호 융합되어 생겨난 말이다.
2. 헐었거나 무지러져서 못 쓰게된 물건.
무지러지다가 어원이다. 무지러지다는 모자라지다의 어감(語感)이 큰 말이다. 다시 모자라지다는 못 + 자라지다에서 유래한 것이다. 키가 짧아지는 물리적인 의미도 있지만, 지식이 짧아지는(나이 들수록 문해력이 떨어지는) 정신적인 의미도 유추할 수가 있다.
결국 무지(無知)와 같다. 그게 바로 눈이 없이도 땅속 생활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지렁이처럼, 일상생활에서 한자 없이도 불편함이 없다고 주장하는 한글전용주의자의 주장이기에 한글전용주의자는 무지렁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