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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수필. 고전 스크랩 신이 준 양쯔강 쌴샤댐 / 이시은
풀꽃 추천 0 조회 83 18.02.09 15:21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신이 준 양쯔강 쌴샤댐

      

                                                                                  이시은

 

 

특별한 체험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가이드가 1시 경이면 우리가 탄 크루즈가 쌴샤댐에 도착하니, 댐의 갑문을 통과하는 광경을 볼 사람은 호출을 하겠다기에 부탁하고 왔다.

 

충칭에서 이창까지 양쯔강 물길을 따라가는 크루즈의 크기가 17,000톤이나 되었다. 이 배가 갑문을 통과한다니 그 광경을 볼 참이라, 자다 말고 갑판으로 올라가야 한다. 선잠을 자야 하지만, 다시 볼 수 없는 구경거리를 놓칠 수가 없다. 기다려도 호출이 없어 옷을 두껍게 껴입고 상층갑판으로 올라가니, 이미 배는 거대한 댐의 갑문 앞에서 갑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얼마간의 사람들이 카메라의 셔터를 연신 눌러대고 있다.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을 밝히는 불빛 앞에 높게 앞을 가로막고 있는 갑문을 마주했다. 사흘 밤낮을 크루즈에서 지냈지만, 육중하게 서 있는 시멘트벽을 검은 물 위에 떠 있는 배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경이롭고도 으스스했다.

 

제 1 갑문 앞에 멈추고 선 뱃머리 갑판에 섰다. 차가운 강바람이 온몸으로 스며들었다. 앞에 바라보이는 2갑문에서 3갑문으로 배가 통과하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었다. 1갑문을 통과한 배가 2갑문을 통과하기 위해 수위 조절을 하면서 갑문 내의 물을 뽑아 내리는 과정에서 물의 높이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모습이, 마치 지구 속으로 말려 들어가는 배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갑문 위쪽까지 차올랐던 물이 빠지면서, 힘겨움에 시달린 멍같은 시꺼먼 물 자국을 드러내 보이며 아래 갑문과 수위를 맞추었다. 그렇게 2갑문이 열려 3갑문으로 들어가고 다시 차오른 물을 댐의 수위 높이까지 올려, 드디어 갑문이 열리고 1갑문이 열려 그 큰 크루즈 선채가 서서히 갑문 안으로 들어서서 다음 갑문 앞에 섰다. 이렇게 양쯔강의 뱃길을 잇기 위해 5개의 갑문이 물을 채우고 빼는 작업을 밤낮으로 하는 것이다. 이 갑문을 통과해 양쯔강 물길을 따라 상해까지 뱃길이 이어진다.

 

갑판에서 내려올 때는 옷은 이미 습기가 배어 비를 맞은 듯 축축했다. 선실로 돌아와 발코니로 나가 마주한 시멘트벽과 선채 사이가 1미터도 안 되는 거리였다. 벽과 가까운 거리를 두고 그토록 큰 배가 정지하고 섰다니, 눈을 의심하며 다시 보았다. 눈앞은 오직 시꺼먼 벽이 가로막고, 가마득한 낭떠러지에 서 있는 듯하다. 등줄기가 오싹해 온다. 물에 젖은 벽과 배를 고정시키기 위해 연결한 밧줄의 삐걱대는 소리만 귓전을 울렸다. 물이 튀어 젖은 발코니는 홍역을 치르며 흥건한 땀을 쏟아놓은 듯했다. 3시 반이 넘은 시간에 다시 잠을 청했다. 창이 밝아 올 때까지 갑문을 통과하기 위해 기다림과 삐걱대는 소리를 지르며 아득한 댐 아래 강바닥으로 크루즈는 내려섰다.

 

아침을 먹고 쌴샤댐을 찾았다. 밤새 몸살을 앓으며 내려온 선채는 이창 부두에서 해산한 산모처럼 몸을 푸는 사이 찾아간 댐을 마주하고 입을 벌리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양쯔강의 지류를 막아 후베이 성 이창 시에 건설된 다목적 댐이다. 1,820만 킬로와트의 발전량은 전 세계 수력발전소 중 발전량 1위이기도 하다.

 

댐 길이가 약 2.3킬로미터이며 높이는 185미터나 된다. 두께가 18미터이고 총저수량은 약 393억 제곱미터이다. 이 엄청난 물을 담은 쌴샤댐은 이창에서 충칭까지 저수지를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 소양강 댐의 15배에 이르며 이곳에서 발전하는 전기는 중국 전체의 11프로에 해당한다고 한다.

 

충칭에서 이창까지 사흘 동안 주변 관광을 하며 달려 온 물길을 만든 댐이다. 전망대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며 강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우리만치 넓은 강폭을 바라보며 달려온 물길을 되돌아보게 한다. 어젯밤 그 으스스한 느낌을 자아내던 갑문이 저만큼 층층이 배들을 품고 있는 모습이 바라다 보였고, 까마득한 곳까지 이어지는 댐이 아스라한 곳까지 물을 품고 있다. 배들이 밤새 몸살을 앓으며 내려온 그 커다란 갑문들이, 거대한 호수의 한 귀퉁이에 마치 어린아이들의 놀이로 물막이를 하고 장난감 배를 띄우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 공사장에서 엄청난 생명이 희생되었다는 말을 들으며, 만리장성을 쌓은 중국이었기에 가능하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 홍수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갔다니, 이 댐으로 하여금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변의 수해를 막고, 농수원으로 사용하며,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대단한 성과이다.

 

쌴샤댐은 1919년 쑨원이 출간한《건국방략建国方略》에서 처음 언급되었던 것으로, 국민정부 수반 장제스도 검토를 지시한바 있었고, 1944년 미국 간척국 기술자 존 루시안 사바지가 양쯔강 일대를 조사하여 쌴샤댐 건설 계획안을 중국정부에 제의하여, 중국인 기술자들이 미국의 지원 하에 추진하였으나, 국공내전으로 중단되었다. 그 후에도 마오쩌둥도 이 사업을 지원하였지만 성과를 보지 못하다, 1992년 전국 인민 대표회의에서 리펑의 공식적 제안으로 1994년 말에 착공하여 2009년에 완공을 한 사업이다. 이 댐 건설은 양쯔강 물길을 다스리는 숙원 사업이었다. 석회암 지질로 이루어진 양쯔강 지류에 화강암이 있는 곳은 이 곳 뿐이라고 한다. 유일하게 댐을 견딜 수 있는 지질을 형성 한 곳이라 하니 신이 준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엄청난 규모의 쌴샤댐을 생각하며, 충칭으로 돌아오는 깨끗한 고속열차에서 연신 차창 밖의 모습을 눈여겨보았다. 오래 전 중국 내륙지방을 갔을 때 덜컹대며 퀴퀴한 냄새를 풍겨대던 침대칸 열차에서 밤을 보내던 날이 떠올랐다. 격세지감이다. 충칭의 강변은 즐비한 고층 건물들이 휘황찬란한 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쌴샤댐의 발전으로 풍부해진 전력을 이용해 강변의 야경을 만들어 관광 사업을 하고 있다. 중국의 발전을 실감 했다. 중국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라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정책과 발전을 이웃인 우리들은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한국문학신문<이시은의 여유로운 일상>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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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8.02.10 14:31

    첫댓글 마오타이라도 한병 가져 오시지 그랬습니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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