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72)/ 말레이시아
렝공 계곡의 고고학 유산
(Archaeological Heritage of the Lenggong Valley; 2012)
루시 렝공 계곡(Lush Lenggong Valley)에는 2,000년에 가까운 역사를 보여 주는 고고학 밀집 유적 두 곳이 있다. 이곳은 단일 지역에 고대인이 머문 것으로는 가장 긴 기록을 보여 주며, 아프리카 대륙 밖에서 발굴된 고대인의 유적 중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이다. 고대의 도구와 기술 발달의 증거인 구석기 시대 도구 작업장이 있는 노천 유적과 동굴 유적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구석기·신석기·철기 시대의 문화 유물이 발견된 유적들의 수로 보아 이곳에는 반(半) 정착 생활을 한 인류가 상당히 많이 살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 말레이 반도의 루시 렝공 계곡에 있는 유적은 183만 년 전부터 1,700년 전까지 아프리카 대륙이 아닌 지역에 살았던 인류 조상의 오랜 연대기를 담고 있다. 이 유적은 페락(Perak) 강을 따라 노천 유적과 동굴 유적을 포함하고 있다. 이곳에는 긴 연대기를 보이는 구석기시대 석기 작업장이 있는데 이 작업장은 고대의 호숫가와 강가의 자갈밭에 원 위치 그대로 아무도 손대지 않은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183만 년 전 강에 떨어진 운석 하나로 인해 강의 흐름이 바뀐 부킷 부누(Bukit Bunuh)에는 구석기시대 도구가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손도끼는 아프리카 대륙 이외의 지역에서 발견된 손도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분석에 따르면 이 손도끼는 동남아시아에 거주했던 초기 인류가 만든 도구였음이 밝혀졌다. 7만 년 전의 큰 재앙이었던 토바(Toba) 화산 폭발로 인해 코타 탐판(Kota Tampan) 작업장 유적에는 수많은 종류의 도구가 버려진 채로 남아 있다. 다른 작업장 유적으로는 2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 사이의 작업장인 부킷 자바(Bukit Jawa), 4만 년 전의 부킷 부누(Bukit Bunuh), 1,000년 전의 작업장인 구아 하리마우(Gua Harimau) 등이 있다. 유물이 비교적 풍부한 이 유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규모의 인류가 있었거나 반(半) 정착 생활을 한 인류가 있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페락에서 발견된 인류 조상인 페락 맨(Perak Man)은 구눙 룬투 동굴(Gua Gunung Runtuh) 안에서 발견되었다. 페락 맨은 동남아시아에서 발견된 인간의 골격 가운데 가장 오래되었으며, 탄소 연대 측정으로 10,120년 전의 홍적세 말기와 홀로세 초기에 동남아시아 대륙과 인도네시아 군도 서부에 거주하던 인류인 오스트레일리아 인종(Australomelanesoid)으로 확인되었다. 부킷 케팔라 가야(Bukit Kepala Gajah)의 대규모 카르스트 노두 안에는 20개의 동굴이 있다. 이 중에서 구눙 룬투 동굴·텔루크 켈라와르 동굴(Gua Teluk Kelawar)·카양 동굴(Gua Kajang) 등 3개의 동굴에서는 선사시대의 무덤이 발견되었다. 두 유적 단지에 모여 있는 4개의 유적은 인류 역사의 중요하고도 연속적 단계를 보여 주는 비할 데 없는 유적이다. 이 렝공 계곡은 초기 구석기시대 이후로 여러 차례 인간이 거주할 수 있는 비옥하고 환경적으로 안정된 주거지를 제공해왔다. 이곳의 고고학적 유물은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비교적 훼손되지 않았고 보존 상태가 온전하다. 시각적 완전성은 오늘날 상업적 농장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유산은 그 가치를 표현하는 데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계곡 전체에는 발굴되지 않은 유물이 많이 간직되어 있다. 진정성 유산의 진정성은 유적 그 자체와 손상되지 않은 온전한 상태의 경관에 관한 것이다. 이곳의 경관을 통해서는 고대 하천의 자갈 하상(河床; 하천의 바닥)과 운석의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문서화된 증거는 183만 년 전부터 1,700년 전까지 유적의 가치를 보여 준다. 1987년 이후 최근의 렝공 계곡에 대한 연구는 초기 인류 인구 이동의 역사에 관하여 이 유산이 신뢰성과 진정성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