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옷의 멋은 입는 사람의 성품과 옷을 지은 사람의 정성이 더해져야 그 아름다움이 제대로 빛을 발할 수 있는 법이다.
25년간 한결같이 한복 짓는 일에만 정성을 다한 한복연구가 김인자. 선생의 손끝 정성이 담긴 한복 이야기를 들어보자.
1. 25년간 장인 정신과 성실함으로 한복을 지은 덕에 새 손님보다 늘 오던 손님이 대부분이라는‘중요무형문화재 제 89호 침선이수자’김인자 선생.
2. 김인자 선생은 때때로 찻잎, 깻잎, 치자, 송화 등을 찧어 만든 천연 염색에 물을 들이고 햇빛이 좋을 때 말려 직접 한복감을 준비하기도 한다.
3. 야무진 손끝 솜씨로 만들어낸 곡선이 살아있는 한복 저고리.
4. 아이들을 위해 준비하면 좋을 근사한 배색의 색동 저고리.
명문가 사이에서 대를 이어 찾아오는 한복집
잠원동 아파트 단지 옆 작은 상가의 2층에 오르면 은은한 멋과 잔잔한 향기가 느껴지는 한복집 앞에 발길이 멈춘다. ‘동네의 작은 한복집인가?’했다가 문 안으로 고개를 넣고 들여다보면 한 땀 한 땀 정성들여 바느질 작업하는 모습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품이 느껴진다. 누구의 한복 작업실인가 궁금했는데 한복전문가 김인자 선생의 보금자리란다.
어찌 보면 지금의 작업실이‘중요무형문화재 제89호 침선장이수자’인 김 선생의 솜씨에 비해 너무나 소박한 공간이지만 김 선생은 외형보다 내실이 중요하고 그 진정함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나지막히 말한다. 김인자 선생은 방송이나 인쇄매체에 수시로 나오는 여느 한복전문가처럼 대중적인 명성이 드높지는 않지만 정말 곱고 정성들여 만든 한복이 무엇인지, 전통을 그대로 담은 진짜 우리 옷이 무엇인지 아는 명문가들 사이에서 그 실력 하나로 제대로 인정받은 한복 전문가다. 그래서 그녀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새로운 사람들이 아닌, 한번 인연을 맺은 손님의 소개로 오거나 2~3대에 걸쳐 단골이 되어 계속해서 찾아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천연 염색과 푸새, 다듬이질… 정성으로 짓는 한복
김인자 선생의 바느질은 꼼꼼하며 점잖은 선을 만들어낸다. 특히 입어서 편하고 부드러운 선을 폼 내는 것이 남다르다. 이 모든 실력은 전통을 그대로 지켜온 김 선생의 장인정신과 정성들인 손끝 솜씨가 만들어낸 것이다. 김선생은 직접 차나무를 비롯해 치자, 송화, 홍화, 깻잎을 찧어낸 천연 염색 재료로 천에 색도 입히고 푸새(옷에 풀을 먹이는 일)와 다듬이질도 한다. 그러고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으로 되돌려 작업하기가 부지기수다. 이렇게 선생이 직접 물들인 원단으로 깃과 섭, 색동을 배치하는 그 배색 또한 빼어나다. 이렇게 전통 한복의 색감이 그대로 표현되는, 그녀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옷은 천성적인 미의식에서 나온 듯 아름답다.
뼈 속까지 자아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우리 옷 김인자 선생의 그 천성적인 미의식도 어렸을 적부터 한복을 입어온 탓이라며 그것의 예로 얼마 전의 일을 귀띔했다. 어떤 아이 엄마가 11살짜리 아이와 한복을 지으러 들렀더랜다. 한복을 맞추러 온 아이는 한복의 작은 디테일까지 물어보며 디자인에 대한 의견까지 내놓았다.
아이는 한복의 섶과 깃, 고름, 흉배등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를 나누며 김인자 선생은 어린아이에게 감탄해 마지못하다 어떻게 이렇게 한복에 박식하냐고 물었더니 어렸을 적부터 명절은 물론 대가족 모임 때 한복을 입는 일이 흔했고 자연스레 우리네 옷에 관심이 가서 책도 읽고 자료도 찾아보며 배웠다고.
김 선생은 어렸을 적부터 한복을 자주 접하고 입었던 사람들치고 가족과 나라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이 크고 이런 마음이 뼈 속까지 스며들어 자아 정체성이 뚜렷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우리네 한복을 자주 입고 그 전통을 이어나가는 마음가짐이 작게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멀리 나아가서는 자신을 중심으로 세계를 긍정적으로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정체성을 바로 확립할 수 있다며 한복의 소중함을 깨닫고 즐겨입기를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