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916](월) 성소부부고 살피기 019#
✦문부1 서(序) / 사한전방(詞翰傳芳) 서(序)2
https://youtu.be/fOhqG2otNDw
오늘도 지난 시간에 이어 신호열 선생님이 풀이를 해 놓은 것을 먼저 가져 옵니다.
만일 당세의 선비인 동고(東皐, 동고는 최립崔笠의 호)로 서(序)를 하게 하고 서경(西坰, 유근柳根의 호)·손곡(蓀谷, 이달李達의 호)·여장(汝章, 권필權韠의 자)·자민(子敏, 이안눌李安訥의 자)으로 시를 하게 하고, 석봉(石峯, 한호韓濩의 호)·남창(南窓, 김현성金玄成의 호)으로 글씨를 쓰게 하고, 이정(李楨, 호는 나옹懶翁)으로 색채를 베풀어 상(像)을 만들게 하였더라면 또 어찌 모두 그 아래에 있다고 하겠는가?
뒷날에 안목을 갖춘 사람이 감상한다면 어느 편에 좌단(左袒)을 할는지 모르겠다.
무릇 문장과 서화는 공벽(拱璧)이나 장주(掌珠)와 같아서 정해진 제 값이 있는 것이나 세상이 파사호(波斯胡)가 아닌 이상 어찌 그 고하(高下)를 알겠는가. 오늘날 눈 어두운 자들이 모두 시문도 세태를 따라 오르내린다 하여 눈으로 본 것은 배척하고 귀로 들은 것만 귀히 여겨 모두 다 고인(古人)을 절대 따를 수 없다 하니... 아아, 큰 물이 밀어닥쳐 공중까지 넘실대어 산호가 잠긴 곳이 어느 곳인지도 모르면서 맥 모르고 스스로 나불나불 가리켜 구하는가. 이는 귀로 먹는 자들과 무엇이 다르랴!
이 책은 고물(古物)이므로 소장하는 것이요, 그 글과 시와 그림을 보배로 여김이 아니니 뒷날 보는 자가 자세히 보고 기록하면 다행이겠다.
이제, 제가 보다 쉽게 풀이를 할 차례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지난 글에서 밝힌, 제가 풀이한 대목을 다시 가져 오겠읍니다.
문량 김수온이 글 머리를 썼으며 강중 서거정, 경우 강희안, 경순 강희맹, 중경 성임, 삼탄 이승소의 시로 모두 직접 손으로 쓴 필사본으로 추천사는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었으며 글씨는 동래 정사룡이 썼고, 가도 안견의 그림으로 석가와 아미타불을 그린 두 작품으로 끝을 맺었는데 그 그림은 딱히 뭐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묘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고 풀이를 했지요.
하지만 교산 허균은은 자신이 생각하기에 이 사한전방(詞翰傳芳)에 다음과 같은 님들이 참여했더라면 더 멋진 작품, 시집을 얻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을 이어 갔읍니다.
만일 그때의 선비인 동고 최립(東皐 崔笠)으로 서(序)를 하게 하고, 서경 유근(西坰 柳根)·손곡 이달(蓀谷 李達)·여장 권필(汝章 權韠)·자민 이안눌(子敏 李安訥)에게 시를 짓게 하고, 석봉 한호(石峯 韓濩)·남창 김현성(南窓 金玄成)으로 글씨를 쓰게 하며 색깔 감각이 뛰어난 나옹 이정(懶翁 李楨)에게 그림을 그리게 하였더라면 어찌 평가하기를 모두들 살짝 한 수 아래에 있다는 말들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까 뒷날에 안목을 갖춘 사람이 감상한다면 어쩌면 좌단(左袒)하여 왼쪽 소매를 벗고 어깨를 드러내어 자신의 어깨 근육을 자랑하듯이, 한쪽을 편들어야 겨우 칭찬을 이끌어낼 수 있을 정도는 아닐 것입니다.
무릇 글과 그림은 두 손으로 감싸 안을 정도의 보물처럼, 애지중지하게 여기는 딸처럼 제 값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세상이 페르시아가 아닌 다음에야 어찌 페르시아 보물처럼 쉽게 그 높고 낮음을 따질 수 있으리오. 오늘날, 보는 눈이 어두워 모두들 이 시문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보다는 들리는 말에 따라 옛사람의 바른 평가를 외면하니... 아! 큰 물이 밀어닥쳐 하늘을 삼키듯 넘실대는 바다밑에 산호가 잠긴 곳을 헤아리지도 못하는 것처럼 그 깊이를 모른 채 입으로만 나불거리다니 귀로 먹는 자들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 책은 옛것이라 소장하는 것이요, 그 글과 시와 그림을 보배로 여겨 소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힙니다. 그리고 덧붙여 뒷날, 보는 님들은 이 기록을 자세히 보고 혹, 기록을 남기신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읍니다.
이렇게 해서 신미 대사가 남긴 시집을 보고, 덧붙인 글을 남긴 교산 허균의 ‘사한전방(詞翰傳芳) 서(序)’ 읽기를 마치려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사한전방(詞翰傳芳)’은 향기롭게 느껴질 정도의 훌륭한 편지글 형식의 시집으로 보는 것이 좋을 듯싶네요. 모처럼 이 글을 읽으며 한글 창제에 힘을 보태었던 신미 대사를 만날 수 있어 참으로 좋았읍니다.
이런 오늘도 고마움에 쌓여 한가위 연휴를 보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첫댓글 한가위, 추석 연휴 사흘째입니다.
월요일이라 교산 허균 얼을 톺아보는 시간을 가졌읍니다.
그러니까 '성소부부고 19번째' 시간입니다.
쉬면서 한가위, 추석에 뜻깊은 시간을 갖고 있읍니다.
기회가 되시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