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의존성이란...
한 번 일정한 제품이나 관행에 익숙해져 의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그 경로가 비효율적으로 되더라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이 용어는 1980년대 중반 폴 데이빗(Paul David), 브라이언 아서(Brian Arthur)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였으며, 주로 경제학자들이 새로운 기술의 적응과정과 산업의 진화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였다.
경로의존성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폴 데이빗은 판의 엉킴을 방지하기 위해 빠른 타이핑이 어렵도록 비율적으로 설계된 쿼티(QWERTY) 자판배열이 이후 더 효율적인 자판배열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보편적 기준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 설명하면서 경로의존성 개념을 제시했다.
비디오 테이프 녹화방식인 VHS가 시장을 선점한 이후 이보다 우월한 베타멕스방식이 시장점유에 실패한 것도 경로의존성을 설명하는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경로의존성은 주로 우연성, 역사성, 기술적 고착성의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되는데, 그중에서도 빠질 수 없는 특징이 경로의존성의 고착화(lock-in)다.
고착화란 쿼티 자판처럼 가장 뛰어나지 않은 제품이 사실상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그 상태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고착화되어(locked-in)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고착화 현상은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새로 타자를 치는 방식을 배워야 하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인 자판 간에 존재하는 상호 기술 연관성, 규모의 경제에 따른 이용비용의 감소, 기술교체에 따라 발생하는 매몰비용 등으로 야기된다.
브라이언 아서는 이 개념을 경제학에 처음 응용한 학자로, 초기에 소기업들이 특정 지역에 입지한 것을 계기로 이후에 산업들의 집적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사소한 역사적 사건에 의한 고착화(lock-in by insignificant historical events)’라는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이후 그는 특정 기술이나 제품이 저렴하거나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의 혜택으로 인해 시장에서 지배력을 행사하게 될 때 나타나는 고착화(lock-in) 현상의 특징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경로의존성 개념은 당시 경쟁논리 등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최적 이하 결과들을 해석할 수 있는 틀로 주목을 받으면서 진화경제학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오늘날에도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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