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은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로 퍼왔습니다. ㅋㅋ
원 출처는 pgr21 의 nickyo님의 글입니다. 아 그리고 nickyo님은 제 원래 베프이기도 한데, 어제 카톡으로 이 이야기 해주고 저는 욕한바가지 시전해줫죠 ㅋㅋ 그냥 웃으시라고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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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못난 나라는 존재가 정말 ............미안하다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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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만에 돌아간 학교는 생소하고, 신선했다. 윗 학번이 들으면 코웃음 칠 일이지만 막상 학교로 돌아오니 내 위의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출석을 부를때면 탑 5안에 꾸준히 들어가는 것이 무언가 으쓱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늦깍이 복학생이 다 그렇지 하며 커다란 백팩을 들고 시꺼먼 옷만 골라입으며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오랜만에 하는 공부는 남들이 흔히 말하듯 '제일 쉽지도'않았고 되려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에 공부랑은 담 쌓는 태도는 여전해서 간혹 내가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다녀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1학기의 캠퍼스는 기본적으로 푸르고, 에너지가 넘친다. 비록 세월호의 비극때문에 학교 축제같은건 열리지 않았고, 학기 초 행사들도 많이 수그러 들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활기찼다. 나는 거기에서 좀 더 이질적인 느낌으로 침잠해있었으나, 실은 함께 신났으면 하는 바램도 조금 있었다. 복학 전의 학교생활에서도 나는 그리 에너지가 넘치지 못했다. 남들이 캠퍼스에서 공부를, 우정을, 사랑을 나누고 울고 웃을 때 나는 수업과 알바시간이 겹치는 것을 동당거리며 뛰어다니느라 바빴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그리 절박하고 급했었는지 하는 마음도 든다. 그래서 내게 캠퍼스는 낭만이 사라진 공간과 같았다.
이렇게 소극적으로 학교를 다니던 내게도 수업을 듣다보면 눈에 띄는 아이들이 여럿 보인다. 아, 여기서 아이들이란 대체로 여학생들을 말한다. 그러니까 나도 녹슬고 거미줄 친 꼬추라 한들 사내새끼는 사내새끼라. 막상 복학할때는 한창 어린 애들이 여자처럼 보이겠어 싶다가도 그 화사함에는 자꾸 눈길이 가고야 마는것이다. 특히 전공수업은 대체로 비슷한 학생들이 다 듣기 때문에 예쁜 애들은 반복적으로 마주치게 된다. 워낙에 학번차이가 많이 나기에 그 친구들은 내가 본인들의 선배인지도 아리까리 할 테고, 나도 후배들과 통성명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인사조차 하지 않으며 지냈다.
수업중에서 전공수업중 하나는 매주 토론을 해야만했다. 사실 복학생입장에서 매주 토론을 하는건 고역인 일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매번 자기를 소개하기도 지치기 때문이다. 구구절절히 학번이 몇번이네 몇 년을 쉬었네 같은.. 그리고 그 어색한 분위기도 달갑지 않다. 그러나 이 수업의 조는 매 주 랜덤으로 바뀌었고 딱히 몇 학번이네 이름이 뭐네 할 필요가 없다는 점 만큼은 아주 다행스러웠다. 조용히 책이나 읽고 시험이나 치는건 정말 재미도 없고 지루하지만, 그래도 그 쪽이 뭔가 더 옅은 존재감을 유지하며 학교를 다니기엔 좋은데... 하지만 전공이란 피해갈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토론에 참여했다. 다행히 나이를 응가구멍으로 먹지는 않았는지 많은 토론주제에서 나는 꽤 괜찮은 발언자로 남았다. 매주 하는 토론 수업의 덕택인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친구들도 조금씩 생겼다.
이제 이야기 할 이쁜 여후배. 매주 랜덤한 조를 짜 주는 이 수업에서 나는 우연찮게 몇 번이나 같은조가 된 이 아이와 종종 토론을 함께 하게 되었다. 사실 학기초부터 이 아이는 눈에 띄는 아이였다. 밝고, 활기차고 구김살없는 희고 고운 아이였다. 처음에는 그런 화사한 느낌이 왠지 훈훈했고, 나중에는 그게 매력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복학생이라는게 뭐 거기서 한참 어린 후배를 상대로 찝적대고 이러기에는 아주 추접스런 느낌이 들어서 '좋구나..'하고 마치 유게에서 아이돌을 보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내곤했다. 그래서 같은 조로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못내 기분이 조금 들뜨고는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무슨 주제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 친구가 갑자기 매우 감탄한 얼굴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오빠..말씀을 너무 조리있게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보통 이럴때 느끼는 감정을 요즘 유행어로는 심쿵이라는 단어를 쓴다고 한 것 같다. 나는 약간 민망했지만 새침때기같은 얼굴을 유지하려 애쓰며 무뚝뚝하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 친구는 뭔가 내가 모르는 데서 어떠한 감명깊은 부분이 있었는지 그 뒤로도 토론을 너무 잘한다며 칭찬을 했다. 나는 그저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지 않다고 겸손을 떨었다. 계속 초롱초롱한 눈으로 쳐다보길래 프린트물을 들고 얼굴을 가려버렸다. 예쁜애들을 대하는건 언제나 쉽지 않다.
그 뒤로 한동안은 그 아이와 같은조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 종강 전 시간과 마지막 토론시간 두 번을 또 같은 조가 배정되었다. 그 친구는 같은 조가 된 것에 신나하며 '아싸!'하고 수줍게 웃음지었다. 유독 밝고 살갑게 구는 그 애에게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답했다. 두 번의 조별 토론이 시작되고, 나는 평소처럼 중간중간 필요한 말만을 골라 이야기하려 애썼다. 그 친구는 그 약간의 말이 나올때마다 꽤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며 다가왔다. "오빠, 그래서요?" "오빠가 말해주세요." "오빠 진짜요?" "오빠는..." 생각해보면 이상하게 이 친구는 불편하지도 않는지 선배라는 말을 쓰질 않았다. 그래도 이 친구의 친근하고 살가운 반응 덕에 나는 이전보다는 좀 덜 어색한 기분으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학기가 끝날때 쯤 되니 아무래도 다들 얼굴정도는 알게 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토론이 끝난 후, 마지막 수업에 대해 박수로 마무리를 한 뒤 나는 다음 수업을 위해 가방을 챙겼다. 그러자 이 친구는 옆에 다가와서 이전처럼 또 "오빠 토론 진짜 잘하시는 것 같아요. 오빠 진짜 이 수업에서 첨부터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의견도 진짜 좋구요." 하며 칭찬을 해 주었다. 오늘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과분한 칭찬을 듣는 것 같아 머쓱한 맘에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나이들면 말만 많아져서 그렇다며 무뚝뚝한 우스갯소리로 넘겼다. 빈 말이라도 기분은 좋았지만, 몇 번이나 비슷한 칭찬을 들을만큼 내가 재주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그 친구는 예의 밝은 웃음을 지으며 그런게 어딨냐고 손사래를 쳤다. "오빠, 이번학기 졸업하세요?" "아니, 나 꽤 학기 남았어." "아 진짜요? 잘됐다 OO오빠 앞으로 자주 뵐수 있겠네요! 자주 뵜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날까지 그 애의 이름도 몰랐다. 통성명이나 연락처를 주고받은적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내 이름을 알아서 조금 놀라웠다. 그리고 뭣보다 몇 년이나 학번차이가 나는 내게 이렇게 먼저 살갑게 굴어주는것도 참 고맙고 설렜다. 워낙 내 스타일이기도 해서 학기초부터 자꾸 눈에 밟히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지 난 과분한 칭찬을 아니라며 쑥스럽게 흘리고 난 뒤, 대답을 기다리는 그 아이에게 '그래, 수고.'라는 차갑고 건조한 한 마디만을 인사로 남기고 재빨리 다음 수업으로 향했다.
다음 수업을 같이 듣는 복학생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했다.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 후배에게 인정받은 느낌을(심지어 예쁘기까지 한) 자랑하고 싶었다. 친구는 이 이야기를 곰곰히 듣더니 '그래서?'라고 물었다. 나는 그래서라니? 하고 반응했다. 그 친구는 날 위아래로 꽤 기분나쁜 느낌으로 쓱 훑어보더니, "걔가 사람눈깔을 갖고 있으면 너한테 한눈에 반할리는 없을테고... 근데 몇 주나 그렇게 먼저 너한테 말을 걸고 칭찬을 했단말야?" 하고 되물었다. 난 왠지 앞쪽의 말에 '이새끼가?'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샘나냐? 어린 여후배한테 인정받는 내 크라쓰가?'하고 으쓱거렸다. 그 친구는 벙 찐 얼굴로 날 가만히 쳐다보다가, "너 여자친구 없지?" "아는 걸 왜 또 물어?" "너 연애 하고싶지?" "당연하지 말이라고 하냐?" "너 칭찬해준 후배 예쁘다며" "어 희고 밝고 화사하고 곱고 생기발랄하고 완전괜찮던데 요새 애들은 점점 이뻐지는거같아~." "......야이 한심한...노답도 이런 노답이 어디서 나왔으까.."
우리의 훈훈한 대화는 교수님의 입실과 동시에 끝났다. 수업이 끝난 후, 그 친구는 내게 "그렇게 철벽을 치고 살아서 참 연애를 하겠다." 하고 혀를 찬 뒤 고개를 저으며 떠났다. 난 약간 욱 하는 마음에 "야 말이되는 소릴해라 그게 무슨 철벽이야 걔도 예의상 한 말인데. 하여튼 너도 참 여자를 몰라요." 하고 친구의 뒤에다 대고 빈정댔다. 친구는, 내게 아주 찰진 발음으로 노답이라고 할 때보다도, 뭔가 더 혐오스럽고 끔찍한 무언가를 본다는 눈빛을 하며 말했다. "브라질 월드컵 국대팀 수비는 너같은 새끼가 해야 딱인데...." 그렇게 우린 종강을 맞이했다. 그리고 난, 이 이야기를 우리 학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몇몇의 친한 친구나 이성들에게 물었고 나는 살면서 처음으로 단기간에 수많은 노답 타이틀을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상깊었던 건 '오지게 헤퍼도 모자랄 얼굴을 가지고 정우성 원빈급 철벽을 치는 노답'이었나. 이럴 줄 알았으면 용기내서 뻔뻔하게 번호라도 물어둘걸.
하지만 아주 당연하게도, 학교에서 다음학기까지는 마주칠 리 없는 그 여후배의 연락처는 이미 저 멀리 떠났다. 아디오스.
첫댓글 점심먹고 첨 훈훈하네요 세상은 참 밝은것 같습니다 ㅎㅎ
그렇쵸 훈훈합니다 ㅋㅋ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생각해보니 이것도 맞네요
ㅋㅋㅋㅋ용두사미ㅋㅋㅋ
미안하닼 ㅋㅋㅋㅌㅋㅋ
ㅋㅋㅋㅋㅋㅋ 글 맛깔나게 쓰시네요 ㅋㅋㅋ 내용도 알차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 친구가 글 잘씁니다 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결말이 비스게스럽고 훈훈해서 좋네요
ㅋㅋㅋㅋㅋ 비스게이죠 ㅋㅋ
좋은 글이네요
ㅋㅋㅋ 훈훈한 글입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