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에서 아기 돌보기
서호준
위락지구 일대는 근린생활시설로 지정되어
나는 돈을 좀 벌려다 실패했다.
그래도 뭐가 없나 해서
나이트클럽 트럭을 몰고 한 바퀴 돌아보다가
이상한 간판을 보고 차를 세웠다.
여긴 뭐 하는 곳이죠?
매장 안에서 떠드는 건 불법입니다.
나는 수첩을 꺼내 적는다. [여기는 뭐 하는 곳이죠?]
[불법입니다.]
그는 마침표를 찍고는 뒤로 나자빠졌다.
여기 누구 없어요?
내가 있다. 나는 쓰러진 사람들로 피라미드 쌓는다.
이런 걸 해 보고 싶었어, 다시는 못 할 거야.
3층은 더 넓었고 터널이 뚫려 있었다.
바람도 쐴 겸 터널을 지나려는데
누군가 벌떡 일어나 길을 막는다 산삼이라도 처먹었나?
제가 주인입니다. (당신은 밖에 나가본 적도 없잖아)
터널 저편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여드름이 잘 짜지지 않아
어쩌다 내 피부가 이렇게 됐을까
밥 잘 먹고 잠도 충분히 잤는데
손님이 뜸했습니다.
그는 쓰러진 사람 하나를 부축한다 모처럼이니까
천장에선 미러볼이 돌아가고
우리는 밥을 둘이서 먹는 사이
안부랄 것도 없다.
그러나 팔월에라도
아이리쉬 위스키를 홀짝이는 자정은 좋지 않다.
귀여운 칩 앤 데일이 그려진 유리잔
오늘을 어제로 보내고
그 소설가에 대해 생각했다.
그 연마공에 대해 생각했다.
독한 농담을 던지며 엘리베이터 문을 닫는 인턴에 대해 생각했다.
바람이 방충망을 흔드는 소리
흔들렸나?
머리카락이 등받이에서 바삭거리는 소리
쉽지 않았어.
너를 욕하는 사람 앞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는 게
혹시 발냄새 퍼질까 발가락들을 웅크리던 칠월이라면
저벅저벅 사무실 거니는 노란 장화는 또 어떠한가
그러나 출렁거리는 위스키를 바라보는 자정은 좋지 않다.
경험적으로 안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 무엇을?
미워한 적 없는 사람에게 용서라도?
창밖에 보이는 포탈
하루를 담아내는 빈 유리잔
들어가려다 주저하는 여자를 본다.
포탈의 빛이 다 세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