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움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프랑스의 작가 필립 파레노의 '보이스'가 7월 7일까지 이어진다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프랑스의 작가가 국내 첫 개인전을 열었다
필립 파레노는 전통적 작가개념을 탈피하여 첨단 정보기술과 같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한다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작품들이지만 미술관에 머물며 작품들을 둘러보는 동안
이미 '참 재미있다' 라는 미술작품의 가장 순기능을 체험하게 된다
포스터 자체에도 동양적인 느낌이 들고 음률에 작가의 목소리가 담긴 듯 느껴진다
<여름 없는 한 해> 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연주자는 보이지 않고 피아노는 홀로 연주하고 있다
피아노 위로 내려앉는 빛 속으로 눈이 쏟아진다
그 눈은 주황빛이다
계속 쏟아지는 걸 보니 여름은 오지 않을 듯하다
작가의 의도를 내 맘대로 해석하는 즐거움.
깔끔하지 않는 길에 쌓인 눈으로 만든 것 같은 눈사람이 조금씩 녹고 있다
아마 오후 늦게 쯤엔 형태가 많이 일그러져 있을 것이다
문밖에 밤새 내린 눈을 쓸라 했더니 눈더미를 누가 여기에 쌓아두었을까?
작가는 인공눈이지만 이 눈더미와 눈사람에서 우리의 변화하는 시간을 말하려는 것 아닐까
매일 새로운 얼음인간을 교체해 전시한다고 한다
전시장은 그야말로 거대한 어항이다
<내 방은 또 다른 어항> 이란 제목의 작품인데 어항이 변화무쌍하게 커졌다 작아졌다한다
어항 속의 물고기들은 자유분방하게 관람자들 사이를 유영하며 결코 비좁지 않은 공간에서 맘껏 돌아다닌다
이곳에서 자유롭게 떠 다니는 물고기들은 어쩜 관람자들을 이미 관찰자가 아닌 물고기와 같은 관조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당신들도 어항 속의 물고기들처럼 누군가의 관조의 대상이 되어버렸답니다 하고 속삭이듯 우리 곁에 머물기도 하고 다리 사이로 빙빙 돌며 일깨워주고 있다
그라운드 갤러리로 내려가면 입을 닫게 된다
수많은 말풍선들이 천정에서 말을 쏟아내니 우린 입을 다물 수밖에
내가 그동안 가볍게 쏟아낸 말들이 둥둥 떠서 천정을 덮고 있는 게 아닐까
그래 말을 줄여야겠다
작품 감상 내내 배우 배두나와 언어개발자 데이비드 J. 피터슨 등이 협업한 음악과 목소리가 전시장을 채웠는데
그라운드 갤러리로 내려가니 음악의 느낌이 많이 다르다
동양적이기도 하고 신비스럽기도 한 음악에 매료되어 작품 감상을 하고 있는데
움직이고 있는 벽 앞에서 뜻밖의 작품(?)을 만났다
퍼포먼스라고 해야 하나 라이브작품이라 해야하나
이 신비스런 몸짓과 그가 내뿜는 오묘한 음향이 조화를 이루며 한동안 넋 놓고 그의 공연을 관람했다
남자 공연자는 필립 파레노의 동료작가 티노 세갈이라고 한다
티노세갈의 공연이 끝나고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면 곧이어 한국인 2명이 이어 공연한다
동작이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르지만 신비함만은 똑같다
필립 파레노의 작품을 다 둘러보고 우린 고미술관에 잠깐 올라가 보기로 한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기와작품
이렇게 고급스런 기와를 덮고있는 집엔 누가 살았을까
그리고 설치미술을 보는 듯한 찻잔 전시장
언제 봐도 멋진 방이다
우리가 고미술 관엘 또 들어간 이유는
이 오묘한 빛을 받으며 내려오는 나선형 계단을 만나고 싶어서다
여긴, 어린아이처럼 우릴 발랄하게 만든다
무거운 분위기로 고미술을 관람하고 내려오는 길이 이렇게 경쾌하다니
이 계단을 다 내려오면 또 신비스런 우주의 한 곳을 유영하는 듯한 올라퍼 엘리아슨의 작품을 만나게 된다
<중력의 계단>
이 작품을 만나고 싶어서 자꾸만 고미술관을 찾게 된다
인증샷은 필수
태양계의 어디쯤을 유영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자 이제 밖으로 나가볼까
필립파레노의 작품은 아직 다 관람하게 아니다
아니쉬 카푸어의 <큰 나무와 눈> 작품이 어딘가로 옮겨지고
막(膜)
이라는 작품이다
이 기계탑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인지능력을 지닌 인공두뇌학적 성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센서를 통해 다양한 자극을 흡수하고 주변환경을 수집하여 스스로 변조하고 변환하는 성격을 담고 있다고 한다
작품과 과학의 콜라보처럼 느껴진다
아니쉬 카푸어의 꿈꾸는 듯한 몽글몽글한 작품에서 갑자기 기계적이고 공학적인 작품이 서 있으니 다소 생소한 느낌이 들긴 한다
오늘 전체적으로 작품감상하는 내내 우리가 주고받은 말은
"참 재밌다"
전시가 참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