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허스트의 복층
강신애
원반 가득 예리한 칼끝들 위로 둥둥 풍선을 띄워놓고 당신은 어디에 숨었나요 불안을 달래주려 흰 가운을 입고 사진 속에서만 복제된 세포 같은 알약을 권하는 건가요 한때 누군가의 얼굴이었던 뼈에 반짝이는 탄소들을 박아 넣고 영원의 마스크로 웃고 있는 당신,
수천의 모르포나비 푸른빛 스테인드글라스가 신비로워도 날개는 날개를 벗어날 수 없어요
쩍 벌린 미궁으로 시간을 삼키고 있는 타이거상어가 수조를 깨고 사람들을 덮칠 거라고
포름알데히드 액체가 사진 찍기 바쁜 사람들 손가락부터 박제시킬 거라고 날카로운 이빨을 번뜩입니다
유리 상자 속 부화한 구더기들은 잘린 소 대가리의 낭자한 피를 따라 붕붕거리다 살충제에 걸려 죽어가는군요
생사의 사이클이 실시간 상영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의 반전입니다 투명 액체, 투명 기체가 품은 죽음의 가능성, 삶의 불가능성을 예행연습하면 좀 철학적으로 죽을 수 있을까요?
폭발하는 부패의 냄새에 쫓겨 오른 이 층 마티스풍 작업실에서 물감 얼룩진 소파에 앉아 창가 빛으로 부조된 희고 붉은 꽃들과 초록 긴 꼬리 앵무새를 그리고 또 그리며 당신도 죽음의 악취를 잊을 수 있었나요
코가 없는 신은 일 층과 이 층에 흘러 다니는 인파를 바라보고 있어요
—웹진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6년 7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