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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작가 - 우리들의 인생을 한편의 이야기로, 세상의 이면을 담는 스토리텔러
월간인물 ・ 2022. 5. 31.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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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 어디선가 늘 함께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면면을 살피고 글을 쓴다는 김호연 작가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들조차도 마음으로 읽어내려가며 의미를 해석해 하나의 이야기로 꿰어나간다. 세상의 이면을 바라봄으로써 대중들이 원하는 니즈가 무엇인지, 시대의 흐름은 어떠한지 캐치하며 독자들과의 소통을 중요시한다는 그는캐릭터를 통해 우리의 삶을 표현하고 책 속에 축소시키는 완벽한 스토리텔러다. 김호연 작가는 작가로서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과 같은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도 마치 마라토너와 같은 오랜 노력과 연마가 필요한 길에 방향성을 제시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에 담긴 진심이 무엇인지에 대한 아낌없는 조언을 전하기도 했다.
김호연 작가 ⓒ손홍주
처음 인사드립니다. 월간인물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요?
안녕하세요. 소설가 김호연입니다. 월간인물 독자님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신작 집필 중에 있습니다. 올해 안에 출간될 예정입니다.
만화, 영화, 소설 등 다양한 매체에서 상상력을 표현해오셨는데, 처음 글을 쓰게 되신 계기가 무엇이었을지요? 또 어떤 부분에서 창작의 매력을 느꼈는지도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이야기를 좋아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만화, 소설, 영화를 즐겼습니다. 그러므로 제 글쓰기는 이야기 쓰기입니다.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가 세상의 축소판이자 우리 삶의 어떤 모델이 되어주는 것에 늘 감동을 받아 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여느 평범해 보이는 집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기막힌 사정이 하나씩은 있다고 하는데, <불편한 편의점>을 보면서 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의 인물들은 주인공인 노숙자 ‘독고’를 비롯해 모두 우리 주변의 흔한 소시민들입니다. 이런 ‘우리네들’의 이야기를 쓰게 되신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평범한 사람들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선호합니다. 일단 저와 다른 지위와 세계의 사람들에게 흥미를 덜 느끼는 바도 있고 내 이야기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평범한 소시민이든 각자의 삶엔 숨은 사연들이 있지요.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안간힘 어린 삶에 관해 더욱 끌리는 편이기에 소시민들의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불편한 편의점>에서 밥 딜런의 일화도 그렇고, 등장인물이 가족에게 따뜻하게 대하라고 전하는 말에서 “가족도 인생이라는 여정에서 만난 귀한 손님 아닌가”라는 따뜻한 말도 인상 깊었습니다. 살면서 작가님께서 들어오셨던 말씀인지, 또는 스스로 혹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으셨던 말씀들인지, 이런 따스한 조언과 글귀들은 어떻게 떠올리시는지 궁금합니다.
밥 딜런 외조모의 이야기는 밥 딜런 자서전에서 읽은 글귀로 제 마음을 움직인 대목이라 새겨두고 있었습니다. 가족도 인생의 여정에서 만난 손님이라는 표현은 평소 제가 살면서 접하고 경험한 것들이 표출된 문장입니다. 살아가면서 ‘사람’과 ‘작품’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글귀를 만들어내는 것이 작가의 일이겠지요. 세상에 명언은 많습니다. 다만 이야기의 적절한 상황에 그럴듯한 인물이 그 말을 해야 하고, 그 부분을 찾는 게 과제입니다.
결말을 미리 염두에 두셨는지 궁금합니다. <불편한 편의점>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 대해서는 어떠셨는지요?
저는 모든 제 이야기의 결말을 상정하고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물론 디테일한 내용은 달라지긴 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큰 그림이 없이 작품을 시작하는 것은 제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은 험난한 여행을 지도 없이 출발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소설가마다 자신만의 작법 스타일이 있는데, 저는 전체 줄거리를 완성한 후 글을 쓰는 스타일입니다.
<불편한 편의점>은 벚꽃 에디션이 출간될 정도로 아직도 큰 인기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대중에게 어필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로서 대중들의 니즈와 시대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기획하는 것이 창작자에게 필요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지금 우리 삶에 위치한 지점이 흥미로웠고 여러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살이가 더욱 각박해졌다는 생각도 들어서 무언가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때라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런 여러 가지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기획을 하고 집필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될 줄은 전혀 몰랐고 여전히 얼떨떨합니다.
글을 쓰는 일이란 사실 번뜩이는 창의력도 중요하지만, 인내가 필요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님을 지탱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글쓰기는 제가 가장 오래 종사한 일이자 유일한 재능입니다. 밥벌이를 위해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숭고함을 기리며 저 역시 매일 책상으로 출근해 밥 먹을 자격을 얻기 위해 글을 씁니다. 그나마 원동력이라면 글쓰기라는 것이 어려움 못지않게 재미도 주기 때문에 버팁니다. 힘들지만 재미가 있기에 계속해 올 수 있었습니다.
김호연 작가 ⓒ손홍주
일을 하시면서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감사했던 순간, 혹은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찼던 사례가 있으셨나요?
너무도 많은 순간이 있어 일일이 나열하기가 힘이 드네요. 힘들게 쓴 시나리오 원고가 업계의 존경하는 분에게 인정을 받을 때, 소설이 완성되어 대중에게 공개되어 좋은 반응을 얻을 때의 기쁨이 정말 큽니다. 무엇보다 소설가가 되고 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찐 반응을 그들의 리뷰를 통해 접할 때 행복합니다. 제가 모르는 제 이야기의 다른 면들을 언급해주는 독자님들의 천재적 독해력과 다르고 또 아름다운 시선을 리스펙합니다.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세상 모든 일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드리우고 건집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걸맞은 것이 건져지길 기다립니다. 때론 이야기의 소재를 찾아 안테나를 켜고 모든 것을 살핍니다. 작가는 일반인보다 예민한 감각으로 세상의 이면을 바라보고 그것을 이야기로 재해석하는 사람임을 잊지 않고, 늘 살피고 상상하고 꿰고 엮으며 살아가야 합니다.
혹 집필하시면서 우울감에 빠지거나 작품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경우는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혹 그런 경우가 있었다면 어떻게 빠져나오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작품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경우라면 작품이 독자들의 반응을 얻지 못했을 때입니다. 마음에 상처를 받습니다. 작품을 쓰고 완성하는 과정은 지지부진하고 힘이 들지만 제 자신의 온몸과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작품이 소수의 독자에게만 읽히고 외면을 받을 땐 어쩔 수 없이 좌절을 하곤 하지요. 결국, 좌절에서 빠져나오려면 다음 작품을 써야 합니다.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다음 작품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김호연 작가 - 파우스터 [자료 출처=위즈덤하우스]
<불편한 편의점>이 큰 성공을 거둔 뒤 대중들은 작가님의 전작을 많이 찾아보고 계십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어두운 소재를 선호해서 <고스트라이터즈>를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그럼 혹시 작가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작가님께서 가장 사랑하시는 ‘최애 캐릭터’를 알고 싶습니다.
정통 액션 스릴러 <파우스터>는 제 네 번째 소설이자 가장 공을 들여 쓴 작품입니다. 하지만 독자들의 반응을 얻지 못하고 제게 좌절을 안겨주기도 한 작품이지요. 물론 작품의 평가는 단번에 나오지 않습니다. <파우스터>는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이 되어 제 책으로는 처음으로 해외 판이 나왔고, 현재 영상화 판권 판매도 진행 중에 있기에, 다시 인정받을 날이 올 거라 믿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저에게 좌절과 기쁨을 시간차로 준 작품이기에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그래서 애착이 가곤 합니다. 최애 캐릭터는 언제나 제 작품 속 저와 다른 디오니소스 캐릭터들입니다. <망원동 브라더스>의 싸부, <연적>의 앤디 강, <불편한 편의점>의 독고처럼 남들과 다른 시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 말이죠. 저는 원체 심약해 그런 사람들처럼 살지 못해서 그들을 부러워하는 것 같습니다.
김호연 작가 -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 [자료 출처=행성B]
20여 년전 처음 글을 쓰시던 때를 기억하시나요? 이제 막 작가의 꿈을 꾸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가장 해주고 싶으신가요?
작가 지망생들에게는 제 작가 생존기 20년을 정리한 메모아(memoir : 회고록)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를 읽으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작가 생활 이거 힘들고 고되겠네’라고 질겁하신다면 이 일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반면 읽고 나서 ‘작가 생활 힘들지만 재미있겠네, 한번 해보고 싶네’라고 마음이 동하신다면 작가 생활을 추천해 드리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글쓰기는 글씨쓰기가 아닙니다. 본인이 어떤 글을 쓸 것인지 궁리해야 하고, 어떻게 글쓰기를 연마할 것인지를 고민하셔야 하고, 오랜 습작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 역시 왕도가 없습니다. 오랜 연마의 시간이 필요한 이 일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김호연 작가님이 가진 앞으로의 꿈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계속 쓰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이야기를 애써 쓰는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잘하는 일도 그것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문채영 기자 mcy@monthlypeo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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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인물 22년 06월호]우리들의 인생을 한편의 이야기로, 세상의 이면을 담는 스토리텔러- 김호연 작가기획/취재 문채영 기자사진 및 자료 제공 워터폴스토리/손홍주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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