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쓰기는 갑오개혁 이후 서양 문물이 들어오면서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기 시작했고, 특히 주시경이 가로 풀어쓰기를 고안하여 책으로 내기도 했다. 현재 풀어쓰기라고 하면 최현배가 고안한 방식을 주로 일컫는다.
1908~1909년 주시경은 국문연구소의 '국문연구인' '국문연구보고서' 등을 통하여 '철자법은 자음과 모음을 각각 따로 쓰기 하면 제일 좋을 것이며 대체로 기존의 것을 따르되 경우에 따라 각 글자를 풀어쓰기 하는 것도 안 될 이유가 없다, 또한 기존의 철자법과 풀어쓰는 것을 섞어 사용하는 것이 옳다' 등의 의견을 밝히며 풀어쓰기를 제안했다. 그 이후 1922년에 이필수라는 국문학자가 '정음문전'이라는 책을 통하여 풀어쓰기를 주장하였지만, 한글의 모양은 그대로 사용한 주시경의 풀어쓰기와 달리 서양 알파벳의 모양과 비슷하게 만든 것이 다른 점이었다.
그 외에도 최현배, 김석곤 등이 풀어쓰기를 주장하였는데 주로 일제강점기 때 국어 변동이 가장 큰 시기에 그런 주장을 한 것이 흥미롭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이 나와서 아래아 및 어두 자음의 합용병서를 폐지하고 기존의 고어체를 모두 뜯어 고쳤을 만큼 한글의 역사에 있어 격변기였다고 볼 수 있다. 그 후 1987년 김정수라는 학자는 기울여 풀어쓰기를 제안하면서 기존의 풀어쓰기가 가독성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며 45도로 '기울여 풀어쓰기'라는 절충안을 제시하였다. 물론 묻혔다.
1. 한글 글꼴을 만들기 쉽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은 완성형 폰트를 사용할 경우 초성, 중성, 종성이 결합된 글자체를 모두 폰트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천 개에서 수만 개에 이르는 폰트를 만들어야 하고, 이 폰트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글자체는 표현할 수 없다. 조합형 폰트를 사용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만, 조합형 나름대로 단점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글을 풀어쓰기로 사용하면 26글자의 알파벳처럼 단지 24개+α의 폰트만 만들어 쭉 풀어쓰면 된다. 게다가, 한글이 디자인이 단순하다 보니 곡선이 많은 알파벳보다 폰트 디자인이 훨씬 쉬우며, 현재의 한 글자가 두 칸씩 차지하는 방식 대신, 1칸씩 차지하도록 디자인 하는 것도 가능하다.
컴퓨터가 발달한 현대와는 달리 활자 혹은 기계식 타자기를 쓰던 옛날에는 수만 개의 활자를 만들거나 기계식 타자기로 모아쓰기 형식의 한글을 치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편의성을 위해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학자들이 있었다. 한자의 영향 제거 한글은 본디 음소문자이므로 음절문자처럼 쓸 이유는 없는 것이다.
2. 일부 문자를 생략할 수 있다
보통 음가가 없는 자음 초성 "ㅇ(이응)"은 생략할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된다. 하지만 잉여적 ㅇ이 문제라면 모아쓰기에서도 생략한 채 쓸 수 있다. 예를 들면 '어서오세요'를 'ㅓ서ㅗ세ㅛ'로 쓸 수 있다. 폰트의 제한으로 여기서는 모음으로만 이루어진 음절을 예시로 제시했지만 모음+받침으로 이루어진 음절도 충분히 이런 식으로 잉여적 ㅇ을 생략한 채로 쓸 수 있다. 모아쓰기에서 잉여적 ㅇ을 빼는 것이 가독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많은 반론이 있을 수 있겠지만 풀어쓰기도 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3. 단순성
한글 각 문자를 디자인적 관점에서 볼 때 특유의 미니멀리즘과 심플함이 항상 꼽힌다. 풀어쓰기는 이러한 단순성을 그대로 보존이 가능하다. 반면, 모아쓰기는 복잡한 한자와의 호환성 때문에 고안된 표기법이라, 그를 위한 추가적인 구조와 법칙들을 더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단순성이 크게 훼손된다. 즉, 철학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거의 정반대에 위치한 한자가 발목을 잡아 한글이 한글답지 못하게 된 결과가 모아쓰기에 있다. 또한 풀어쓰기를 하면 한자의 영향으로 음절문자처럼 썼던 한글을 음소문자로 바로 잡을 수 있다.
4. IT에서의 이득
위에서 한글 글꼴을 만들기 쉽다는 점 하나가 꼽혔는데, 이외에도 IT 쪽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데이터 셋 중 하나가 문자열이다. 그리고 풀어쓰기는 이 문자열을 다루고 조작하는데 커다란 편의성을 가져온다. 문자열을 조작하는 명령들을 정규표현식 이라 하는데, 한글을 풀어쓸 경우 이 정규표현식에 그대로 대입이 가능하다. 반면, 모아쓰기의 경우는 모아쓰기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예외규칙들로 인해 상당히 불리한 입장이고, 여기 더해서 문자열을 다루는 알고리듬도 비효율적이고 비대 해질 수밖에 없다.
5. 옛한글을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다
ㅅ대라든지 ㅂ살 같은 옛 용어들은 현재 모아쓰기 시스템으로는 입력이 잘 안 되는데, 풀어쓰기로 할 경우 옛 한글을 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한글의 특징 중 하나는 음절단위로 표기함으로써 한국어의 발음을 반영하는 점을 감안하면 모아쓰기는 한국어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풀어쓰기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음절의 폐음화'를 무시한다. 바로 폐음화라는 특징 때문에 초성과 종성이 구별된다. 풀어쓰기를 하면 이러한 초성과 종성의 구별이 사라저 버린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는 이 마지막 음절의 폐음화가 지금보다도 오히려 광범위하게 나타났기 때문에 종성에 초성 소리를 그대로 적으면서도 구별되는 자질이 있음을 이미 알았을 것이다.
한편, 한 음절을 네모꼴에 맞춰서 쓰게 된 것을 한자와의 호환성 때문이라고 여기는 의견도 있다. 풀어쓰기를 하면 한자랑 같이 쓰기 힘들 것 같으니까 네모꼴 한 자에 두세 글자씩 넣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마자를 쓰게 된 베트남이 베트남어에 한자어가 상당한 비율을 차지함에도 한자-알파벳 혼용을 한 적이 없는 걸 보면 그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민남어처럼 한자와 로마자를 같이 쓰는 서기 방식도 있기는 있다. 한자와 풀어쓰기 문자가 절대로 같이 쓰일 수 없는 것은 아니라서 세종대왕이 호환성만을 위해 모아쓰기를 한 것은 아닐 수 있다. 물론 네모꼴로 딱딱 한 글자씩 떨어지는 게 보기 좋기는 하다. 또한 '좋은'을 풀어쓰면 'ㅈㅗㅎㅡㄴ'이 되는데, 그대로 읽으면 “조흔”이 되는 문제점이 생긴다. 실제 발음과 동떨어진 표기가 되어 표기법이 단순해지기보다 복잡해 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