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전 역설 ICBM 등장 우크라이나 전쟁 왜 더 격화되나 / 11/22(금) / 한겨레 신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동원한 공습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000일이 넘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 '러시아가 ICBM 발사'
21일 러시아의 공습은 우크라이나 공군이 ICBM이 발사됐다고 발표하면서 큰 관심을 끌었다. ICBM은 주로 핵탄두를 탑재해 원거리에 있는 목표를 공격할 때 사용된다. 실전에서 사용된 전례는 없다. AP통신은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핵 능력을 상기시켜 위기를 고조시키려는 강력한 메시지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ICBM과 함께 러시아가 발사했다는 순항미사일(크루즈미사일) Kh-101의 7발 중 6발을 격추했다는 사실만 공개했다. 아울러 나머지 미사일은 별다른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았다고만 밝힐 뿐 ICBM의 종류와 피해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폴란드 국방전문매체 디펜스24는 ICBM은 일반적으로 핵탄두를 탑재하지만 이번에는 재래식 탄두가 사용됐다며 이 미사일은 ICBM의 표준 사거리보다 훨씬 짧은 약 1000k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의 언론사 「우크라이나·프라우다」는 익명의 정보를 인용해 「RS-26 루베시(Rubezh)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RS-26은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ICBM으로, 800킬로그램의 핵탄두를 탑재해, 5800킬로미터 떨어진 장소까지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시험발사 때 2000km 안팎의 목표물을 공격한 사례도 있어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오해받을 수 있다. 미국 ABC방송은 익명의 관료를 인용해 ICBM이 아니라 탄도미사일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20일 우크라이나도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연일 공격했다. 전날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인 ATACMS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데 이어 다음 날 추가 공격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영국이 지원한 사거리 약 250km의 순항미사일 스톰 섀도도 여러 발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주에 착탄했다고 미 국방부와 우크라이나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복수의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도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 최대 12발의 스톰 섀도를 발사했으며 일부 파편이 쿠르스크주 마리노 마을의 군 지휘본부로 추정되는 목표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 목표가 북한군과 러시아군 장교들이 사용하는 시설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장거리 미사일 사용 제한을 전격 해제한 바이든 행정부는 2억7500만달러(약 420억엔) 규모의 추가 군사원조 계획도 발표했다. 안토니 블링켄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고기동 로켓포 시스템(HIMARS)용 탄약 등을 추가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원 물자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용금지 선언을 어기고 제공할 것으로 보도된 대인지뢰도 포함돼 있다.
■ 트럼프 당선 후 요동치는 전황
취임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미국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한 뒤 우크라이나의 전세는 요동치고 있다. 발단은 1만 명이 넘는 북한군 투입이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우크라이나군이 8월 점령한 러시아 영토 쿠르스크주에서 밀려날 수 있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휴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는 극히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휴전 협상 개시 전에 우크라이나 상황을 최대한 개선하는 데 집중하는 것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지역의 일부를 유지할 수 있다면 이 지역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대부분과 대등하게 교환하는 시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리한 입장에서 휴전 협상을 개시해야 하는 것은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최근 군인 수천 명을 잃으면서도 동부 우크라이나 영토를 더 많이 점령하기 위해 더욱 전진했다.
뉴욕타임스는 평화가 임박하면 양측이 더 유리한 조건을 얻으려고 싸움이 더욱 격화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며 이 같은 긴박한 전쟁 국면은 몇 달 안에 종결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