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부고를 접했다.
아침에 '動物農場'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후배는 경황이 없다면서 "동물농장은 형님께만 연락하면 되죠?"라고 했다.
나는 다양한 모임을 갖고 있는데 愛敬事 발생시엔 대개 이런 식이다.
여러 길들이 로마로 통하듯,
지난 숱한 세월동안 각종 모임에선 내가 주도적으로 연락했고, 챙겼으며 원근을 마다치 않고 찾아갔었다.
내가 잘났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묵묵하게 으당 해야할 役割을 흔들림 없이 해온 것 뿐이었다.
수십 년간 자연스럽게 그렇게 굳어졌다.
인생의 테마는 '재물'이나 '직위'가 아니라 언제나 '사람'이고 '헌신'이라고 생각하며 살았기 때문이다.
밴드에 부고를 알리고, 선후배들 모두에게 일대일로 문자를 보냈다.
평상시에 문자소통이 어려운 사람들에겐 직접 전화를 넣었다.
'動物農場'은 군산출신 경희대 선후배 모임인데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끈끈하고 여전히 탄탄하다.
주로 81학번부터 90학번까지, 중년세대들이 주축이다.
어젯밤 10시가 넘은 시간에 빗속을 뚫고 빈소에 도착했다.
弔問客은 그리 많지 않았다.
마음을 담아 후배를 위로하고 돌아왔다.
요즘은 참 좋은 시대다.
카톡 한방이면 아시아든, 미국이든 실시간으로 연결된다.
여느때처럼 내 계좌에 조의금이 모여들었다.
외국에서도, 지방에서도 꽤 많은 금액이 답지했다.
모임마다 다르지만 최소 5-60만원에서 많게는 2-3백만원이 금방 쌓인다.
돈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世態를 말하고자 함이다.
날이갈수록 부의금만 보내고 문상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돈은 나에게 보내고, 상주에겐 문자를 보내는 것으로 자신의 도리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물론, 실제로 바빠서 빈소를 찾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세태의 변화를 난들 읽지 못하겠는가?
피곤하고 힘든 世上.
야밤에 장거리를 운전하여 다녀올 생각만해도, 벌써부터 머리가 복잡해지고 심장에 무리가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으리라.
내일 새벽에 다시 출근할 생각을 하면 이미 파김치가 된 육신에 무거운 기왓장이 더 얹혀지는, 영 부담스럽고 개운치 않은 느낌이 와락 밀려들었으리라.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사람'이 테마라면 '人間關係'는 핏줄이다.
그런데 그 관계란 것이 좀 유별난 거다.
관념속의 관계나 SNS상의 친밀도는 바람 불면 금방 쓰러진다.
행위로 각인된 구체성과 경험성이 통장에 잔고가 쌓이듯이 차곡차곡 누적되지 않으면
사람 사이의 關係나 信賴는 점점 희석되다가 종국엔 멀어지기 마련이다.
우후죽순처럼 잡초들이 자라고 관계의 오솔길은 끝내 덮히고 만다.
인생의 엄정한 이치다.
꼭 '問喪'을 놓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평상시의 삶을 얘기하는 거다.
먼저 손을 내밀고, 먼저 배려하며 먼저 헌신하는 삶인지 그 반대인지는 각자가 생각하고 결정할 문제다.
'我田引水'인지 더불어 가는 '동행의 길'인지는 각자가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무상한 세월이 각인의 삶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판단하리라 본다.
진정한 유산은 돈이 아니다.
내가 祖父母, 父母로부터 삶의 방식과 철학을 물려 받았듯이, 나는 또 내 자식이나 손주들 그리고 멀게는 증손이나 고손들에게까지 작든, 크든 많은 영역에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 생각으로 인생을 살고 있으며 글 한 조각이라도 그런 歷史性을 가지고 쓴다.
오늘은 말복이다.
어제부터 가을을 재촉하는 비도 내리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새벽녘엔 다소 쌀쌀한 기운이 감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가을바람이 코 밑에 와 있다는 반증일 게다.
말복을 맞이하여 삼계탕 맛있게 드시고 더욱 힘을 내시기 바란다.
天高馬肥란 단어를 자주 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세월은 총알보다 빠른 존재다.
오늘도 파이팅이다.
첫댓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항상 느끼는 바지만 인간사 중 가장 힘들고 미묘한게 바로 사람과의 관계이다. 단단하기가 바윗돌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작은 충격에도 금방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과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소중한 관계일수록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더욱 소중하게 관리해야만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요즘은 세태도 그렇지만 일상생활에서도 예전과 같은 1:1의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을 가장 우선에 두고 우직하게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있어 더욱 대단하게 보인다. 앞으로도 사람냄새 세상을 위한 우리 친구의 역할을 기대하며, 항상 응원한다.화이팅~~♡
힘든 여정이지요. 주변 사람들을 챙겨주는 것이..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주변을 보면 자꾸 고개가 흔들어지고 그래도 하면서 다시금 마음을 잡는 날도 많습니다. 아름다운 발걸음에 힘찬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