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 가면 나는 여객터미널 앞 골목을 자주 찾는다.
이 골목에는 여수의 별미음식들을 파는 음식점이 즐비하다.
남면횟집에서 뼈째 썬 회를 맛보는 건 필수 코스. 참기름과 다진 마늘로 양념한 된장이 특히 맛있다.
그 옆으로 남해안의 서대회나 생선구이를 파는 식당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생선이름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란 일이 있다.
‘샛서방고기’가 그것.
하도 귀하고 맛이 좋아 남편한테는 안 주고 새로 사귄 애인한테만 줬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런 망측한 이름을 가진 이 생선은 지역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가지가지다.
본래 이름은 도미과의 어류인 ‘딱돔’인데, ‘금풍생이’로 부르는 곳이 많다.
이순신 장군이 여수에서 이 생선을 맛보고 나서 이름을 물어보았으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때 옆에 있던 기생 평선이의 이름을 생선에 붙였는데, 구워서 먹는 게 가장 맛있다고 여수 사람들이 ‘구운 평선’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거다.
원래 바닷가 사람들이 부르던 이름에 조금 억지스런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것.
목포 쪽에서 ‘쌕쌕이’라고 부르고, 고흥 녹동 쪽에서 ‘뻣센고기’로 부른다.
이 녀석은 아마 바닷속에서 아주 날렵한 몸놀림을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샛서방고기는 가시가 보통 생선보다 억세고 강하다. 입은 조금 튀어나온 듯한데 손바닥만한 몸에 비해 머리가 크다. 살이 그리 많지 않지만 매우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값이 비싼 게 흠이어서 큰맘 먹어야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