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휘부 벙커 때릴 ‘현무4’ 미사일 첫 공개
10년만에 국군의날 도심 시가행진
北핵미사일 요격 L-SAM도 첫선
광화문에 등장한 한국형 3축 체계 26일 비가 오는 가운데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진행된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에서 함대지 유도탄인 ‘해룡’과 SM-2 함대공 유도탄, 자항기뢰, 스파이스 2000 공대지 유도폭탄 등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는 해공군의 한국형 3축 체계 무기들이 군용트럭에 실려 시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지나가고 있다.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북한 전역의 지휘부 벙커와 핵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는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4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서울 숭례문∼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현무-4는 2t이 넘는 탄두 중량에 사거리가 800km에 달해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대북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이다. 이날 북한의 초음속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한국판 사드’인 초음속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도 일반에 첫선을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국군의 날 도심 시가행진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우리 군은 실전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키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적에게는 두려움을, 국민에게는 믿음을 주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尹 “北 핵쓰면 정권 종식”… 한국판 사드-자폭 드론 등 대거 등장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서
무기 170기-장병 4600명 광화문 행진
100km 거리 표적 감시 무인기
1개월 잠항 무인잠수정도 눈길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한미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통해 북한 정권을 종식시킬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진행된 건군 75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끝난 뒤 광화문광장 육조마당에서 장병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날 빗속에서 진행된 시가행진에는 4600여 명의 장병이 참가한 가운데 170여 점의 무기 및 장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군은 실전적인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이 도발해 올 경우 즉각 응징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핵·미사일 고도화로 안보 위기를 고조시킨 북한을 향해 ‘정권 종식’을 거론하며 경고 메시지 강도를 한층 높인 것. 이를 위해 군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열린 시가행진 등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 첨단무기를 총출동시켜 굳건한 준비 태세와 ‘힘에 의한 평화’를 부각했다.
● 尹 “핵무기가 안위 지켜주지 못해” 경고
윤 대통령은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북핵 위협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실존적 위협이자, 세계 평화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북한 정권은 핵무기가 자신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제 한미동맹은 핵을 기반으로 하는 동맹으로 고도화됐다”며 “한미 핵협의그룹을 통해 미국의 핵자산과 우리의 비핵자산을 결합한 일체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우리 국민은 북한의 공산세력, 그 추종세력의 가짜 평화 속임수에 결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교란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는 170여 기의 무기 장비와 4600여 명의 장병이 참가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핵을 쓰지 못하도록 강력한 핵억제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더 분명하게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초음속 핵미사일 요격 ‘한국판 사드’ 첫선
특히 한국형 3축 체계 가운데 대량응징보복(KMPR)의 핵심인 고위력 현무 지대지탄도미사일이 이날 처음 일반에 공개됐다. 군은 세부 제원을 밝히진 않았지만 현무-2를 개량한 현무-4로 알려졌다. 현무-4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계기로 우리 군의 미사일 탄두 중량 제한을 해제한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의 결과물이다. 탄두 중량이 2t이 넘고, 사거리가 800km에 달해 북한 전역의 지휘부 벙커와 핵미사일 기지를 파괴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공대지유도폭탄(GBU-57)보다 2∼3배의 파괴력과 지하 관통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미사일을 초음속으로 요격할 수 있는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도 처음 공개됐다. 한국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L-SAM은 40∼70km 고도에서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적 탄도미사일을 ‘직격 파괴(hit to kill)’할 수 있다. 2020년대 후반 배치되면 이날 함께 공개된 천궁·패트리엇 요격미사일과 함께 ‘북핵 방패(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가 더 촘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병력 감축과 미래전 양상에 대비하는 무인(無人) 전력도 대거 등장했다. 최근 양산이 결정된 한국형 중고도 무인기(MUAV)는 최대 100km 떨어진 표적을 감시할 수 있다. 다른 주요 무기와 달리 MUAV는 시가행진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전에 열린 기념식에만 등장했다. 이 외에도 가오리 형태의 소형 스텔스 무인기와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 자폭형 무인기도 처음 공개됐다. 해검 등 무인수상정과 최대 1개월가량 물속에서 북한 잠수함 등을 감시할 수 있는 무인잠수정도 눈길을 끌었다.
80km 밖의 축구장 3배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천무’ 다연장로켓과 K2전차, K9자주포 등 K방산의 주력 무기들도 총출동했다.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인 정조대왕함(8200t)은 가상현실(VR)로 재현돼 시가행진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7월 진수한 정조대왕함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 및 지휘부 원점타격 능력을 갖췄다. 2024년 말 해군에 인도돼 전력화 과정을 거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전주영 기자, 이상헌 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주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