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 규모 ‘민관합동’ 수출금융 종합지원방안 상세 내용 들여다보니...
주력산업·우수기업 위주로 수출금융 지원 강화
정부, 금융위 통해 수출지원에 민간은행 동참 독려
최근 수출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중소·중견 수출기업의 금융 애로가 확대되면서 정부가 민간 금융권을 압박해 함께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지원은 20여 개 핵심 전략산업과 2500여 개사의 우수기업에 집중된다.
금융위원회는 8월 16일 은행연합회관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수출금융 종합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수출기업 현장간담회와 무역협회 현장 인터뷰, 이달 10일 민당정 협의회 등을 거쳐 수출금융 종합지원대책을 가다듬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수출기업 지원에 대한 은행권의 관심도 당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는 기사를 언급하며 “주요국들이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은행산업이 이러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새로운 수출금융 종합지원대책은 정책금융기관뿐만이 아니라 은행권 등이 참여해 민관이 함께 나서며 ▷신 수출판로 개척지원 ▷수출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우수 수출기업 애로 해소의 3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한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지난 8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가 개최된 가운데 수출금융 종합지원방안이 발표되고 있다. |
●새로운 수출 판로 개척에 4조1000억 원 지원 = 첫째로 신규수출국 진출 지원에 3조3000억 원이 새로 공급된다. 우리 주요 수출대상국들이 저성장 늪에 갇히고 자국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 하는 가운데 수출시장 다변화를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새로운 수출시장에 진출하려는 중소기업이 운전자금과 연구개발자금을 조달하려고 할 때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보증료를 최대 0.4%p 인하하는 특례보증 대출을 8000억 원 공급한다.
보증 한도가 기업당 6억 원 수준이었던 수출기업 평균 보증잔액을 최대 10억 원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신용보증기금은 중견기업에도 최대 20억 원 한도로 보증을 지원한다. 신보와 기보 특례보증을 받는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권에서도 대출금리를 0.5~1.5%p까지 내려 지원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는 수출대상국이 신규로 늘어나거나 인도, 멕시코, 인도네시아, 호주, 캐나다, 아랍에미리트, 우즈베키스탄, 이스라엘, 방글라데시 등 글로벌 공급망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수출 신시장에 수출실적을 보유한 경우에 해당한다.
대기업과 동반해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하는 중소·중견기업 중 대기업 추천을 받은 기업에 대해서는 1조 원 규모의 특례보증 대출도 지원한다.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을 짓는 현대차가 신보에 150억 원을 내고 신보는 이를 기반으로 20배까지 보증을 공급하기로 한 바 있는데 이를 다른 대기업계열로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자금 및 해외사업자금 등이 지원 대상으로 기업당 최대 200억~300억 원까지 보증한도를 확대하고 은행도 0.5~1.5%p의 대출금리 인하를 지원한다.
해외수주 금융지원에는 3000억 원 이상을 지원할 예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이 기능을 분담하며 국내은행 참여를 유도하는 ‘해외 프로젝트 패키지 금융모델’도 구축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국내 기업에 직접 대출을 해줄 뿐만 아니라 해외은행을 해외 프로젝트에 주선하고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기관들이 보증을 서는 형태로 민간금융사가 참여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공급망 대외의존도를 완화하고 다양한 시장으로의 해외시장 진출을 촉진하기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공급망 대응 펀드도 조성한다. 이는 공급망 핵심품목을 담당하는 소부장기업을 지원하고 수출국에 현지 진출하거나 제3국에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는 용도의 펀드다.
●핵심 전략산업에 18조7000억 원 추가 공급 = 수출전략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고 충분한 규모의 수출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기관, 은행권이 협력해 대규모 자금공급에도 나선다. 기존에 8대 주력산업과 12대 신수출 동력확충에 41조의 정책금융을 지원키로 한 바 있는데 여기에 18조7000억 원 수준의 자금을 추가 공급한다는 것이다.
우선 수출 주력산업 중 산업 전반적 파급효과가 커 향후 수출증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되는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원전 등 4대 분야를 ‘초격차 주력산업’으로 지정하고, 이에 산업은행을 통한 11조 원의 추가 지원을 시행한다.
전략품목 관련 수출기업 지원을 위해 신용보증 기업보증 1조3000억 원 규모의 특례보증도 지원한다. 8대 주력산업 또는 12대 신수출분야 영위 기업이면서 최근 1년간 수출금액이나 매출액 대비 수출 비중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중소·중견기업이 그 대상이다.
수출기업 설비투자를 위한 특별지원을 위해서는 기업은행이 최근 1년간 수출실적 10만 달러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해 신규 시설투자 및 운영자금을 1조 원 규모로 지원할 예정이다. 대출금리를 최대 1.2%p 인하하고 대출한도도 우대해 설비투자, R&D 투자는 물론 기업의 인수합병(M&A)과 지식재산권(IP) 구입, 일반운영자금 등을 광범위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수출기업을 위한 우대상품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각자 보증기관에 특별출연을 하거나 자체 여력을 활용해 총 5조4000억 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은행별 상품에 따라 금리는 최대 1.5%p 우대되고 보증료도 최대 0.8%p까지 우대해 하반기 수출회복에 힘을 보탠다.
●2500개 우수 수출기업 무역금융 이용 부담 줄여 = 한편, 일부 우수 수출기업에 무역금융 이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방안들도 이번 대책에 포함됐다. 우선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비싸진 수출환어음 비용이 경감되고 이용 편의성 또한 제고된다.
수출기업들의 수출대금 조기 회수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들이 수출환어음을 매입할 때 매입할인율이 최대 1.7%p 낮아진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대금회수 불확실성이 큰 무신용장 거래에 대해서도 보증기관과 협력해 보증료를 감면해 환어음을 매입할 예정이다.
중간재 수입 과정에서 필요한 수입신용장 금리와 만기 혜택도 우대된다. 수입신용장 발급수수료는 0.3~0.7%p 인하하고 만기는 최장 1년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최저수수료율 0.6%를 일괄 적용할 방침이다.
또 수출기업들이 환변동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선물환계약 수수료를 최대 90%까지 감면하고 의무 납부금을 면제하며 보증금 부담도 완화된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선물환계약 이행보증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하기로 했으며, 선물환거래로 인한 한도 상향 신청 시 심사를 우대하고 신속심사를 지원한다.
해당 혜택들을 이용할 수 있는 우수 수출기업은 ▷KOTRA 세계일류상품 수출기업 중 중소·중견기업 ▷중기부 선정 글로벌 강소기업 1000+ ▷소부장 으뜸기업 ▷산업부 선정 월드클래스 중견기업 ▷금융위 선정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기업 등 약 2500여 개사의 중소·중견 우수 수출기업 중 은행별 제시 기준을 충족하는 업체가 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무역금융 지원 필요성이 낮은 최상위 기업과 이미 정책금융 이용 기준을 충족한 중소기업 사이 ‘수출 규모가 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틈새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수출규모 상위 1000대 기업 언저리의 업체들은 무역금융 조달 비용이 대기업보다 비싸고 정책금융 이용도 어렵기에 시중은행을 통한 수출입대금 결제와 환변동 리스크 헤지 수요가 크다는 설명이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