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다가오고
청량 머리 건들마
건들건들
올레 둘레 갈랫길
선들선들
살사리꽃 사붓이
살랑살랑
불그레한 청낭자
서슴서슴
들판의 올바람
산들산들
자홍 다홍 분홍 선홍
한들한들
해 질 녘 물가에
서성서성
다홍 자홍 선홍 분홍
남실남실. / 졸 시 ‘가을로 드는 길’ 전문
오늘이 추분에 음력 팔월 이레이니
추석도 날 꼽기에 들어가나 보다.
예년에 비해 조금 늦은 추석이라
햇물들이 풍성해야 하련만
네 차례나 치고 나간 태풍 탓인지
들판은 꺼칠하다고 한다.
잠자리 들락거리노라면 어느새 해는 기웃하기 마련이니
볕 고울 때 서둘러 고추라도 내다 말려야 하리라.
고추가 그렇듯 빨간 이유를
나는 모른다.
누가 그런다.
그거야 버얼건 대낮에
알몸 내놓고 있으려니 그런 거라고.
나는 모른다.
고추에 올라앉은 고추잠자리가 왜 빨간지.
누가 그런다.
그건 버얼건 대낮에
남의 고추에 올라타고 있으려니 그런 거라고.
나는 다시 본다.
고추라고 다 빨간 건 아니라고.
누가 그런다.
그건 희아리 져서 그런 거라고.
나는 그런다.
그럼 어찌해야 하느냐고.
누가 그런다.
그거라도 어서 집어넣어야
매운맛이 더해진다고.
고추가 희뜩희뜩 희아리 진 건
다 바람 탓이려니
태풍이 지나가기 전에 따냈더라면
풋고추 맛이라도 보는 건데...
그런데 저 너른 들판에 벼들은
백수白穗가 되어 알곡이 드물다니
그걸 어쩌랴.
죽은 막댓가지 타고 올라앉아 너덜거리는 잠자리.
부끄럼도 잊은 채 볕 바라기나 하는구나.
* 백수(白穗) : 단물 빠진 쭉정이 벼
어제는 예술의 전당에 들렀다가 돌아오려니
양재의 남부터미털에서 내리는 승객들로 붐벼
한참이나 한 곳에 갇혀야 했다.
웬일인지 한참이나 자문하다 보니
추석 맞이 귀향객들 때문이었던 것이다.
이젠 조용히 서울에서 추석맞이를 해야 하는 형편이니
모두 무사 귀향 귀성하길 바랄 뿐이지만
처서 이후에 비가 내리면 십리 안뜰에
천 석의 벼가 줄어든다 했는데
예년에 없던 가을장마가 길어져
알곡이 여물지 않았을 농촌풍경만 서글프게 떠오른다.
그래도 모두 마음만은 풍만한 한가위이길 바라노라.
2019. 9. 12.
그로부터 벌써 일곱 해가 지났나 보다.
올해도 추석이 바싹 다가오니 그런 것인지
아직은 갈바람이 없는데도
이 노야의 마음이 괜히 흔들린다.
지난밤엔 이불을 내어 배에 얹고 잤다.
밤공기가 냉랭해
무언가를 끌어안고 싶기도 했다.
머잖아 나뭇잎들은 하나씩 떨어져 내리려니
그러면 호젓한 마음에
무언가를 끌어안으려 할 게다.
자발없는 이 노야여!
나뭇가지 말고
둥치를 바라보라.
2026. 9. 11. 석촌(夕村)
첫댓글 봉평밤은 추워진지 어느새 5일차네여,
이렇게 가을은 오고 가며
단풍철이 돌아오겠죠.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래여.
여기도 간밤에 창문 닫고
이불도 내린걸.
어쩐지 가슴이 뭉클합니다
모든 만물에도 의미와 감성을
부여하는 선배님의 감성 풍부한 글 읽어며 무너지는 마음 부여잡어며 즐감합니다^^
원래 고향 떠나살면
명절엔 쓸쓸해요.
고향에 있어도 자식들이 떠났으며 마찬가지고.
글 잘읽고 갑니다
전 서울이 고햐이라서요
시골고향분은 그립겠어요
오늘도 좋은날 되세요
그렇군요.
그럼 귀향전쟁이나
귀성전쟁은 안치륐겠네요.
해피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