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가입 변호사 123명… 법무부 “변협 징계 취소”
“광고규정 위반 사실 인지 어려워”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 뉴스1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해 활동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가 소속 변호사 123명에게 내린 징계를 모두 취소했다.
징계위는 26일 심의를 열고 대한변협으로부터 지난해 10월∼올해 2월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낸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고 징계 결정을 모두 취소한다고 밝혔다. 변호사법에 따라 대한변협이 내린 변호사 징계에 대한 이의신청은 법무부 징계위가 맡는다.
이번 심의의 주요 쟁점은 변호사들이 로톡에 가입하고 활동한 것이 대한변협이 2021년 5월 개정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광고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징계위는 “로톡의 서비스가 광고규정 일부를 위반한 건 맞다”면서도 “징계 대상 변호사들이 로톡을 이용할 당시 광고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광고규정 위반 사실을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 120명에 대해선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광고규정에 어긋나는 형량 예측 서비스를 활용한 3명에 대해선 로톡이 서비스를 중단한 점 등을 고려해 ‘죄는 묻지 않지만 경고는 내린다’는 불문경고 결정을 내렸다.
로톡은 징계위 결정에 대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정의로운 결정”이라며 “앞으로도 흔들림 없이 혁신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환영했다. 반면 대한변협은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변협은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에 대해 계속 징계를 이어 가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법률 플랫폼 손들어줘… 로톡 “혁신 가속” 변협 “계속 징계”
변협의 로톡 가입 변호사 징계, 9개월 심의끝 취소
“변호사-소비자 연결의 장 제공… 직접 연결 서비스 아니다” 결론
변협 “광고규정 위반 사실 확인”… 리걸 테크 갈등 당분간 지속될듯
법무부 징계위는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해 올 7월 20일과 이달 6일에 이어 이날 세 번째 심의를 열고서야 ‘전원 징계 취소’ 결론을 냈다. 이의신청의 경우 6개월 안에 결정하도록 한 시한을 어기면서 9개월 동안 논의를 거듭한 것이다.
● 법무부 “로톡 서비스 광고규정 일부 위반”
징계위는 최대 과태료 1500만 원의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로톡에 가입해 활동한 행위가 대한변협 광고규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집중 심의했다.
대한변협은 2021년 5월 광고규정을 개정하면서 소비자로부터 비용을 받고 법률 상담을 알선하기 위해 변호사 등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행위, 변호사가 아님에도 수사기관의 처분이나 법원의 판결을 예측하는 서비스 등 6가지 금지 행위를 하는 단체에 변호사들이 참여하거나 광고를 의뢰해선 안 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징계위는 먼저 로톡이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인지’를 검토한 후 “로톡은 변호사와 소비자가 연결되는 장을 제공할 뿐 특정 변호사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는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로톡이 가입 변호사 전원을 노출시키면 소비자가 정보를 직접 확인한 후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징계위는 또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는 모두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로톡의 운영 방식이 변호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법무부 해석과 검찰 결정이 있었던 것은 물론, 광고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여부 심사가 계속되고 있어 변호사들이 로톡의 규정 위반을 인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징계위는 로톡이 광고를 할 때 상호를 직접 노출시키는 등 스스로를 직접 드러낸 것은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2021년 9월 종료한 형량 예측 서비스 또한 법원 판결 등의 결과를 표방하는 서비스에 해당해 광고규정에 위반된다고 봤다.
● ‘리걸 테크’ 갈등 계속될 듯
2014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로톡은 대한변협과 9년 동안 갈등을 이어오며 헌법재판소, 공정거래위원회, 법무부 등에서 번번이 충돌했다. 로톡과 대한변협의 갈등은 2015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검찰은 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이 2021년 5월 법률서비스 플랫폼 가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광고규정을 개정하고 로톡 측이 헌법재판소에 이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면서 논란은 다시 불거졌다. 헌법재판소는 일부 규정이 표현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일부 위헌 판단을 내렸지만 대한변협은 징계 관련 부분에 합헌 판단을 받아 절차에 무리가 없다며 징계를 강행했다. 이에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법무부 징계위가 최종 판단을 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올 2월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변호사들에게 로톡 탈퇴를 요구하고 따르지 않는 경우 징계한 것은 잘못이라며 시정명령과 과징금 각 10억 원의 제재를 내렸다.
이날 징계위는 “국민의 사법접근성을 제고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면서도 로톡의 일부 운영 방식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로톡과 대한변협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변협은 입장문을 통해 “법무부 징계위는 로톡이 광고규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대부분 확인했음에도, 징계 대상자가 위반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취소했다”며 징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 추후 로톡을 이용하는 변호사들에 대해 재차 징계가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진행하는 행정소송 역시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반면 스타트업 및 혁신 기업 2100여 곳이 가입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만시지탄의 아쉬움은 있지만 뜻깊은 결정”이라며 “로톡과 같은 사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국회가 변호사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채연 기자, 김자현 기자, 김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