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주택 12만채 건설… 공급속도 높인다
3기신도시 등 5만여채 추가 공급
착공-분양 등 구체 일정은 안밝혀
정부가 3기 신도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주택 5만5000채를 추가 공급하는 등 공공 부문에서 총 12만 채를 짓기로 했다. 민간 건설사 자금난 해소를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규모도 늘린다.
정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공공 부문은 3기 신도시에서 3만 채를 추가로 짓고, 내년 지정 예정이었던 신규 택지를 올해 11월로 앞당겨 발표하면서 2만 채 늘려 8만5000채 공급하기로 했다. 민간 건설사 등에 매각했지만 사업이 늦어지는 공공택지는 공공 사업으로 전환해 공공주택을 5000채 공급한다.
올 들어 주택 인허가 물량과 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 향후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자 공급 물량을 늘리고 공급 시기도 앞당겨서 집값 불안의 불씨를 해소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공공 공급은 착공이나 분양 등 구체적인 일정이 없는 데다 중장기 물량이어서 당장 2, 3년 뒤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3기 신도시 3만채 등 추가공급… 착공-입주 등 시간표는 못내놔
정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신도시 녹지 일부 집짓고 용적률↑
서울서 30km내 신규택지 11월 발표… “2, 3년뒤 공급불안 해소 미지수”
PF 보증 15조→25조 자금난 해소
26일 정부가 주택 공급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건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등으로 향후 주택 공급을 가늠하는 지표인 주택 착공이 반 토막 난 가운데 당장 2, 3년 뒤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다. 공공 부문은 물량을 늘리고 민간 부문은 건설사 자금난을 해소해 착공과 분양 등을 차질 없게 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추가되는 물량이 2, 3년 뒤 당장 입주할 수 있는 게 아닌 데다 세부 계획도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매매 가격과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있는 서울 도심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법안이 국회를 넘지 못하고 있어 수요가 있는 지역의 공급 부족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 정부 “더 많이 더 빨리 공급”…공급 일정은 못 내놔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주택 착공 물량은 26만1193채에서 11만3892채로 56% 급감했다. 지난해 인허가를 받고 올해 상반기까지 착공하지 않은 물량은 33만1000채로, 현재 인허가 물량의 63.3%를 차지한다. 착공은 통상 2, 3년 뒤 입주 물량과 직결되는데, 착공이 급감하면 2, 3년 뒤 입주할 신규 주택이 급감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3기 신도시(고양창릉, 남양주왕숙, 부천대장, 인천계양, 하남교산)에서 기존 17만6000채에 이번에 3만 채 이상을 추가로 짓기로 했다. 이는 하남교산(3만 채)과 비슷한 물량이다. 3기 신도시는 기존 1, 2기 신도시보다 공원녹지나 자족용지 비중이 높은 만큼 이들 용지 일부에 주택을 추가로 짓고 용적률도 높여 추가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11월 발표 예정인 신규 택지 8만5000채는 수도권에서 나올 예정이다. 서울 반경 30km 이내에서 2만 채 내외의 중소 규모 택지 4곳 안팎이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 교통망 접근이 쉬운 곳으로 선정하겠다”고 했다.
다만 착공이나 입주 등 구체적인 공급 일정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3기 신도시도 인천계양이 올해 말 첫 주택 착공에 들어가고, 남양주왕숙, 하남교산, 고양창릉 등은 빨라야 내년 7월 이후 착공한다. 이번에 추가되는 물량의 착공 시점은 이보다 더 늦을 가능성이 높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2, 3년 뒤 시장 불안을 잠재우려면 정확한 세부 공급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 민간 건설사 자금난 해소…“모럴 해저드 풀어야”
민간 부문 공급 대책은 건설사들 자금난을 뚫는 데에 주력했다. 현재 약 33만 채를 지을 수 있는 건설 현장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을 조달받지 못해 인허가를 받고도 멈춰서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주택금융공사 등 공적 보증기관의 보증 규모를 기존 15조 원에서 25조 원으로 키운다. PF대출 보증의 대출 한도는 기존 전체 사업비의 50%에서 70%로 늘려 사업자의 추가 자금 확보를 지원한다. PF 보증 여부 심사 기준도 완화했다. 미분양 PF 보증 요건으로 요구하던 분양가 할인(5%)은 발코니 확장 등 옵션을 무상 제공하거나 공사비를 현실화하는 등의 ‘간접 할인’도 인정하기로 했다.
부실이 우려되는 현장에 대한 PF 정상화 지원 펀드를 1조 원 추가해 총 2조 원으로 확대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민간이 조성한다. 이 같은 건설사 금융 지원이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부실 사업장은 재구조화가 진행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청약 때 무주택으로 간주하는 소형 주택(60㎡ 이하) 기준 공시가격을 수도권의 경우 현재 1억3000만 원에서 1억6000만 원으로 높이기로 했다. 시세 기준 2억4000만 원 이하의 주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에 대한 의지는 보여줬지만 실제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도심 공급과 직결되는 재개발·재건축은 공사비 갈등을 줄이기 위한 컨설팅 제공 정도만 포함됐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정비사업을 가로막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등을 완화하는 법안이 빨리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며 “이대로라면 서울은 주택 공급 부족 문제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안성용 하나증권 롯데월드타워WM센터 이사는 “PF 대책은 공사비가 내리거나 분양가가 오를 때까지 시행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는 효과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공공 공급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제대로 기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대표)는 “공공 공급은 LH의 역할이 큰데 현재 역량으로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LH 조직 정비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이축복 기자, 오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