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에 창작촌이 있는 것도, 뮤지엄호두가 있는 것도 최근에 우연히 알게 되었다
파주 헤이리에서 시작한 화이트블럭이란 이름의 레지던시가 2018년도에 천안 광덕면에 새로이 터를 잡았다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이란 이름으로 4개의 창작동과 전시실, 웰컴동 등 모두 5개의 건물을 신축했다
16명의 예술가가 2년간 머물며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고 한다
건물이 멋스럽기에 예술가촌의 느낌이 난다
단순한 레지던시의 역할만이 아니라 뮤지엄과 연결 지어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인다
어딜 가나 뮤지엄 건물 자체가 작품인 경우가 많다
전시실 아래층을 카페로 만들어 레지던시에 입주한 예술가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일반인들이 와서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미술관엔 꼭 카페가 있긴 마련이다
우리도 새로운 카페 검색하다가 발견한 장소다
처음 갔을 때는 전시가 막 끝나고 새로운 전시를 준비 중이라 좀 아쉬웠는데
이번엔 4.18 - 6.23까지 <마음에 삼킨 이미지> 전이 열리는 기간이라 작품감상을 즐길 수 있었다
규모가 아담하고 동선이 깔끔한 전시장이다
임선이 <바람의 무게, 여행자의 시간 3> 시리즈의 사진 작품인데
엄마의 방 느낌이 든다
아마도 저 자개장 때문일 것이다
임선이 <바람의 무게, 여행자의 시간 2>
이 작품은 멀리서 봤을 때 언뜻 에드워드 호퍼의 빈방을 연상시켰는데
뭔가 쓸쓸하다
자세히 보니 짐을 뺀 빈 공간이다
장롱이 놓였던 자리가 아닌가 생각되며 뭔지 모를 허무함이 느껴진다
오래 묵은 삶의 찌꺼기들도 보이고....
바로 위의 작품, 엄마의 방에 있던 자개장을 치운 것 같은 쓸쓸함이 느껴진다
엄마생각이 났다
임소담의 <돌, 물>
멀리서도 찰랑이는 물과 반들반들한 돌들이 깨끗하게 씻긴 모습에 끌렸다
실제로 보면 눈이 아롱아롱거리며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눈이 부신 듯 해 실눈을 떠야 한다
맘에 드는 작품 앞에선 오래 서 있기 마련이다
몇 호쯤 될까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작품들은 제작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줘 무척 흥미 있었다
한참을 서서 마치 내가 그리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며 몰입했다
이런 전시 참 신선한 걸
김재유 <밤꽃나무와 미끄러운 산>
박경종 <이삭에서 이글까지>
이렇게 코믹한 작품이라니....
작가의 위트에 아마추어 골퍼인 나는 더 크게 웃는다
별관에선 홍천미술관 고 주재현 30주기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작품이 독특하고 난해하다
원래 실험적인 작품은 동시대에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요절한 젊은이의 예술혼이 먼 훗날 재조명되길 마음으로 빌어본다
창으로 보이는 풍경도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며 뮤지엄 복도를 걷는다
가벼운 나들이 길, 도심을 벗어난 곳에서 차 한잔하고 싶을 때 찾아가 보세요
풍광 좋은 곳에서 작품감상도 하고 차 한잔하기 아주 좋답니다
뮤지엄 호두는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