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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뱀사골계곡 코스 소요시간 및 난이도
지리산 뱀사골계곡 코스는 사계절 수려한 지리산 풍경을 감상하며 가볍게 등산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난이도는 보통, 소요시간은 편도 4시간 20분, 왕복 8시간 40분입니다. 계곡을 따라 시원하게 등산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지리산 뱀사골계곡 코스
지리산 뱀사골계곡 코스는 지리산 3대 계곡인 뱀사골 계곡을 따라 아기자기한 전설이 있는 소와 담을 구경하며 등산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계곡변을 따라 이동하는 덕분에 시원한 물줄기와 기암괴석을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계절마다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여름에는 맑고 시원한 계곡을 몸으로 느끼며 등산할수 있습니다. 가을에는 울긋불긋 아름다운 단풍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하얀 눈이 덮인 겨울왕국을 볼 수 있습니다.
뱀사골 계곡 난이도
뱀사골 계곡 코스의 난이도는 보통(하)에 해당합니다. 코스 전체가 완만한길로 되어있어 초심자들도 어렵지 않게 완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왕복 산행구간으로 체력 안배가 필요한 코스에 해당합니다. 왕복 총길이 18.4km를 산행해야 합니다.
난이도 : 보통
총길이 18.4km(편도 9.2km)
뱀사골 계곡 코스의 끝지점인 화개재에 올른 후 토끼봉, 삼도봉 방향의 다른 코스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 후 피아골이나 섬삼재-노고단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습니다.
뱀사골 계곡 소요시간
뱀사골 계곡의 소요시간은 편도 4시간 20분, 왕복 8시간 40분입니다. 다시 입구로 하산해야 하는 왕복 코스로 경사가 완만하여 난이도는 쉬운 편이나 8시간이 넘는 산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체력안배가 중요한 코스입니다. 더불어 하산 시 날이 저물지 않도록 이른 새벽에 출발해야 합니다.
소요시간 : 편도 4시간 20분 / 왕복 8시간 40분
물론 다른 코스를 이용하여 하산하는 방법도 있지만 소요시간 기준으로는 비슷하거나 더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구간별 소요시간 및 난이도
반선에서 출발하여 요룡대까지 구간은 콘크리트 탐방로와 비포장 탐방로가 섞여있습니다. 약 2.0㎞ 구간에 소요시간은 40분 정도이다. 봄에는 수달래,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이다.
요룡대에서 간장소까지 구간은 돌길로 되어있고 9개의 교량을 지납니다. 완만한 경사로 약 4.4㎞, 소요시간은 2시간 10분 정도입니다.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곳으로, 어린이와 노약자분들도 무리 없이 탐방할 수 있습니다.
뱀사골 계곡 따라 봄에는 수달래,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구간입니다.
간장소에서 화개재까지 구간은 돌길이 많습니다. 9개의 교량을 지나는 구간으로 경사는 급하여 조심해야 하는 구간입니다. 약 2.8㎞,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입니다.
탐방정보
이용전 주의사항
을 포함한 모든 국립공원에는 계절에 따라서 구간별로 입산이 통제될 수 있습니다. 호우, 대설, 태풍, 화재 등으로 인해 통제되기 때문에 이용 전에 반드시 입산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뱀사골계곡 코스는 9.2km(소요시간 4시간 20분) 코스로 완만한 경사의 산책코스와 경사가 있는 구간이 혼재되어 있어 체력과 일몰시간 등을 고려하여 산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산악기후로 급작스러운 호우나 기온 저하 등을 고려하여 여분의 옷과 먹거리를 지참하여 산행해야 한다.
돌이 많은 지역이므로 발목과 무릎 부상을 주의해야 한다.
입산시간지정제
국립공원에는 안전을 위해 입산시간지정제를 운영합니다. 탐방로 별로 입산, 통제시간을 지정하여 운영하는 제도입니다. 구간별로 입산, 통제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위치 및 주차장정보
반선(밤새골분소) 주소 : 전북 남원시 산내면 와운길 10
인근주차장 : 뱀사골분소 경내주차장(전북 남원시 산내면와운길 10)
[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지리산 뱀사골
영남일보 기사 입력일 : 2018-10-26
단풍 숲 사이 수려한 계곡, 상상과 환상이 잠들어 있는 詩의 화수분
뱀사골 가을, 아주 오래전에 여기에 온 적 있었다. 그때는 가을비가 내리고, 단풍은 알레르기처럼 전신에 울긋불긋 돋았었다. 아, 저 숨 막히는 단풍의 두드리기에 나는 기쁨보다 슬픔에 치를 떤 적 있었다. 누구라도 안다. 단풍은 슬픔이고 가을비는 아픔이란 것을. 뱀사골 들머리 데크길에서 나는 그날의 단풍과 가을비가 헛것으로 자꾸 보여, 몇 번이고 눈을 비벼야 했다. 단풍으로 가득 찬 저 아름다운 계곡과 청옥 빛으로 흐르는 1급수인 맑은 물에 어리는 오색의 단풍도 왠지 자꾸 환각으로 여겨졌다. 도무지 생동적인 감각을 느낄 수 없다. 누가 어떻게 이런 장관을 연출할 수 있단 말인가. 이게 꿈이나 환영이지 어떻게 생시란 말인가.
기묘한 기암괴석 굽이 흐르는 계류수
울긋불긋 경관 또다른 세상 닿는 길목
불탄 배암사 절 이름에서 생긴 호칭 뱀사골
바위 밑 작은 공간 석실서 빨치산 활동
눈 아플 정도로 이어지는 비경에 멍멍
용이 머리 흔들며 오르는 형상 요룡대
뱀이 허물 벗고 목욕 후 용이 된 탁용소
거울보다 더 맑은 ‘소’에 비친 내모습
한 잎의 단풍이 된 ‘나’를 씻어주는듯
청명한 하늘 이고 있는 와운마을 천년송
천년의 침묵과 붉은 용비늘의 나무껍질
기기묘묘한 기암괴석과 하얀 포말을 뿌리며 굽이굽이 흐르는 계류수는 단풍나무 숲 사이로 기어가는, 영락없는 대형 꽃뱀이다. 이렇게 수려한 경치는 또 다른 세상에 이르는 길목이다. 우리는 이러한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내면에 시로 나타나는 우주탄생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된다. 자기도 모르게 차오르는 감정에 이입되면, 그것이 바로 시(詩)고, 시는 언어의 반전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는 것이다. 저 뱀사골 계곡은 상상과 환상이 잠들어 있는 시의 화수분이다.
그럭저럭 석실에 도착한다. 이 부근 어딘가에 있었다는 배암사란 절. 정유재란에 불타고, 배암사 절명에서 뱀사골이란 호칭이 생겼다는데, 불타는 배암사의 불꽃이 모두 단풍이 되어 전해오는지, 이곳 단풍은 유독 더 붉게 타고 아름답다. 그러나 이것은 뱀사골 여러 유래 중 하나에 불과하다. 아주 큰 바위가 겹치면서 바위 밑에 작은 공간을 만들어 석실이라 부른다. 1950년대 지리산에 많은 빨치산들이 숨어들었고, 이들은 소식전달과 사상교육을 위한 신문과 기관지를 이곳에서 출판 인쇄하였다.
이데올로기는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자연 발생하는 것이고, 시대와 문화 나라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는 것인데, 그 하나의 허상으로 지나가는 이데올로기(공산주의) 사상을 교조주의로 둔갑시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는지. 같은 종을 대량 학살하는 유일한 동물, 학명으로 크로마뇽인, 인간의 이러한 어리석은 잔인성에도 불구하고 영장류이고 신의 아들이라고 스스로를 자칭하는 현생인류(Homo Sapiens). 그들은 과연 영장류이고 신의 아들일까 하는 생각이 불현 듯 지나갔다.
다시 걸어 나간다. 눈이 아플 정도로 이어지는 비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정신이 멍멍해진다. 데크길에는 단풍객들로 부딪칠 지경이다. 각 지방에서 온 단풍객들로 갖가지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그러나 내용은 비슷하다. 단풍도 단풍이지만 살아가는 이야기, 말하자면 돈과 음식, 사랑, 증오에 관한 대화다. 우주의 시간을 하루로 가정하면 한 사람의 일생은 1초에 불과하다. 단 1초. 우리 일생은 번개처럼 지나간다. 누구라도 한 생에 대한 회고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우리의 스토리텔링은 항상 임계점에 있다.
와운골과 뱀사골의 물이 만나는 곳에 있는 요룡대를 본다. 큰 바위가 마치 용이 머리를 흔들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여 요룡대라 부른다. 다리를 건너 우측의 옛길로 들어간다. 탁용소가 나타난다. 큰 뱀이 허물을 벗고 목욕한 후 용이 되어 탁용소라 명명했다는 소(沼)는, 백옥 같은 물이 너무 맑아 저절로 찬탄이 나온다. 그 찬란한 진홍의 단풍 숲이 물에 비치고, 맑은 물과 계곡의 아름다움이 그리는 화폭은 감동 그 자체다. 저 거울보다 훨씬 더 맑은 물에 비친 자신을 들여다본다. 물속에는 단풍들이 천개의 손, 천개의 눈이 되어, 한 잎의 단풍이 되어 있는 나를 씻어준다. 차라리 저 물에 잠긴 나의 얼개가 물에 섞여 스르륵 사라진다면, 그럼 용이, 아니면 다른 무엇이 되는 것일까.
마침 그때, 우리나라 고유종이며 1급수를 대표하는 물고기인 참갈겨니떼가 몰려든다. 눈이 크고 세로로 은빛 금빛 암갈색의 줄무늬가 있는, 그 물고기는 너무 맑고 투명하여, 청옥의 물에 비치는 작은 오로라처럼 보였다. 나는 이토록 맑고 맑아 마치 영롱한 고승의 사리처럼 불가사의한 빛을 발하는 물고기를 본 적이 없다. 절에서 왜 불전사물에 목어를 두는지, 이제서야 그 존재이유를 알았다. 참갈겨니 떼가 나의 물속 그림자를 지나가면서 나도 내속에, 영롱한 빛의 작은 오로라가 느껴진다.
그러나 마냥 이렇게 머뭇거릴 수가 없다. 다시 걷는다. 깊은 수심과 양면이 기암절벽으로 이루어진 소(沼)를 만난다. 이 소는, 뱀 모양이기도 하지만, 뱀사골 전설에 나오는 이무기가 이곳에서 죽었다 하여 뱀소라 부른다. 그리고 호리병을 닮았다는 병소를 보고 발길을 돌린다. 아직 병풍소와 제승대 간장소가 남았지만 와운마을 천년송에 들르기 위해 부득이 했다. 되돌아 내려오다가 우측으로, 그 깊은 산속에 있는 포장도로를 쉬엄쉬엄 걸어가면 와운 마을 천년송에 도착한다. 산이 사방을 둘러싸고, 청명한 하늘을 이고 있는 와운마을 천년송의 조망은 탁월하다. 산이 높고 골이 깊어 구름도 누워간다는 와운마을은 이름 그대로 비경이고 신비롭다.
와운마을 뒤, 뱀사골 상류 명선봉에서 뻗어 내린 산자락에 두 그루 소나무 서 있다. 천년의 침묵과 붉디붉은 용 비늘 나무껍질로 장엄한 기품을 풍기며, 할머니 할아버지 소나무가 그렇게 우뚝 솟아 있다. 오랜 세월의 비바람과 햇빛구름의 조화에 부대끼며, 천년의 나이테를 감추고 그렇게 하나의 붉은 구름으로 서있다. 참으로 경탄할 자태다. 천년송을 보다가 그 아름다운 뷰 포인트에 탄복하며, 두루두루 사방을 거듭 조망한다. 여기에 더 이상 무슨 말이 있어야 하겠는가. 이제 돌아 갈 길만 남았다. 뱀사골 입구 반선으로 내려오면서, 나는 우리의 용 전설과는 다른 터키의 현대소설 ‘위험한 동화’를 생각해 냈다.
내용은 이렇다. 옛날 터키에 왕과 왕비가 살았다. 오랫동안 자식이 없어, 천신만고 끝에 신에게 빌어 자식을 얻었지만, 뱀 왕자였다. 세월이 흘러 뱀 왕자가 성장해 결혼을 시켰지만, 첫날밤 신방에 들어간 모든 신부는 뱀 왕자에게 물려 죽었다. 그러하다가 그 나라에 마음씨 착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 소녀를 미워한 의붓어미가 억지로 뱀 왕자와 약혼시켰다. 소녀는 첫 날밤 신방에서 자신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고 어머니 무덤 곁에서 슬픔에 잠겨 울고 있을 때 소녀 앞에 흰 수염의 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소녀에게 뱀 왕자에게 물려죽지 않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신방에 들어갈 때, 마흔 겹의 저고리를 입으라고. 그리고 뱀이 너에게 벗으라고 하면 첫 번째 저고리를 벗고 나서 너도 그에게 ‘당신도 허물을 벗으세요. 뱀 왕자님’이라고 해라. 두 번째 저고리도 그렇게 해서 벗고 이렇게 해서 마흔 번째 허물을 벗게 해라. 그러면 잘 생긴 왕자로 변할 것이다. 드디어 결혼식이 끝나고 둘은 신방에 들어갔다. 그리하여 옷을 벗게 되었는데, 자신이 저고리를 하나 벗고, 뱀 왕자가 허물을 하나 벗게 하고, 자신이 저고리를 두 개 벗고, 뱀 왕자가 두 번째 허물을 벗게 하고, 이렇게 하여 마흔 번째의 허물을 벗은 뱀은 아주 잘생긴 왕자로 변하고, 이 둘은 오래오래 잘 살았다.
이 내용은 우리에게 감흥과 함께 비례의 저울추가 균형을 이룰 때, 서로를 잘 살 수 있게 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큰 의미를 준다. 뱀사골에서 뱀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생각이 났다. 현대인은 모두 마흔 겹보다 더 많은 허물을, 저고리를 입고 있는지 모른다. 우리는 이제 서로에게 마흔 겹보다 더 많은 허물을 벗고, 저고리를 벗고, 위선과 거짓을 벗고, 맨살로 스킨십 하는 진실의 세계에서 상생해야 한다고, 나 혼자 생각한다. 시인·대구힐링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 대우여행사 이사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 반선 - 뱀사골 탐방 안내소 - 석실 - 요룡대 - 탁용소 - 뱀소 - 병소 - 요룡대 - 와운마을 천년송 - 석실 - 반선 ▶문의: 지리산 국립공원 북부사무소 (063)630-8900
▶내비 주소 : 전북 남원시 지리산로 842-8 ▶주위 볼거리 : 송흥록 생가, 구룡폭포, 실상사, 벽송사, 백장암, 황산대첩비지
명산플러스(219) 지리산 뱀사골
경남일보 기사 승인일 : 2019.05.09.
최창민기자
그 풍경은, 지독한 몸살로 앓아누웠던 유년의 꿈속이었을 것이다. 잘못 먹은 약에 취해 사경을 헤맬 때 떠오른 환상이거나 헛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 풍경은 이랬다. 깊은 산중 작은 마을이었다. 대여섯가구의 초가지붕 위로 강한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졌고 햇살이 비치는 대지는 온통 황금빛으로 변해있었다. 야트막한 앞산에는 거대한 소나무 한 두 그루가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었으며 언뜻 나무 아래에는 하얀 옷을 입은 할머니의 모습이 보였던 것같다. 심산, 작은 마을은 그야말로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그 풍경의 기억은 후일 어느 봄날 늘어진 낮잠 중에도 나타나 여러가지 형상으로 뒤섞이면서 기이한 환영을 만들어 냈다. 이를테면 푸름이 장막을 친 산에 나무는 보이지 않고 물고기가 헤엄을 친다든지, 땅 위를 걷는데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다든지, 늙은 지게꾼이 농사일에 분주한데 딱따구리는 하루 종일 토닥거린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런 풍경의 그림을 도시의 늦은 밤 신축아파트 입구 공터에서 본적이 있다.
그리고 또, 이런 풍경을 현실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리산 깊은 계곡의 작은 마을, 구름도 힘이 들어 누워서 넘어간다는 와운마을이 그곳이다.
와운마을은 지리산 뱀사골에 위치한다. 그곳에 가려면 물줄기를 두세번 건너고 골짜기 옆을 걸어서 언덕을 치오르면 거짓말처럼 이 마을이 나타난다. 마을이 있고 동산이 있고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있으며 영험한 할머니소나무가 공존한다. 어디선가 본듯한 광경, 꿈속의 풍경과 닮아 있다. 이번 주는 천년송이 하늘로 치솟아 자라는 지리산 뱀사골 와운(臥雲)마을이다.
▲등산로: 뱀사골입구 주차장→반선교→지리산국립공원탐방안내소→계곡 데크길→요룡대→탁룡소→뱀소→병풍소(반환)→와운마을→천년송(반환)→요룡대→지리산전적기념비→뱀사골주차장 회귀.
‘반선’이라는 지명은 완전한 신선이 아닌 ‘반 정도만 신선’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본래 반산이었는데 신선이 승천하지 못하고 반만 신선이 됐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그래서 이곳을 거닐면 누구나 반은 신선이다.
왼쪽에 소·담과 폭포, 산과 하늘, 바위와 철쭉이 어우러진 지리산 최고의 계곡, 뱀사골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등장한다. 와운마을 천년송까지 3㎞, 화개재까지 9㎞에 달하는 길고도 깊은 계곡의 서막이다.
100여명에 달하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수원의 하이텍고교 학생들로 체험학습을 위해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반갑습니다”를 연발하며 밝게 인사하는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계곡에 물 떨어지는 소리가 기분 좋은 화음을 만든다.
물감을 풀어 놓은 듯 푸른 물이 담겨 있는 큰 소와 작은 소가 번갈아가며 발밑으로 지나간다. 재미있는 소 이름 하나, 옛 사람들에게도 멧돼지가 멱을 감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던 모양이다. 그래서 돼지의 지방어 ‘돗’을 써서 ‘돗소’라고 부르고 있다.
요즘 암반 사이로 피어오른 진분홍빛 수달래가 장관이다. 녹색 잎에 분홍색 꽃을 피우는 수달래는 물가에 피는 철쭉의 다른 이름, 생명력이 강해 돌틈을 비집고 피어오른다. 소와 폭포를 배경으로 자생하기 때문에 색 대비가 좋아 화가, 사진가들에게 인기다. 이 날도 작가들이 사진촬영에 열중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두 개의 물줄기가 합수하는 지점에 있는 서 있는 요룡대까지 30분 남짓 걸린다. 서두를 필요가 없다. 한 시간이 걸려도 괜찮다. 군데군데 데크 길이 설치돼 있어 계곡에 내려서서 손에 물을 담그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 볼수 있다. 아무렇게 찍어도 그림이 되는 풍경이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빨리 걸어 다녔는지 절감하게 된다. 요룡대는 마치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모습과 같다하여 그렇게 부른다. 흔들바위라고도 하는데 실제 흔들리지는 않는다.
탁용소는 뱀이 허물을 벗고 목욕 후 용이 됐다는 곳이다. 뱀소, 병소, 병풍소 간장소…, 숨막히게 아름다운 산간계류의 소와 폭포가 다가온다. 수정처럼 맑은 물이 돌면서 머무르다 또 흘러내린다. 이 길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면 지리산 주능선의 반야봉 아래 삼도봉과 토끼봉 사이 화개재에 닿는다. 그 옛날 화개사람들이 목통골을 따라 뱀사골로 넘나들었다.
와운마을로 가려면 뱀사골 중간 병풍소나 간장소에서 반환해 와운교까지 다시 나와야한다.
와운교 부근에서 임도를 따라 언덕을 넘어 골바위골로 향한다. 와운마을에 닿는다. 신선의 놀이터 선계(仙界), ‘산 높고 물이 깊어 구름도 누워 넘는다’ 는 와운(臥雲)은 ‘험하다’는 표현이요, ‘양지바르고 따뜻해 구름도 쉬어간다’는 누운 골은 ‘평화롭다’는 의미다. 험하지만 평화로운 곳, 이런 모순이 어디 있을까. 멀리, 지리산의 병풍 같은 울타리 골짜기 아래 몇 채의 가옥이 위치하고 있다. 앞산에 할머니 소나무, 천년송이라고 부르는 명품소나무(천연기념물 424호)가 있다. 이 소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삶에 깊이 자리 잡은 수호신이자 동산목이다. 매년 정월 초사흘 나무에 제사를 올린다. 예부터 태아에게 소나무 바람을 들려주는 솔바람 태교를 했던 것으로 전해오고 있다. 태어난 아이는 바람의 아들, 아니 솔바람의 아들인 것이다.
출산이나 장을 담글 때 치는 금줄에도, 혼례상에도 솔가지를 따다가 꽂는 풍습이 있었다한다. 높이 20m, 둘레 6m, 사방의 폭은 12m다. 20m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소나무가 있다. 뱀사골머리 명선봉에서 뻗어 나온 산자락에 위치한 이 소나무는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장엄한 기품을 풍긴다.
1595년 영광정씨와 김녕김씨가 난리를 피해 심산유곡을 찾아다니다 피난처로 최적지라고 생각해 정착했다고 한다. 그들의 이상향이자 샴발라인 셈이다. 아픔도 있었다. 한국전쟁 빨치산 토벌작전 때 지리산이 공비의 소굴이 되자 전 주민이 피난 이주했다가 1954년 수복과 함께 다시 입주했다. 할아버지 소나무에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다.
뱀사골은 이무기가 죽은 골짜기를 말한다. 1300년 전 뱀사골 입구에 송림사라는 절이 있었다. 이 절은 매년 칠월 백중날 스님 한 분을 뽑아 그날 밤 신선바위에서 기도하게 했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스님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얘기를 들은 한 스님이 기이하게 여겨 그해 뽑힌 스님의 옷자락에 치명적인 독을 묻혀 놓았다. 뒷날 신선바위에는 스님 대신 이무기가 죽어 있었다. 그동안 사라진 스님들은 승천한 게 아니라 이무기의 제물이 됐던 것이다. 이후 계곡의 이름이 이무기, 즉 뱀이 죽은 골짜기라는 뜻의 뱀사골이 됐다.
뱀사골 입구에 지리산전적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여수·순천사건과 한국전쟁 후 지리산에 숨어든 무장공비와 빨치산을 소탕하기 위해 벌인 지리산지구 공비토벌 전적을 기념해 세운비다.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 ‘충혼’ 비석이 옆에 있다. 뱀사골을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이무기도 승천한 용이 되고, 사람들도 완전한 신선이 될 것이다.
지리산 뱀사골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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